https://youtu.be/G8MwOh4p78o
저의 지난 글들과 순서대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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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악몽이 사실임을 확인한
서리는 테라스로 뛰쳐 나오고
그 뒤를 승이 따라 나왔습니다.
"서리야... 그게 있잖아..."
서리는 항상 갖고 있었던
그 불안감을 마주하고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뀐 현실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승아... 그게 뭐야... 너 몸에"
승이는 서리를 일으켜 세워
똑바로 바라보며 말 합니다.
"나 괜찮다고, 서리야...! 응?"
"다... 다 나 때문인 거지? 그치?"
"아냐. 절대로 너 때문 아니야.
그냥... 그냥 좀 내 몸이 아플때도 있는 거겠지."
"넌 이게 가볍게 넘길 상태라고 봐...?
항상 불안했어, 사실. 매일 매일 매순간 마다
승이 네가 환생 없이 그 옛날부터 살아 왔는데
갑자기 날 만난 후로 죽으면?
아니면 계속 불멸이면... 이 생각에 미칠 것 같았어.
근데 봐... 지금 네 상태를"
"서리야, 진정해봐. 잠깐 심호흡 해봐."
"그딴 거 필요 없어... 그냥 지금 네 상태는
나 때문인 거야."
"서리야, 제발..."
"맞잖아...! 그냥 멀쩡히 몇백년을 살아 오다가
날 만나고 나서 이렇게 됐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
"난 두려워 승아...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순간부터 난 두려웠어. 너 없는 세상은 상상도 안돼"
"나 지금 네 눈 앞에 있어, 보라고 서리야."
"나 버리면 안돼...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겠다고."
"서리야... 뭐하는 거야, 일어나 어서. 응?"
그동안의 불안했던 생각들과 감정이
폭발한 서리는 승이의 몸 상태를 보고
주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몇백년을 홀로 기다리며
버틴 승이가 왜 이런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서리는 그저 아무 죄도
없는 하늘만 탓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밤을 보내고 급히
다시 각자 집으로 돌아 간 승과 서리.
승이에게 서리는 제일 중요한 존재지만
그런 서리와 오랫동안 함께 하려면
자신의 몸 상태 또한 중요 했습니다.
그러나 원망스러운 현실은 갑작스레
찾아 오고 말았죠.
점점 심하게 썩어 들어가는
승의 몸 상태는 그의 맘도 썩어 들어가게
했습니다.
이런 몸 상태로 당분간은
서리도 만날 자신이 없었던 승이는
그렇게 몇주를 서리와 떨어져 지냈습니다.
서리도 연락 없는 승이에게
먼저 연락할 엄두가 나질 않았죠.
제일 힘든 건 본인의 몸이 그렇게 되버린
승이일텐데 이기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군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 옵니다.
그러나 한편의 마음에서는 승이
없는 세상에서 버틸 수 있겠냐고
소리 칩니다.
서리는 그렇게 승이와 떨어져
지내는 몇주간 눈물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잠도 못 자고 식사는 커녕
물 한모금도 삼키기 힘들 정도였죠.
지금도 이런데 정말 승이가
없다면 서리는 살아 가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몇주만에 만난 두 사람
너무 오랜만에 본 승과 서리는
서로 어떤 말도 하지 못 하고
마주 서있기만 했죠.
"저... 승아..."
서리가 어렵게 먼저 입을 뗐습니다.
"잘 지냈어...?"
"아니, 전혀. 일단 집으로 가자.
배고프지?"
서리의 집으로 들어 온 둘.
서리는 식사 준비를 하려고 분주한 가운데
승이가 살포시 다가 옵니다.
"뭐야, 나 집중 못 해서 요리 못해.
저리가 있어~"
"싫어. 떨어지기 싫어."
"뭐야~ 오늘따라 왜그러실까?"
"서리야."
"야아, 뭐하는 거야... 재료 쏟아져..."
"서리야, 진짜 보고싶었어."
"나도야... 멍청아."
"내가 미쳤지~ 어떻게 김서리 보는 걸
몇주씩이나 참았을까~"
"그러게, 누가 참으래?"
"그니까... 나도 참... 멍청하다."
"왜... 왜그래, 장난인데... 진지하게 받아 들여"
"승아, 가서 기다려. 내가 맛있게 해줄..."
서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이는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 주저 앉아
힘겨운듯 기침을 하기 시작 합니다.
서리가 눈 깜짝 할새에 주저 앉은
승이는 한참을 일어나질 못했죠.
놀란 서리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습니다.
승이는 그런 서리를 되려
안고 달래 줍니다.
승이의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서리도 확실하게 승이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치 무의식 속에 흐르는 본능대로
같이 있는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죠.
"승아, 아프진 않아?"
"뭐가?"
"몸에 그거... 아프진 않아?"
"응... 그럼 넌 이런 내 모습이 징그럽거나
혐오스럽진 않아?
"당연한 거 아냐? 그게 네 온몸은 뒤덮어도
상관 없어."
"그건 내가 안될 것 같아 ㅎㅎ"
승과 서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들이
서로에게 마지막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도 모릅니다.
특히 승이는 더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서리와 휴가 도중에 처음 흘린
코피를 시작으로 요새는 더 코피가
흐르는 빈도수가 잦아졌죠.
불멸의 삶이라 믿고 살아 온 승이는
그 동안에 피를 본 적도
상처가 난 적도 없었기에
절망스러운 결말만이
추측 될 뿐이였습니다.
"안돼... 더 이상은"
다음날 아침
온기 없이 차가워진 침대
서리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그 느낌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 조차도 두려워서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연락 두절인 승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부리나케 승의
집으로 달려 온 서리.
"뭐야... 어디 간 거야. 오늘 출근 하는
날도 아닌데..."
"아... 승이가 집 열쇠를 어디 숨겨 두고
다니더라... 하."
겨우 승이의 집 열쇠 위치를 기억해내
들어 온 승이의 집은 썰렁하기만 합니다.
승이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테라스에도 승이는 없었습니다.
"뭐야... 어딨는 거야 대체"
2층으로 올라 온 서리는
2층도 역시 썰렁한 느낌을 받았죠.
"제발... 아닐 거야. 제발..."
2층의 욕실,다른 방들도 둘러 보고
마침내 승이의 침실로 왔지만
더 이상 승이의 온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침대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죠.
예전에는 알아 보지 못했지만
전생의 기억을 되찾고 다시 본 자신의
그림에서 승이는 살아 숨쉬는듯 했습니다.
승이의 얼굴을 보니 서리는 다리 힘이
풀리고 불길했던 예감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정말... 떠난 거야...?"
그리고 서리의 눈에 들어 온
침실 한구석에 있는 승이의 책상
그 곳에는 서리의 사진이 잔뜩 걸려 있었죠.
그리고 편지 봉투도 있었습니다.
"이게... 이게 뭐야... 이 승..."
'서리야, 미안해. 그냥 미안하단 말 밖에
할 말이 없어. '
'난 네가 날 위해 희생한 그 날, 다음 생에서라도
널 다시 꼭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물론 그 바램이 이루어진 건 몇백년을 기다려 온
보람이 있을 정도였어.
그런데 불멸의 삶을 원한 건 아니였는데...
신의 장난일까?
그저 다음 생에 태어날 너를 내가
알아 보겠다 했을 뿐인데...'
'나도 너와 같이 환생해서 만났다면 우린
이런 아픔도 겪지 않고 정말 오래 오래 행복 했을 거야.
술라니 섬에서 네가 나에게 떠나지 않겠다
약속해 달라며 하는 애원에 도저히
대답 할 수가 없었어.
나도 예상했지만 내 상태가 하루하루가 무섭게
악화 되고 있었거든.'
'우리가 술라니에서 돌아와 떨어져 지낸
몇주간 하루에 한번, 그리고 두번,세번 나던 코피가
어느 순간부터는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더라.'
'그 정도 뿐이였으면 이렇게 까지
안했을지도 몰라, 사실 그렇게 피를 쏟다가'
'혼자 여러번 실신 하듯 기절하는 일이 다반사였어.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어떻게 서리 너한테
보여주고 싶겠어... 내 마음 이해해줘.
매일 코피를 쏟다가 기절하고 점점 몸이
썩어 들어가는 나는 너에게 짐이 될 거야.'
'그래서... 내가 이 선택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니, 맞는 거야.'
'아주 잠깐의 달콤한 시간이였지만
이 시간을 위해 오랜 세월 버티며 기다린 건
후회 없는 나의 선택이였어.'
'그치만 너의 말대로 우린 다음 생에서도
또 그 다음 생에서도 만날 거잖아.
비록 너의 전생과 이번 생에서 나는 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지 못했지만'
'다음 생에서는 정말 너에게 모든 걸 줄게.
너의 바램대로 절대 떠나지 않고 평생을 함께 할게.
약속해.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 서리야.'
서리는 편지를 다 읽는 동안
눈물이 차올라 앞을 가려 승이의 글씨를
한자,한자 곱씹듯 읽었습니다.
이 편지에 적힌 승이의 결심이
믿기지 않아서 또 읽고 읽었죠.
몇백년을 기다려서 만난 자신을
또 다음 생에서 만나자 하는 승이가
너무나도 바보천치 같고 미우면서도
보고싶고 벌써 그리워서 미치겠는
이 마음을 서리는 주체가 안되서
그저 오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꿈만 같았던 함께 한 시간들이
정말 꿈이 아니였을까 싶은 서리는
차라리 이 모든 일이 꿈이면 좋겠다 생각 하지만
아무리 깨어나고 싶어도 깨어날 수 없는
현실이였죠.
다음 글에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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