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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춥고 눈이 소복하게 싸여있는 공터 한가운데에 포장마차가 생겼습니다. 심 세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붕어빵과 떡볶이 등 온갖 신기한 음식들이 줄지어서 심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맛있는 냄새가 심들의 코를 간질입니다. 맛있겠다!
추운 겨울이 왔음을 보여주는 겨울 간식 삼총사. 붕어빵? 호떡? 군밤? 뭐 먹지.... 심들의 고민 속 지갑을 거덜내기 좋은 마성의 음식들.
사시사철 사랑받는 전통 간식들. 저 중에 하나만 먹는 건 반칙입니다!
추운 퇴근길. 월급 받기 직전의 날. 가진 돈 거의 떨어져 지갑이 거지가 된 심들은 오늘도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포장마차에 모여듭니다. 싸고 맛있고 배부르고! 포장마차는 우리의 소울 푸드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뭐먹지?
알록달록 색색의 털모자와 패딩 속 삐죽 솟은 머리카락과 뒤통수 마저 유독 사랑스러운 내 심들~
으어 춥다!!! 입에서는 차가운 연기가 모락모락. 그래도 덜덜 떨며 먹는 컵볶이의 맛은 최고죠!
주인이 정신없이 붕어빵을 굽고, 화로 속 군밤은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베토벤은 어딘지 모를 정겨움을 느끼며 멍하니 화로 속을 쳐다보았다. 그의 정겨운 생각은 화로 속 미처 껍질이 덜 벗겨진 군밤 두개가 그의 눈 양쪽을 직통으로 때려 그를 눈탱이 밤탱이로 만들고 그의 입에서 미친듯 독일어로 쌍욕이 터져 나오는 순간 끝이 났다. 에이 썅!
어유 춥다. 주인장 여기 국물있는 어묵탕이랑 떡볶이 소스 많이 묻혀서 주시오! 아 여기 소주는 없나요? 소주 땡기는 조합인데....
추운 곳에서 어묵 냠냠. 역시 작고 통통한 심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은 심히 햄스터마냥 귀엽습니다.
어묵은 역시 간장 찍어서 추운 겨울에 눈 맞아가며 먹는 게 최고죠! 너무 맛있어서 어느 새 원고료로 받은 돈을 모두 써버렸어요! 제 옆에서 먹는 모습이 주황빛 햄스터 같아서 귀엽다며 빤히 쳐다보는 선배는 어딘지 조금 부담스럽지만....그래도 너무 맛있는걸요?
리스트: 자 떡볶이가 매워서 자네의 그 부드럽고 섬세한 혀에 행여 상처를 낼까 심히 걱정스럽다네. 내가 먹여줄께! 아 해봐 아~ 원래 연인끼리는 이렇게 닭살돋게 말하면서 먹여 주는 거라고 책에서 그랬단 말이야! 아 혹시 매우면 내가 혀로 양념 빨아서 줄까?
쇼팽: 개수작 부리지 마렴 연애를 책으로 배운 새끼야. 자네 그 커다란 콧구멍에 그 거슬리는 떡볶이를 꽂아버리기 전에 그 느끼한 얼굴 좀 치워주겠나?
역시 추운 겨울에는 어묵 국물이 최고지. 게다가 공짜잖아?
어묵 국물 맛에 중독된 기다란 금발머리를 가진 신의 사자가 살금살금. 국자를 들고 어묵 통에 접근합니다. 많이 먹으면 눈치보였는데 에라 모르겠다!
주인장! 나 어묵 국물 한 컵만 더 먹어도 되지? 이거 뭘로 만든거야? 진짜 맛있다!
주인: 야 이 개XX야. 아무리 공짜라도 10컵은 너무하지 않니? 누군 땅 파서 어묵 국물 만드는 줄 알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놈이 만들어 먹던가!
두 볼이 귀엽게 붉어진 채 호떡을 우물우물. 뜨끈한 꿀이 뚝뚝, 치명적인 달콤함과 부드러운 반죽의 조화! 연인들은 서로에게 말 걸 시간 하나 없이 그저 호떡 먹기에 열중합니다.
헤헤 호떡 맛있다....냠냠
모차르트: 저 파파? 진짜 진지하게 묻는건데 파파는 호떡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당신 눈 감고 먹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요!
살리에리: 당신보다는 호떡을 더 사랑합니다. 호떡은 말썽을 부리거나 저질 장난을 치는 일 없이 항상 변험없는 달콤함으로 저의 혀와 온 몸을 만족시키고 전율에 취하게 하니까요! 아니 그냥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펑펑 울 것 까지는 없잖습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당신을 세상에서 그 어떤 간식보다 사랑합니다. 이제 됐지요,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
포장마차 간식은 역시 길거리에서 들고 먹는 맛을 빼 놓을 수 없지!
컵볶이라는 음식이 너무 매운데 맛있어! 다시 태어나서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겨울에 피를 토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놀다 오는 게 내 오랜 꿈이었는데 이룰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컵볶이를 누가 만들었는 지 모르지만 만든 사람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친애하는 프레데리크, 자네가 무언가를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하다네. 이 호떡도 좀 먹어보겠나? 자네가 원한다면 컵볶이 값을 벌기 위해 나도 부지런히 일해야겠군! 자네가 이번 생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 사 줄께.
제가 절대로 사랑하거나 존경할 일 없는 장인어른, 그런 불쌍한 눈빛으로 고구마 통을 서성거려봤자 당신에게 덤을 줄 일은 없으니 좀 떨어지시죠?
슈가 붕어빵을 사 왔다. 유독 눈에 톡 튀는 오렌지색 패딩을 입은 채 작고 통통한 몸집으로 붕어빵 봉투를 들고 콩콩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장난을 좀 쳐 보기로 했다. 얍! 이 붕어빵 잡을테면 잡아봐! 먹고 싶지?
슈는 키 작고 뚱뚱한 느림보래요! 팔다리가 짧으니까 닿지도 않네? 이거 잡아봐라~ 어때 붕어빵 먹고 싶지? 뚱뚱한 주황 버섯 무슈 슈봠메를씨?
슈베르트: 싫어! 이런 장난은 그만둬, 내 붕어빵! 4개 중에 3개는 너가 뺏어 먹었잖아. 내 붕어빵 돌려달란 말이야 으아아아앙!!!
장난이 너무 과했나? 하긴....가곡을 송어가 아니라 붕어빵으로 제목을 붙히지 그랬냐는 농담은 좀 그랬어.
울먹거리며 눈물이 그렁거리는, 유독 커다란 갈색 눈동자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울음을 터뜨려 보고 싶었지만, 그를 울린 사실을 알면 루이가 내 거시기를 걷어차리란 걸 뻔히 알기에 그의 입에 붕어빵을 물려주었다. 울면서 콧물을 훌적인 채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붕어빵을 먹는 슈의 모습이 다람쥐같이 귀여웠다. 왜 루이가 그에게 죽고 못사는지 잘 알것 같았다. 다음에 또 실컷 놀려야지!
베토벤 씨? 당신의 음악은 형식이 지나치게 고전적이군요. 뭔가 18세기에나 통했을 것 같은 스타일이에요.... 진짜 18세기에서 살다 온 건 아니죠? 아 농담입니다. 아무튼 요즘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빠르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더 선호합니다. 그런 소비자들의 눈에는 당신의 음악은 상품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도 아시잖습니까? 요즘 전염병으로 인한 불경기라는 걸. 사람들은 불경기에는 마음을 채우는 음악이 아니라 당장 몸을 채울 수 있는 식량과 옷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걸. 정말 미안합니다!
출판사는 악보를 보더니 장황한 말로 거절했다. 밤을 새워 노력한건데.... 여러군데의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은 같았다. 지루하고 촌스러워! 이번에 계약금을 받으면 슈베르트에게 꼭 최고의 생일선물을 사 주려고 했는데.... 주머니를 뒤지니 구겨진 지폐 몇 장이 나왔다. 이 돈으로는 선물은 못사. 한참을 고민하던 내게 붕어빵 장수의 트럭이 보였다. 나는 고민하다 남은 돈으로 붕어빵을 샀다. 그가 좋아해 줄까??
저 멀리서 슈베르트 녀석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생일 선물로 붕어빵을 주는 애인이라니. 뺨 맞고 이별 선언 당해도 할 말이 없겠군!
저....생일 축하한다 슈베르트. 사실은.... 이번에 출판사에서 계약금을 받지 못해서 선물을 못 샀다. 저기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더구나. 너 이거 좋아했잖아. 너가 이런 나에게 실망해서 이별을 선언해도 난 받아들이겠다. 그 전에 내가 이 붕어빵을 너에게 먹여 줘도 되냐? 마지막 모습으로 꼭 보고 싶어!
내 눈 앞에서 선배가 슬픈 눈빛으로 웃고 있었다. 붕어빵을 든 손이 긴장한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선배는 날 뭘로 본걸까. 매일 그의 음악 공연에 몰래 찾아가 꾸준히 관람하고 굿즈를 모으는 내가!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겨우 생일 선물 하나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한 거라면 실망인데....
선배의 청록빛 눈을 마주한 순간, 내 입속에서 달달하고 고소한 팥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엣날, 처음 내가 출판사에서 계약금을 받던 날 받은 돈으로 산 붕어빵보다 훨씬 더! 인생 최고의 맛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나도.... 수줍게 웃으며 슈베르트 녀석이 패딩 안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속이 다 터진 붕어빵이 들어 있었다. 나도 그 녀석도, 미친 듯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천생연분이 맞나봐요! 눈송이를 맞으며 웃고 있는 그의 미소는 지독하게 순수했고 지독하게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선배....다 터진 붕어빵이라도 괜찮다면, 제가 먹여 줘도 되나요? 당신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거 한 번 해 보고 싶었어요!
그가 먹여 주는 붕어빵이 오늘만큼은 파마산 치즈 마카로니보다 훨씬 맛있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베토벤: 생일 축하한다 슈베르트. 태어나줘서, 그리고 나와 사귀어줘서 고맙다. 살면서 좋은 선물을 줄 수 있는 날이 얼마만큼 있는 지는 모른다. 대중들은 늘 취향이 변덕스럽고, 프리랜서 음악가의 수입은 늘 불안정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나라도 괜찮다면,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 해 주겠나? 사랑한다....
슈베르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저는 상관없어요! 전 언제나 선배의 음악뿐 아니라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라는 인간 그 자체를 사랑할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화려한 선물보다는 선배의 진심이 담긴 붕어빵 선물이 더 좋은걸요?
슈베르트: 그나저나 선배, 역시 빨간 털모자가 잘 어울려요! 선배 생일 날 직접 만든 털모자를 줬을 때 모자의 눈꽃무늬가 유치해서 싫다고 했잖아요. 그래놓고 겨울만 되면 꼭 쓰고 다녔죠.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베토벤: 너니까. 너가 준 선물이니 소중하게 간직한 거다. 딴 놈이 이걸 줬으면 바로 그 인간과 함께 재활용 상자에 집어 던졌겠지. 그나저나 보석가게에서 너와 꼭 어울릴 만한, 주홍빛 호박이 박힌 황금 반지를 봐 둔게 있다. 다음 생일에는 꼭 그걸 커플링으로 너의 손가락에 끼워주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두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내 연인은 결코 어떤 선물을 주든, 상대에 대한 마음만 담겨 있다면 결코 상대를 원망하지도, 배신하지도 않으리란 것을. 키스를 하자 때마침 흩날리는 눈발 속 시계탑의 종이 울렸다. 겨울이었다....
교복을 입고 야자를 튄 고교생 두명이 어슬렁 어슬렁. 역시 야자 튀고 먹는 분식이 최고지! 차가운 일진, 하지만 내 전교회장 후배에게는 따숩겠지를 실천하는 선배와 전교회장 후배의 일탈 로맨스!
나 리하르트 바그너. 불경기로 인한 오페라 극장 적자를 메꾸고 가볍게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부업으로 포장마차를 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송국 골목 맛집이 되어 있었다. 불량 식품을 단속한다고 설쳐대던 경찰에게 떡볶이를 뇌물(?)로 좀 찔러줬더니 충실한 단골이되어 돈을 쓰고 간다. 세상일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오늘도 힘내자!
제 떡볶이 맛의 비결이요? 음....글쎄요 아마 맛에 대한 정성?
인터뷰를 하는 기자에게는 그렇게 둘러대었다. 이보시오 기자 양반, 당신이라면 맛 내는 법을 몰라 반죽과 소스에 신라면 수프를 때려부었더니 감칠맛이라며 심들이 좋다고 먹어댄다고 말할 수 있겠소??
주문하신 호떡 나왔습니다! 아가씨는 정말 미인이시네요! 서비스로 몇 개 더 넣어드릴께요~
저.... 고구마 튀김이랑 오징어 튀김이 마침 똑 떨어졌네요 혹시 고추 튀김을 서비스로 드려도 되나요? 에 제 고추를 처 맞고 싶냐고요? 하하 농담이 참 재밌네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저는 권총을 갖고 있는데. 얌전히 서비스 튀김 받고 돌아가 주시겠어요?
오늘도 장인 어른이 고구마 한 봉지를 사러 왔다. 매번 봉지 가득히 군고구마를 사간다. 고구마 먹는 게 부끄러웠는지 항상 얼굴이 붉어진 채 쇼팽이랑 나눠 먹을꺼야! 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유독 입이 짧은 쇼팽씨가 고구마를 반이나 먹을리는 절대 없으니, 저 커다란 고구마는 모두 장인 어른의 뱃속으로 들어가겠지. 그리고 늘 변함없이 딸의 얼굴에 고구마 방귀를 뀌고 도망가기 장난을 치겠지. 아 불쌍한 플레옐....
역시 추운 겨울 날 잠자기 전 먹는 군고구마는 정말 최고야! 이 부드러운 맛 때문에 군고구마를 못 끊는다니까! 그나저나 슬슬 뱃속에서 신호가 오는군.... 어디 준비를!
아랫배에 살짝 힘을 주고.... 어 딸! 마침 잘 됐다. 이 아빠가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단다~
으아아악 지독한 고구마 방귀다!!! 제발 하지 마세요 싫어요!!!
어떠냐 냄새 정말 끝내주지? 어디 사랑하는 우리 딸, 이 아빠의 선물 정말 대단하지? 다음에는 양파랑 요구르트도 같이 먹은 뒤에 만들어주마!
하하하하 난 역시 정말 센스있고 유머감각 넘치는 멋진 아빠야. 딸도 겉으로는 화를 내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을 게 틀림없어!
그딴 장난이 재밌냐 이 아빠 XX야를 여실히 보여주는 아이의 한심하다는 표정. 남자들은 다 저런가? 도대체 자식의 얼굴에 방귀 뀌고 노는 게 뭐가 재밌다고, 아니야 우리 아빠만 저렇게 정신이 이상한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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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심즈에 포장마차 재밌네요ㅋㅋ이 새벽에 보니까 저도 따끈한 분식이 땡기는군요..
어묵에 떡볶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