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blog.naver.com/millenione/120045502589
유진위 감독의 1993년작 <동성서취>입니다.
유진위 감독은 별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는
오늘날 홍콩영화 최고의 컬트 걸작으로 손꼽히는 주성치의 <서유기>시리즈가 있네요.
따라서 이 작품은 주성치의 초기 엽기발랄 아스트랄 코믹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절대 기피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작품입니다.
한편 이 작품의 경우 재미있는 제작일화가 있는데, 잘 알려져있다시피
왕가위 감독은 지난 90년대 초반, 홍콩의 국가대표급 배우들을 모조리 끌고서
<동사서독>을 연출하다가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특히 촬영도중 무슨 기기의 이상으로 인해 촬영공백기간이 터무니없이 길어지자,
왕가위 기획, 유진위 감독의 이 <동성서취>라는 작품이 완성되었다네요.
그래선지 이 <동성서취>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과 거의 같은 배우들이 모여
서로 역할을 바꾸어 출연했는데, 지금 살펴보면 무척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저같은 경우엔, 예전에 이 작품을 비디오로 볼때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중간에 꺼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언젠가 무슨 명절같은 날에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다시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웃겼던지, 하여튼 이 작품만큼 웃기는 홍콩영화도 없을 것 같네요.
한 화면에 양조위, 장국영, 장학우, 왕조현, 장만옥, 유가령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양가휘, 종진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아마 홍콩영화사상
이 작품만큼이나 초특급 캐스팅을 보여주는 작품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로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화려한 캐스팅에만 매력이 있는게 아닙니다.
이 화려한 배우들이 이 작품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으로 처참하게 망가집니다.
<동사서독>에서의 장국영 대신, 여기서는 양조위가 서독 구양봉 역을 맡았습니다.
작품 처음부터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구양봉이 여왕과 눈이 맞아 왕을 제거하고..."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요즘같으면 상상도 못할 양조위의 모습이 공개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양조위가 즐겨 쓰는 무공이 하마신공인데...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서 킬러가 쓰던 두꺼비무공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 작품 전체를 통해 양조위는 그야말로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망가지는데,
희한하게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쏘는 장풍마다 모조리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삼공주 역의 임청하.
<동방불패>, <백발마녀전>의 칼이쓰마는 어데로 가고....
왕조현과 약혼을 한 상태지만 임청하를 보자마자 약간 맛이 가버린
어딘지 어리버리한 황약사 역의 장국영.
<동사서독>에서 황약사로 출연했던 양가휘는 이 작품에서 잠시 사부와 제자, 1인 2역으로 출연합니다.
참으로 유진위 감독이 아니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장면도 여기서 등장하는데,
저기 늙은 할배 사부는 대사를 영어로 합니다-_-;;;
여기서 양가휘는 사부로부터 "가슴에 666이 새겨진 사람"-_-;;;으로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세번 들으면 신선이 된다는 말을 듣고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가슴에 666이 새겨진 사람을 찾는데... 그가 바로 장국영입니다-0-;;;;
오로지 잘생긴 남자만을 좋아한다면서 공주병 말기의 증세를 보여주는 왕조현.
이 작품에서 장국영과 더불어 <사랑의 검법>이라는 궁극의 비기를 보여주는데...
차마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무공이니 기회가 되시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이야기밖에 못하겠네요.
이 작품에서 그녀는 이런 대사도 읊습니다.
"아니, 대체 왕조현이 누구야?"
일설에 의하면 왕조현이 이 작품에 출연했던 것은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에
완사녀 역으로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후 양채니로 바뀌었다는군요.
하지만 왕가위 감독작품은 종종 디비디와 비디오, 극장버전이 약간씩 다른 경우가 있는데,
<동사서독> 비디오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 왕조현이 굉장히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을 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비디버전에서는 볼수 없는게 안타깝네요.
홍콩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장만옥씨.
독지네를 먹고 북소리를 들을때마다 배가 아파 꼼짝 못하는 처량한 신세로 등장하네요.
초기에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같은 작품에 출연하던 이 깜찍발랄 아가씨가
아시아 대표급 연기파 배우로 급성장하리라고는 이 작품이 제작될 시기만 하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치 못했을 것 같습니다.
<동사서독>에서 맡았던 홍칠공 역을 그대로 이어받은 장학우.
왕조현에게서 너무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상처받아 자살하려고 하지만
얼결에 구양봉 양조위를 만나 복날 개패듯이 두들겨 패줍니다.
사형을 좋아하는 남자로 출연한 유가령.
"삼화집띵"이라고 외치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가공할만한 무공인지 초능력인지를 구사합니다.
어찌보면 <서유기 월광보합>의 전초전격인 것 같기도 한데...
이런 장면을 생각해낸 유진위 감독도 참.... 대단한 사람같습니다.
양조위 굴욕 4종 세트-_-;;;
홍칠공 장학우에게 얻어터져 너무 아파서 내색도 못하고 눈물흘리는 장면,
구음진경을 지키는 세마리 괴물들에게
"난 인간이 아냐! 나처럼 입이 큰 인간 본 적 있어? 사실 난.... 오리야-_-;;; 꽥꽥!!"
하고 재롱떨면서 오리송을 부르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중의 압권입니다.
술에 취한 장국영에게 임청하로 꾸미고 나타난 양가휘,
신선이 되기 위해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세번 들어야 하는데...
정말이지 맨정신으로 보기엔 심히 허파꽈리 뒤틀릴 아스트랄의 궁극의 경지를 보여주는
뮤지컬 장면이기도 하지만, 일단 웃깁니다. 무조건 웃깁니다.
마지막에 양가휘가 한쪽 다리를 들고 난해한 자세로 서 있자 한참 후에
장국영이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합니다.
"얼마나 버티나 한번 보자."
구음진경을 터득한 양조위는 절대고수가 되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다 때려눕힙니다.
작품의 성격 자체가 워낙 엽기발랄물이라 애매하지만 이 작품의 무술감독은 홍금보가 맡았는데,
필름이 너무 빨리 돌아가긴 하지만 대단히 스피디하면서 역동적인 장면들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홍금보는 <동사서독>의 무술감독도 맡았었죠.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 같은 무술감독인데 이토록이나 다른 액션씬을 연출한게 참 신기합니다.
하여튼 이 작품에서 궁극의 초고수 양조위를 쓰러뜨리는 것은....
장국영에게서 마침내 사랑고백을 듣고서 신선이 된 양가휘로군요.
아무렴, 인간이 우찌 신선을 이기누....
많은 대소동 끝에,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을 하고, 중원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옵니다.
문득 위의 장면들을 보니 초반부에 사랑의 검법을 같이 연마하던 장국영과 왕조현의
엽기발랄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 저 시절의 저 배우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마지막으로... 구음진경을 지키던 세마리의 괴물들...
한마디로 모여라 꿈동산 수준입니다.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지만 일단 적응되면 너무 웃깁니다-_-;;
양조위가 여전히 인간이 아닌 오리인줄로만 알고 있는 괴물들....
마지막 장면은 위의 세마리의 괴물들에게 다시 잡혀 끌려가는 양조위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오리야, 가자!"
"꽥! 꽥!"
그리고는 돌아보며 활짝 웃는 양조위.
근래 <무간도., <화양연화>, <색 계>같은 작품에서 수많은 여성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양조위의 모습과는 너무도 판이한, 활짝 웃는 모습의 양조위는 요즘 들어 보기가 참 어려워 졌습니다.
그래선지 이 장면에서의 양조위도... 에... 한마디로 너무 귀엽습니다-_-;;;
이제는 홍콩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고,
이 작품에 출연했던 장국영은 고인이 된지 오래이며,
유가령, 왕조현, 임청하, 양가휘, 장학우 등은 어느덧 추억속의 배우가 되어버렸습니다.
90년대 홍콩영화계를 주름잡던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총집결해 완성된 이 작품은
사실 줄거리나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놓고 이야기하자면
사상 최악의 졸작으로 평가받아 마땅하겠지만,
모든 배우들이 활작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아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버린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처절하게 망가지는
배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마치 추억속의 배우들이 모두 모여 한차례 시끌벅적한 자기들만의 축제를 벌이는
현장에 갔다온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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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왕조현을 꼬시려는 홍칠공 장학우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비장의 무기,
섹시한 눈빛을 가르쳐준다며 시범을 보이는 양조위....
"어때? 섹시하지 않아?"
........ 너무 웃기면서도 너무 귀엽습니다 ㅠ,.ㅜ
양조위 뿐만 아니라, 한때 홍콩영화계를 좌지우지하던 명배우들의 깜찍발랄하게
망가지는 장면이 너무나 발칙한 작품이었네요.
나도 이영화보면서 진짜 어처구니없어서 웃던 기억이..ㅎ
저 멤버를 가지고 참..완전 컬트영화라는.
다시보니 양조위..진짜 심하게 망가졌다. ㅡㅡ
첫댓글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그 당시 임청하를 워낙 좋아해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