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마성[12]

[지옥에서온 아내]

제12장 동거(同居)

이사회를 소집해서 간략하게 공지를 하자 이사와 간부들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수가 간단하게 그렇게 알아라고 하고 자리를 일어나자 이사들은 한편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어 다행스러워 했다.

그룹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해 대책까지 완벽하게 강구한 지수의 처리능력에 죽은 우화란사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딸인 지수가 단번에 해서의 사장과 결혼이라는 방법으로 그룹의 위기를 오히려 발전의 발판으로 만든것이었다. 경쟁사였던 해서와도 동맹적인 관계를 확보했으니 앞으로 더문은 날개를 달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이사들은 다행스러워했다.

앞으로 자신들이 믿고 따라야 하는 대표이사가 그 어머니였던 우화란에게서 그 대단한 능력을 물려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 능력을 또다시 믿고 신봉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안심이 됐다. 앞으로 자신들의 어려운 일을 지수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구청으로 향하는 지수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을 실지 않은 것 같은 사무적인 모습의 투피스처럼 가볍고 모던했다.

대기실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선우는 확고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지수를 보며 또다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

“기사를 데리고 오지않고?”

“세상에 떠들고 싶지 않아서요”

“나와의 결혼에 목숨을 걸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나 보군”

“아뇨. 단지 제 현실이 그렇게 떠들고 나닐 정도로 좋은 환경이 아니다 보니....”

“어찌됐든 자랑하고픈 일은 아니다는 말이군... 가지. 서류는 변호사가 작성해 왔으니...”

제신고라고 표시된 창구로 성큼 성큼 걸어가는 선우를 바라다 보던 지수는 아무말 없이 조용히 따라갔다.

대한민국에서 한 여자와 한남자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는 것이 이렇게 쉬운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날지 못했었다.

본인인가를 묻곤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더니 인장을 찍어라고 하곤 잠시기다리면 신분관계증명서를 발부할 수있다는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민원실에 앉아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담당자의 호출에 불려간 선우가 들고온 가족관계확인서라는 서류에는 지수와 선우의 이름이 남편과 처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올라 있었다.

“드디어 이로서 모든 것이 끝났군.

자, 그럼 신혼짐은 어디로 하지? 노현동으로 할까? 아님 성북동? 당신이 편한곳으로 하지..”

“성북동으로 했음 해요... ”

“알았어. 오후에 간단한 짐을 옮기도록 해 놓지....”

“고마와요. 그럼 전 먼저...”

“아니, 잠깐!. 그래도 우리가 부부가 된날인데 그냥 헤어지긴 좀 그렇지 않나?”

“우리가 정상적인 부부가 아닌 것 처럼 ,그런 것들에 연연해 하고 싶지 않군요.

 그리고 처리하지 못한 회사일들도 많고....”

“난 적어도 보는이들을 위한 간단한 흉내정도는 해 줄려고 했는데...

어쨌든 다음주 우리 결혼식날은 그런 연기력으론 어렵지 않을까?”

“우리? 결혼식이라니요?”

“그럼 한국 대 기업중의 하나인 해서와 더문의 그룹의 결합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 는 없잖나? 언론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아, 그리고 이건 우리의 만남, 그리고 연애와 결혼까지의 모든 시나리오 내용이니 완전히 숙지 하도록...

이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겨야 하니 준비 하도록 해요....”

선우가 내민 종이를 받아 백에다 집어넣으며 가벼운 목례와 함께 구청을 빠져 나와 본인의 차에 올랐다.

지수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던 선우도 자신의 차에 올랐다.

자신과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결혼이라는 것을 한 아내라는 여자는 자신과 차 한잔도 나누고 싶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물론 자신도 그런 개인적인 시간을 원한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녀쪽에서 거부하자 묘한 반발심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하,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완전히 감정없는 인형이잖아....”

앞으로 그녀와 상대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모든 상황들에 오히려 승부욕이 발동되는 것 같았다.

지수는 어머니가 계시는 순천호 부근의 수목장에 들렀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화장을 해서 순천호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 수목장으로 치렀다.

13살 그 겨울 아침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단 한번도 어머니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

 16살에 가방하나 들고 집을 나와 26살이 된 오늘까지 지수는 어머니가 있는 이곳에 오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아 애써 참고 참았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처럼 안 살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이 결국 한 남자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묶인 날 오늘은 어머니께 얘기를 해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더문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또 많은 것을 이루어가야 한다는 것을 얘기 드리고 힘을 얻고 싶었는지 모른다.

‘ 엄마, 아빠랑 이제 같이 계시니 좋아요? 그토록 같이 하고팠던 아빠를 이제 온전히 가지게 되어 기쁘신가요?

난 엄마의 사랑과 힘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다른여자를 본 아빠를 그래도 포기 못해 결국 자신의 목숨을 버린 엄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전 지금도 엄마가 원망스러워요....

그냥 절 보시고 참고 사시던지, 그게 안되면 저랑 어디로 떠나서 아버질 잊고 살아 가실 수는 없었는지...’

해가 어느새 춘천호에 잠기려 할 무렵 지수는 기대고 있던 어머니에게서 일어나 산을 내려왔다.

오전에 혼인신고 후 나갔던 지수가 연락도 되지않고 회사에도 말하지 않고 사라졌다고 보고가 왔을때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하는 불쾌감에 성북동으로 직접 이삿짐을 가지고 들어와 기다린 시간이 벌써 네시간째이다.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로 어떤 일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를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생소하고 낯선일인지.....

김천댁의 호들갑스런 마중을 받으며 들어선 지수는 자신의 집에 선우가 있는 풍경이 낯설었다. 밤이 제법 깊었음에도 거실에 앉아 있는 선우를 보니 잠시 미안한 마음에 가벼운 목례를 하고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당신! 잠시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오후부터 기다린 사람들을 생각해서 어딜갔다 늦은지 정도는 얘기해야 하는 것 같은데....”

“.......”

“나와 얘기를 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는 건가?”

“그건 아니예요.. 단지 얘기할 거리가 안돼서... 이번같은 일은 없을 거예요. 미안해요”

작지만 의지가 담긴 지수의 목소리에 선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2층 계단을 올라가는 지수를 멍하니 바라보던 선우는 지수가 쓰는 맞은편 방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발소리를 들었음에도 나와 보지 않는 지수의 방 쪽을 흘깃 바라보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기만 하던 성북동 집에 자신의 남편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강선우가 자신도 모르게 들어와 2층 자신의 방앞에 자신의 둥지를 틀고 들어앉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2층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옷을 갈아 입다 긴장을 하게 되는 상황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잠깐 발소리가 멈추었을 때는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않을 정도였다.

이제 강선우란 남자와의 동거가 시작 되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코 자신의 동지가 될 수 없는 사람과 가족이란 이름으로 묵여 있어야 할 시간이 얼마나 길지 아무도 모르지만 결코 이 동맹관계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것은 지수도 알 수 있었다.

이 동맹으로 해서와 더문이 갖게 될 모든  실리와 파급효과를 적절히 이용해 더 이상 그 누구로부터도 견제가 들어올 수 없는 튼튼한 기반을 닦아야만 한다는 것을 지수도 선우도 알고 있기에 이제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해도 허언이 아닐 것이다.

적과의 동거..

비록 전쟁터는 아니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속에 자신과 그는 적과의 동거라는 아슬아슬한 곡예에 뛰어든 것이다.

[지훈러브]

점점 재밌어지내요~~전개도 빨라서 좋구요~~담편 기대됩니당~~작가님 홧팅!!

[지옥에서온 아내]

너무빨라서 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어요.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흐르는 듯...

[곰탱이0]

은근 긴장하게되요..

[지옥에서온 아내]

많이 긴장해 주셔요... 앞으로 더할 겁니다. 제 희망사항이예요

[춤추는 천사 go]

선우는 지수를 맘에 두고 있는데...지수의 무덤덤한 태도 언제쯤 변할지... 냉막한 두사람의 동거 기대..

[지옥에서온 아내]

지수도 뭔가 변화가 생기게 되겠죠

[나머댄다a]

오....결국 결혼했네여*_*흠......지수도 예전에 선우 좋아했는데 엄청 냉정하네여ㅠ_ㅠ연우땜에 그러나????담편두 기대할께여~~

[지옥에서온 아내]

기대에 못 미칠까 은근 걱정되네요

[푸른눈물☆]

오늘부터 달립니다~ㅎㅎ

[지옥에서온 아내]

전 더워서 열심히 글(?)만 쓰려고 합니다

[Sim Eun Ji]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