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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허니문 세일이 이 땅에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탄핵 열차는 조바심 내지 걱정과는 달리 이변 없이 조기대선 종착지에 도착했다. 촛불혁명은 그렇게 투표혁명으로 완성됐다. 국민촛불은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2백여 일 봇물 터진 '하야' 시국선언 "이게 나라냐" 를 말하던 어지러운 시간을 겨우 넘어서 새 시대들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전날 대통령 선거일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는데 밤새 날이 화창하게 개고 햇볕도 나고 신나는 봄바람도 불었다. 마치 새 날을 축복하듯이.
문대통령은 당선 통지를 받자마자 무엇을 했을까. 취임선서는 국회의사당에서 간단히 한다지만 준비기간이 없는 관계로 서둘러 같이 알을 할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하였는지를 말하기 전에 우선 이 말부터 하는 게 타당하고 합리적일 듯싶다. 그는 다당 구조에서 40%를 겨우 넘는 지지 속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이는 여소야대를 말하고 장차 정국을 이끌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시해주는 예상 율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취임하고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인데 성적표는 실로 놀라웠다. 그의 지지도 81.6%는 역대 대통령 중 최고수준이다. 당선 직후 지지도 81.6%는 이명박의 79%, 박근혜의 64%, 김대중의 70% 중반대, 노무현의 60%대를 능가한 수치이자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당연한 일시적인 상승효과일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첫 시작에는 굉장한 설렘과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갓 결혼을 한 새내기 부부들은 그동안 꿈꿔왔던 결혼 생활의 로망을 실현한다는 생각에 더욱 행복해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신혼 기간을 허니문 기간이라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달콤하고 설레는 기간이다. 정권을 이양 받은 임기 초반에는 다소 서투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자는 취지 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허니문 기간을 비판을 자제하는 기간으로만 여기는 것은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허니문 기간’의 원조는 1932년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이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시작된 의회 특별 회기 100일 동안 의회와 손을 잡고 경제 위기 극복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통해 경제 위기 탈출의 기반을 닦았다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즉, 허니문 기간이란 정부 초기에 견제 세력들이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국가를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기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근래 우리나라의 전 대통령들의 허니문 기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바로 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약 6개월의 허니문 기간을 가졌다. 취임 후 6개월까지는 67%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기초연금 공약 파기 기자회견 후 지지율은 48%까지 떨어졌고, 세월호 사건 이후 추락세는 지속됐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 달가량으로 가장 짧은 허니문 기간을 보냈다. 취임 후 지지도는 52%였지만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인사 파동을 겪은 후 지지율이 38%까지 떨어졌다. (시선뉴스-SISUN news 기사 중에서 2017년 5월 31일)
허니문 기간은 달콤하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허니문 기간은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허니문 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결혼 후 신혼의 느낌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는 부부들에게서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답은 ‘초심’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신혼의 설렘과 행복을 계속해서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높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사람들은 ‘꽃길’을 걷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에 취해 초심을 잃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허니문 기간도 짧게 막을 내릴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신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처럼 추락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는 정치공학적으로 말하자면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귀결로 이어진다. 즉 늘 주위를 경계하고 돌아봐야 더 이상의 추락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퇴임시 지지율이 52%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정말 성공한 대통령이다.
당선 때 40%인 문대통령이 3일 만에 80%를 육박했다는 것은 당시 탄핵찬성이 79%정도였으니 촛불민심이 고스란히 문대통령 쪽으로 되돌아온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안철수를 지지했거나 중도보수 성향인 사람들이 돌아섰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데 지지율은 갈수록 상승하여 87%를 웃도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는 최순실 사건이 극에 달할 때 박 전대통령이 업무수행을 잘 못한다고 응답할 때의 최저치 5%에 가깝고 절대 지지층이라 할 60대 후반이나 대구경북에서도 이탈을 한다고 볼 수있다. 달리 보자면 대한문에 태극기부대 중 일부가 발길을 광화문 쪽으로 돌리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안정희구 세력은 문재인 측을 ‘좌빨’이라 칭하며 이념적으로 각을 세우고 변신을 쉬이 할 층은 아니다.
2005년도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안정을 희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체의 68.4%가 개혁보다 사회 안정을 희구했고,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1.3%에 그쳤다. 당시 노대통령은 너무 개혁에 치중하였고 국민들은 그래서 또 불안했다. 이 추이는 날로 증대되어 안정과 안보라는 결정체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여 보수의 지지 목으로서 다음 정권도 그 다음 정권도 승리로 이끌었다. 사실 작년 이 맘 때까지도 적어도 1/3정도는 콘크리트 층으로 굳건했고 보수 결집을 늘 도모했었다. 그런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일까. 이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분명 그들은 흔들리고 있다. 당연 문재인을 안정과 안보적 측면에서도 믿을만하다고 달리 생각하여 나온 결과다. 아무리 허니문 기간이라지만 이런 대통령이 역대 있었던가. 꿈만 같다. 부디 잘 해주시기를 나는 그날 간절히 소망했다.
26. 대통령 출근 첫 날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선인 확정을 받은 직후 바로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대통령 당선 뒤 첫 공식일정으로 이순진 합참의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북한군 동태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이같이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의장과 3분 가량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참의장은 "전군의 작전태세는 이상 없다"고 첫 지휘 보고를 하면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장 및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비롯해 북한군의 전략·전술적 도발 가능성 등을 설명한 뒤 "우리 군은 적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연 전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0시를 기준으로 취임식 전이라도 모든 군통수권을 이양한다. 늘 그렇게 하니 이는 이야기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전임 대통령 궐위로 인수인계가 형식적이지만 불분명해졌다. 어느 때고 청와대는 중요한 자리이고 위치다. 여기서 청와대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홍은동에 있든 청와대에 있든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행하는 행위 자체다. 그것이 국군통수권자의 권리이며 또한 의무다. 비록 상징적 요식행위지만 취임식을 하고 통수권에 대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안보는 공간적 헛점뿐 아니라 시간의 공백도 허용치 않는다.
그는 9시 반쯤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나오더니 빌라의 좁은 마당에서 경호실 직원들과의 첫 인사를 건네고는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 바쁜 와중에 젊은 엄마의 아기까지 받아서 안아주는여유를 부리고는 새 대통령은 공식적인 첫 일정, 국립 현충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국회로 향하는 길에 연도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도착하자마자 정당 네 곳을 일일이 방문하여 국정운영에 대한 생각과 협조를 부탁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야당 지도자 방문이 “오늘 하루로 그치는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5년 내내 이렇게 야당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고, 한편으로 타협하고 협력하는 그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을 만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당정치와 관련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여당과의 소통이 잘 돼야 합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집권당과 원만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그로 인한 갈등으로 정권 균열까지 초래한 바 있다. 주원내대표의 말대로 여당과만 잘해도 성공적인 국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국회의장실에서 5부 요인을 만나고 바로 시작된 취임선서식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불과 20분 만에 끝났다. 의례적인 행사는 짧게 끝났지만 청와대로 달려가는 내내 차의 선루푸를 열고 일어나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듦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은 계속 이어졌다. 형식에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인 행보로 스킨십을 쌓겠다는 것만 같았다. 효자동에 도착하자 환영하러 나온 주민들과의 또 따뜻한 인사. 그는 1시가 넘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황교안 총리와 오찬을 한다더니 얼마되지 않은 2시 반쯤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비서실장의 인선을 발표했다.
우와! 이게 무슨 일!! 말이 느릿하고 버벅 거리는 것도 없지는 않아 신중하지만 행보는 천천히 또 다지면서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도 달랐다. 일찍이 이렇게 발빠른 대통령이 있었나. 누구를 기용할지 미리 생각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또 아닌가. 인선 발표를 직접하는 것도 이채로운데 때는 왜 적임자인지 인사 목적과 배경까지 즉석으로 설명해주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형식적으로 나열되는 말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말해주니까 듣기만 해도 힘이 나고 신뢰도 생긴다. 더구나 지난 몇 년 동안 프롬프터만 읽거나 대변인을 통해 정해진 말만 하던 사람을 지겹게 보아온 터라, 이 상황이 도대체 꿈을 꾸는 겐가, 영화를 보는 겐가.
당초 생각보다도 더 좋은 대통령을 맞이한 것도 같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는 <일자리위원회 설립>에 대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 정확히 오후 3시30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제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을 하달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면서 취임 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구성,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어놓고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었는데 바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물론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야 제 뜻을 이루는 것이지만. 그리고 다른 비서진도 이어서 내정했다. 이것으로 끝인가. 잠자리에 들려니 또 청와대 이야기가 나온다. 밤 10시 반, 트럼프와 통화도 반 시간 동안이나 했다. 이는 거의 초인적인 행보다. 대선 이전부터 캠프에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테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더니 정도의 ‘속도전’을 방불하는 그의 행보가 차라리 무섭기까지 하다. 듣자니 당선을 대비해 청와대 등에 따르면 50여명의 정권 인수팀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10일부터 청와대에 우선 배치돼 인수작업을 주도했다고 한다.
혹여 뭐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신다하여 역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대수거나 문제는 정녕 아니다. 빈 틈이나 빈 시간은 바로 안보의 큰 구멍과도 같다. 민주당 선거캠프에서 일정ㆍ공보ㆍ메시지를 담당했던 인수팀은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에 머물며 기존의 인수위 역할을 그 후에도 계속했다. 문 대통령 역시 본관이 아닌 여민관 집무실에 주로 머물며 매끄러운 정권 인수에 매진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당선과 동시에 국정을 가동시켜야 했기 때문에 캠프에서 인수팀을 사전에 준비하고 도상훈련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인수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핵심 포스트에 대한 인선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가 10일 지명 발표와 함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에서 대기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면서 "열흘 전 임 비서실장을 통해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면서 인수팀에서 사전에 인선까지 꼼꼼히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캠프에서는 선거 막판 문 대통령의 당선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총리ㆍ비서실장ㆍ국정원장 등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선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인수팀은 청와대 입성 직후 청와대 공무원에 대한 교체도 서두르고 있다. 100여명의 별정직 공무원이 대선 직전 일괄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300여명의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 역시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청와대는 기존 파견 공무원을 조속히 원대 복귀시키고 신규 파견 인력을 추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부처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바로 청와대 조직 개편 안을 내놓은 것 또한 사전에 정권 인수 작업을 마쳤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놀랍지만 당연한 국가 안전이고 나라 사랑이다. 당선되자 광화문으로 나와 그가 국가가 연원하는 개혁과 통합 그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룬다하더니 그의 첫 출근, 국군통수권을 맨 처음 인수받고 그날 밤 트럼프와 안보를 이야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제 1호 개혁 안건으로 선정한 것이니 과연 개혁과 안정을 똑같이 균형추에 매단 것이고 그는 하루사이 이를 모두 포섭한 격도 된다. 이 날은 신나는 봄바람 타고 내 마음도 들떠 마치 우리나라 광복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다가오는 듯 자긍심마저 일었다. 부디 잘해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