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개 도시락. 그것은 아버지와 아들, 두 남자의 약속이었다.'
아내와 이혼한 40대 아버지는 고등학생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간 매일같이 아들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전날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이른 새벽 출근할 때도 거르지 않고 아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든 이는 일본 힙합 밴드 '도쿄 넘버원 솔 세트'의 가수 와타나베 도시미(渡辺俊美·48). 그의 도시락과 이에 얽힌 부자(父子) 이야기를 담은 책 '461개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약속'이 지난달 30일 발매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일본 전역에서 인기다.
와타나베는 2010년 배우 치하루(44)와 이혼한 뒤 홀로 외동아들을 키웠다. 아들은 부모의 갈등에 방황하다 그해 고교 입시에 낙방했다. 재수 끝에 이듬해 고교 입시에 합격한 아들의 입학식 직전 와타나베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아버지의 도시락'이었다.
-
- 최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461개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약속’의 표지(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와타나베 도시미 부자(父子).
처음엔 밥에 매실 장아찌를 넣을 줄도 몰랐던 그는 베란다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지방 공연 때마다 신선한 식자재를 찾아나섰다. 단골 선술집에서 음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아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반찬 열량을 일일이 체크하기도 했다. 실패한 도시락도 "맛있다"면서 매번 깨끗이 비워오는 아들을 보고 그는 "도시락을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 독자들은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요리 책을 읽고 눈물이 난 건 난생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도시락 수필"이라는 호평이 잇따른다.
요즘 일본 사회에서 '아버지의 사랑'은 문화 키워드가 됐다. 작년 9월 개봉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수 250만명, 흥행 수입 32억엔(약 320억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지만 가정에 무심했던 한 남성이 6년간 키워온 아들이 친자(親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부터 서서히 아버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려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개봉해 12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일본 TV에도 아버지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NHK는 1959년부터 방영해 온 어린이 프로그램 '엄마와 함께'를 본뜬 '아빠와 함께'를 지난해부터 방송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버지와 자식이 뛰놀고 노래하며, 출연자가 전국 부자·부녀를 찾아가 응원하는 코너도 있다.
이런 '아버지 열풍'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는 일본 사회에서 부정(父情)에 대한 그리움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가족 내 아버지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하는 아내를 위해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남성이 늘면서 이들을 가리키는 '이쿠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케멘(꽃미남)'에서 유래한 이쿠멘은 육아의 '육(育)'을 일본어로 '이쿠'라 발음하는 데서 파생됐다.
첫댓글 가슴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