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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03
S#1 지수집 서재 (밤)
2회와 연결해서...
재민 근데... 그 12년 동안, 난 항상 지루하고 답답했어.
당신 앞에서는... 남자 정재민은 없었어.
지수 (잔인한 재민 말에 확 굳어서 보는)
재민 당신한테 미안하게 생각해. 결혼이란 약속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치만 의무감 때문에 계속 지리멸렬한 인생 살순 없어.
그건 날 속이고, 당신을 속이는거야.
지수 (울컥하는) 지리멸렬?
재민 (냉정한) 내가 당신하고 뭔가를 나눈다고 생각해? 그런적 있어?
아무 의미 없는 12년이었어, 다인이 외에는.
지수 (억장 무너지는, 헉 터지는 울음 손으로 막고)
재민 ...당신 충격 클거 알아. 하지만 며칠 생각해봐, 생각해보면 당신도
수긍하게 될거야... 짧은 인생이야, 잘못된 길인줄 알면서 그냥
가는거, 어리석잖아. 서로한테.
지수 (눈물 어리는, 너무 엄청난 얘기를 한꺼번에 들은터라 정신없다)
그러니까... 그 여자하고 살고싶어서 이혼... 하자는... 그 얘기야?
재민 아까 당신 눈 보는 순간 알았어. 더 이상 죄짓지 말아야겠구나.
끝내야겠구나.
지수 (너무 기막혀 웃음 섞인 눈물나는) 어떻게, 어떻게 그 끝을 마누라랑
낼 생각을 하니...
재민 또 또 그런다! 제발 당신 기준에서 듣고 판단하지 말란 말야! 여태 내 말
뭘로 들었어!
지수 그 여자가 그렇게 대단해?... 뭐하는 여잔데, 어떤 여잔데!
재민 (망설임없는) 그런 얘긴하고 싶지 않아.
지수 (벌떡 일어서는) 대답해요! 뭐하는 여자야? 언제, 어디서 만났어? 대답해!
재민 당신하고 상관없는 사람이야.
지수 (울컥하는) 상관... 없다구? 내 결혼생활에 끼어든 여잔데 나하구
상관없다구요? 그 여자 강릉에도 왔었잖아!
재민 (어떻게 알았지? 놀라 쳐다보고)
지수 (분노에 꺽꺽대느라 말 제대로 안나오는) 우리 결혼기념일에 당신, 어떻게
그 여잘 데려와서... 나하고 같이, 노천탕에서 당신, 응급실 핑계대고 당신,
어떻게, 어떻게...
재민 (무심코) 같이 가려던 여행이었어! 우리 여행에 끼어든건 당신이야! (아차)
지수 (헉) 우...리?
재민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우리 결혼은 끝났구, 성인답게
조용히 해결하자. 가족들 알아 법석떨게 하지 말구.
지수 (기막히고 또 기막혀서 말문 막혀 멍해지는)
S#2 거실 (밤)
서재에서 나오는 지수. 재민, 안방에서 이불 가지고 나온다. 담담한 얼굴로 지수
지나쳐 서재로 들어가는 재민. 지수, 그 뒷모습에 가슴 찢기는 통증 온다... 이어서 덜덜 떨려오는 손, 올라오는 울음... 어쩔줄 몰라 서있는 지수.
S#3 지수 아파트 외경 (다음날)
와장창 접시 깨지는 소리.
S#4 지수집 주방
싱크대 윗장 열고 선 지수 발옆으로 접시들 깨져있다. 힐긋 보고 접시 맨밑에 넣어둔 쪽지 꺼내드는 지수, 쪽지 편다. ‘세정’ 이름 밑에 핸드폰 번호만 적혀있다.
재민(소리) 그 여자 만나 첨으로 내가 남자구나, 내가 살아있는걸 느껴!
지수, 달달 떨리는 손으로 쪽지 들고 식탁 의자에 앉는다.
핸드폰 집어 들고 버튼 누르다 멈추는데 현관벨 울린다.
S#5 지수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지수와 민수. 민수, 얘기 다 들었다.
민수 (있는대로 오른) 이 인간이 미쳤나, 정말! 그 여자는 자길 살아있게 해주고,
언닌 지루하고 의미가 없어? 언니 그 말 듣고 가만있었니?
반쯤 죽이든지, 아니 아예 죽여버리지 가만 뒀어?
지수 (눈물나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저 사람이 지금 하는 말이 말이야,
소설이야...
민수 기막혀 말도 안나왔구나.
지수 대체 어떤 여자길래 니 형부, 바위 같았던 다인아빨 딴사람 만들었을까?
민수 봤다며, 이쁘고 늘씬하고 그랬다며.
지수 단지 젊고 이뻐서 심장 펄떡거리고 피가 끓는건 아닐거 아냐.
(궁금해 미치겠는) 어떤 여잘까? 뭐하는 여잘까?
민수 (버럭) 언니가 지금 그 기집애 매력이 뭘까, 그거 궁금할 때야?
도대체 언니는 멀쩡한 눈코귀 다 갖고 뭐했니?
진작에 냄새 폴폴 났을텐데 걸 모르고 있다 이렇게 뒤통술 맞어!
지수 (글썽하는, 자조적) 그러게... 나 여태 뭐하고 산거니? 왜 산거니?...
민수 이혼해라.
지수 (놀라서 보는)
민수 (그 반응에 기막혀) 결혼기념일 여행에 기집애 끌어들인 인간하고 살고
싶니, 언닌? 언니하고 12년 아무 의미없다는 인간하고 살고싶어?
지수 (서운한) 쉽게 말하지마. 결혼 생활, 다들 살고싶어서 사는거 아냐.
살아야하니까 사는거야.
민수 그래, 그 지경 당하구두 이혼 꿈도 못꿔야 우리 언니지.
지수 (속상해 꽥) 염장 지를거면 당장 가! 넌 어떻게 동생이란게, (하다가 울먹)
나두 미치겠단 말야...
민수 (얼른 손잡는) 미안해 언니. 하두 열나구 속상해서 그래...
지수 ...엄마한테 절대 말하지 마.
민수 하래두 안해. 엄마 알아봤자 일만 더 커질거 뻔한데 뭐... (짠하게 보고)
S#6 재민 교수실
창가에서 심각한 얼굴로 전화하고 있는 재민.
재민 선약이 몇신데? 그 전에 먼저 좀 보자. 중요하고 급한 일이야.
S#7 석주 사장실
책상에 앉아서 핸드폰하고 있는 석주.
석주 그래 알았어. 그럼 있다 거기서 보자.
김비서 (송이 선물 상자 들고 들어오다 멈칫)
석주 (핸드폰 끊으며 보는) 뭐냐?
김비서 (황당한) 오늘 이의원님댁 가시는 날인데요, 사장님.
석주 아... (알고 있었던, 능청) 오늘이었냐?
김비서 예, 사흘 전에 지시하셨는데요. 오늘 송이 받아오라구요.
석주 (늘 그랬듯이) 할수없네 뭐. (김비서 쳐다보며) 수고 좀 해야겠다.
김비서 (난처하게 보고)
S#8 정선집 거실 (저녁)
열받은 얼굴로 현관에 서있는 김비서 바라보고 있는 정선.
정선 (비아냥 섞인) 갑자기 급한 접대가 생기셨다구, 또?
김비서 ...네...
정선 송인지 뭔지, 내 차에 옮겨 싣고 김비선 가.
김비서 저 그게... 이의원님 쪽에서 걱정하신다고, 꼭 저보고 모시라고 했습니다.
정선 (시니컬한 웃음) 비서 딸려 보내면 우리 부모님이 속으신대?
김비서 (민망한, 얼른 안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내 내밀며) 의원님께 전하시랍니다.
정선 뭐야?
김비서 연말에 필요하실데 많으실거랍니다.
정선 (씁쓸히 받으며) 잠깐 앉아있어요... (침실로 가며) 살림까지 차려준거 아냐?
김비서 (놀라) 그건 아닙니다.
정선 (멈추고 돌아보는) 그건?...
김비서 (당황해서 고개 푹 숙이고)
정선 (기막혀 웃음 나는) 하-
S#9 지수집 서재 (밤)
재민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검색하고 있는 지수.
검색창에 ‘핸드폰 번호로 주소 찾는법’ 써있고 지식질문에서 답변 읽고 있다.
알아낼수 없다는 답변 내용 보고 실망하는데... 그 위로
석주(소리) 뭐? 위자료?
S#10 술집 (밤)
놀란 얼굴로 재민 쳐다보는 석주.
재민 집은 주고 나오겠지만... 따로 위자료 얼마는 챙겨줘야할거 같애서.
대출 나오면 갚을테니까, 우선 니가 좀 만들어주라.
석주 아니 그럼 제수씨도 동의한거야? 서로 합의 끝난거냐구.
재민 아니, 아직 그런건 아닌데,
석주 (웃긴다는) 그럼 이혼하자, 너 혼자 말 던져놓구, 너 혼자 위자료 준비하구
그러는거냐?
재민 동의할거야. 알아듣게 얘기했어. 그거 못 알아들을만큼 어리석지 않아.
석주 너 제수씰 너무 물로 보는거 아냐? 여자 그렇게 단순하지 않어.
재민 그 사람 못 버텨... (자조적인) 내가, 일부러 얼마나 잔인하게 말했는데.
석주 너 이혼하면 남자가 손해야, 임마. 남는 장사 아냐, 그거! 너 눈돌아간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여잔지 모르겠지만, 제수씨 너한테 딱이야.
니가 나처럼 장사꾼이라서 인맥 돈맥 있는 처가가 필요 하냐?
교수 품위에 안성맞춤인 현모양처잖아.
재민 돈 언제 되는지 그거나 얘기해.
석주 우리가 지금 감상에 빠질 나이냐? 감상을 즐길 나이야, 임마.
살면서 허전할수 있어. 아니 허전하지, 어떻게 마누라만 보고 사냐?
그럼 너 지금 하는 그거, 연애, 그거 해! 하면 될거 아냐.
재민 연애 아니라 사랑이야... (하다가) 야, 내가 이래뵈도 지식인 아니냐.
양심 속이고 그렇게 살아 되겠냐?
석주 아 진짜 이 자식 이거 이 꼴통, 대체 누구냐? 범생이 정재민 홀딱
눈뒤집히게 만든 그 여자가!
재민 ...나중에, 다인엄마하고 정리되면 그때 얘기하께.
S#11 피트니스 센터 (밤)
런닝머신에서 달리고 있는 세정, 땀에 흠뻑 젖어있다.
도연(소리) 파티는 파티플래너에 따라서 파티 질이 달라질텐데,
내가 못미더운 사람을 어떻게 소개합니까?
<프래쉬백>
도연 아마 이 정도 차리고 슬쩍 웃으면 남자들 대개 넘어가죠?
세정 (말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도연 근데 난 워낙에 이렇게 튀는 스타일을 싫어해서...
세정 (현재. 생각할수록 분 오른다. 속도 올리고 더 빠르게 뛴다)
S#12 술집 (밤)
들어오는 도연, 스탠드 쪽 보는데 석주 혼자가 아니다.
갸웃하며 석주인지 확인하려고 스탠드로 가까이 가는데...
석주 그러지 말구 니가 맘 잡어. 이혼은 안돼, 임마!
재민 나 이혼할거야, 죽어도 해. 그러니까 그만해라, 어?
도연 (아직 재민이 누군지 모른다. 심각한 얘기에 멈칫 서는)
석주 아 이 자식 진짜 말 안듣네. 백년 천년 가는 사랑이 어딨어?
지금 제수씨처럼 그 여자한테 싫증 안나란 법 있냐?
재민 (확신에 찬, 강한) 그 여잔 다인엄마하고 달라!
도연 (아는척 나서기 불편한 상황이라 다시 돌아서려는데)
석주 (언뜻 돌아보다 도연 보는) 어, 왔구나.
재민 (도연 돌아보고)
도연 (일단 재민에게 목례하고)
석주 재민아, 아까 얘기했지? 구도연이라구 내 대학 후배. (도연에게)
이쪽은 내 죽마고우, (재민 보며) 죽마고우 맞냐, 우리?
재민 (피식 웃는, 일어나서 악수 청하며) 정재민입니다.
도연 (악수하며) 처음 뵙겠습니다. 구도연입니다... (어디서 본듯한, 갸웃하는데)
석주 아차, 도연이 너 촬영간 집, 이 친구 집이야.
도연 (웃으며 악수하다 딱 굳어지는, 재민 다시 보고)
석주 잘됐다, 재민이 너 갈거 없이 같이 한잔 하자.
<시간경과>
스탠드에 나란히 앉은 셋. 석주, 도연 잔에 술 따라주고 있다.
술 받으면서 재민 보는 도연.
프래쉬컷- 병원 앞에서 울던 지수.
- 좀전에 이혼할거야, 하던 재민.
도연 (그래서 그런거구나... 감정 담긴 눈으로 재민 보는데)
석주 (넉살) 너 오늘 내가 왜 술 사는지 알지?
재민 (건성으로 둘 얘기 듣고 있고)
도연 선배는 어디서 그런 못된 애를, (넘겨짚는) 혹시 형수님 몰래 봐주는
여자 아니예요?
석주 (펄쩍 뛰는) 야 야 아냐. 나 아냐, 와이프 쪽 사람이야. 장모님 친구 딸인데,
재민 (술 마시려다 탁 보는)
석주 아, 재민이 너두 봤지? 우리 총동문회 때 파티플래너했던 세정이.
재민 (세정이 얘기였어? 관심 확 가는) 어? 어...
석주 걔가 외교관 아버지에 대대로 부자집 엄마 밑에 무남독녀거든. 워낙에
부족한거 모르고 자라서 좀 시건방지기는 해. 그래도 근본 나쁜 앤 아냐.
도연 그렇게 잘났는데 줄타긴 뭐하러 한대요?
재민 (이 자식이? 울컥해서 보는)
석주 내가 이래서 너 좋아한다. 아니면 아닌거, 선배고 나발이고 지 판단에
아니면 (재민 보며) 목에 칼들어와도 끄떡 안해, 이 자식이.
재민 (궁금한) 무슨 일인데 그래? 세정(이, 하려다)..씨가 뭘 잘못했는데?
석주 내가 얘한테 중간 다릴 부탁했거든. 근데 세정이가 실술 좀 했어.
도연 선배님, 그건 실수가 아니라,
재민 (욱해서 말자르는) 자네가 잘못 봤어. 일 잘하던데, 야무지고
똑부러지고... 예의 바르면서도 활기차게 분위기 주도하고,
아주 좋았어! 자네가 사람 잘못본거 아냐?
도연 (빈정 상하는) 사람 잘 보시나봅니다. 한번 보셨다면서.
재민 (안그래도 기분 나쁜데) 자네야말로 사람 한번 보고 속단하면 되나?
재민(소리) 그 여잔 다인엄마하고 달라!
도연 (그래서 넌 착한 아낼 버리냐? 확 쏘아보며) 본인 판단을 지나치게
확신하시는군요, 정교수님.
재민 (그 눈길에 감정 상하는) 자네 뭐야? 지금 나한테,
석주 (어? 분위기 이상하네? 얼른) 야야 그만들하고 술마셔, 자자. (잔 내밀고)
S#13 정선집 침실 (밤)
침대에 팔짱끼고 앉아있는 정선. 석주, 윗도리 벗고 있다.
정선 당신 오늘 일부러 안온거지? 아버지가 대세건설 사장 소개 안해줘서.
석주 (맞다) 비상금은 받으시지?
정선 (화나는) 울 아버지, 당신처럼 눈치 안 빨라. 사위 왜 안왔는지 모르시구,
사업하다 몸 망가진다구 보약 들려 보내셨어!
석주 비상금 예상하고 보약준비하신거 보면 나보다 한수 위야, 장인어른.
그러니까 정치를 하지 아무나 국회의원 하나?
정선 (베개 확 던지는) 어디서 뒹굴다 와서는!
석주 (피하며 느물느물) 가서 보약이나 갖고와. 세정이 땜에 도연이 만나고,
재민이 자식 이혼까지 말리느라 진 다 빠졌어!
정선 (안믿는) 재민씨가 이혼을 해? 차라리 장인 죽어서 상가집 갔다왔다 그래!
석주 (순간 싸늘해지며, 경고하는) 너무 막나간다, 하정선씨.
정선 (멈칫)
석주 (얼른 다시 능글맞게) 장인어른한테 사위 사랑 좀 하시라 그래.
지역구 주민만 사랑하시냐? 당신 딸 돈방석에 앉아 꽃노래 부르고 사는게
누구 덕인데. (옷 받으라고 탁 던지고)
정선 (받아서 옆에 탁 놓으며) 돈방석에 꽃노래?... 당신 나 안은게 언젠지 기억
이나 해요?
석주 (셔츠 벗으며) 안은거? 아 그거... (웃으며) 당신은 말 참 고상하게 해.
정선 (못견디고) 제발 그만 좀 능글거릴수 없어요? 징그러!
석주 (끄덕없이) 10년 살았으면 시들한거 당연한거고, 부부간 횟수 그거 중요한
거 아냐.
정선 내가 지금 횟수 얘기하는 거예요? 우리가 사업 파트너예요? 우리 부부야!
석주 그래 우리 부분데... 당신은 보통 여자 아니잖아. (욕실로 가며 달래듯)
아니면서 왜 보통 여자처럼 굴어.
정선 (뚝 굳어지고)
S#14 지수집 침실 (밤)
새벽 1시 시계 보며 심란하게 뒤척이고 있는 지수. 밖에서 재민 들어오는 기척
들리고 문 열린다. 얼른 눈감고 자는척하는 지수. 재민, 조용히 들어와서 장에서
이부자리 꺼내들고 나간다. 눈뜨는 지수, 기막히고 원망스런 눈으로 문 본다.
S#15 거리 (밤)
운전하고 있는 도연.
프래쉬컷-남애항에서 핸드폰 셀카 찍다 빠질뻔 했던 지수.
-주민증의 도연 얼굴 확인하던 맑았던 지수.
-지수집에서 쓰러지던 지수.
-응급실에서 남편에게 전화하지 말라던 눈에 고이는 눈물.
도연 (지수의 변화가 맘아픈... 휴... 하며 눈감고)
S#16 세정 회사 사무실 (다음날)
인터넷 공연 예매 싸이트에서 뮤지컬 정보 보는 세정. 한지 봉투 옆에 놓여있다.
S#17 방송국 로비
단정하고 세련된 차림새로 앉아있는 세정. 도연, 온다. 얼른 일어서는 세정.
도연 (다가와서, 석주와 얘기 돼서 온걸로 짐작) 원래 이렇게 성질 급해요?
세정 네?
도연 앉읍시다. (앉으며) 전화해야지, 했는데 알아서 나타나시구.
세정 (앉고, 뜻밖인) 저한테 전화를요?
도연 (모른척하기는? 웃긴다는 듯 보고) 어제 강선배 만났어요. 그쪽한테 성질
부릴만큼 부렸으니까 져달라고 부탁하드라구요.
세정 (웃으며) 그랬어요?
도연 (능청으로 생각) 선배 부탁 두 번 밟을순 없어서 져주기로 하긴 했는데...
담당자가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네. (일어서며) 일단 가봅시다.
세정 (도연 말 똑같이) 원래 그렇게 성질이 급해요?
도연 (보면)
세정 앉으세요. 담당자 소개 받으러 온거 아니니까.
도연 (다시 앉으며, 귀찮은) 강선배가 다시 가보래서 온거 아닙니까?
세정 그 일 포기했어요. 지난번 구피디님 말씀이 다 맞아요. 명색이 프로가
어설픈 아마추어보다 못한 꼴 보이구 프로라고 우겼어요.
동서방송 창립파티, 안합니다.
도연 (예상 밖) 안해요?
세정 안해요. 그건 깨끗이 포기했는데... (가방에서 봉투 꺼내 내밀며) 인간
이하로 구겨진 이미지는 포기가 안되드라구요. 계좌는 적어주고 수리비
청구는 안하시길래 카센터에 본넷 교체비 물어봐서 적당히 넣었어요.
도연 (뜻밖인) 이거 주러 왔어요?
세정 사과도 다시 하구요. 큰건 하나 하려는 일 욕심에 눈이 어두웠어요.
죄송합니다.
도연 (약간 어처구니없어 보다가) 자존심 어지간하시네. (받으며) 받기로
한거니까 수리비도 받고, 사과도 받죠.
세정 액수 확인 안하세요?
도연 (힐긋 보고 봉투 속 본다. 수표 외에 뮤지컬 티켓 두장 들어있다. 빼보는데)
세정 화해를 할려면 확실하게 해야죠.
도연 (이건 또 뭐야? 인상쓰며 고개 들려다 멈칫, 다시 티켓 본다. 그 위로)
프래쉬컷- 1회 68씬에서 지수에게 줬던 티켓 봉투.
세정(소리) 농담이예요. 행사 마친 클라이언트가 준 선물인데 같이 갈 사람은
없구, 하필 딱 오늘 날짜잖아요.
도연 (티켓 보며 생각하는, 혹시 지수가 올지도 모른다...)
세정 (그 망설임... 걸려드는구나, 기대하며) 같이 가주실래요?
도연 (세정 보는)
S#18 식당
식사하며 얘기하고 있는 세정과 재민.
재민 수리빈 받어?
세정 받대.
재민 치사한 놈... 건방지고 유치한 놈이야, 다신 만나지 마.
세정 (눈치 빤한) 구도연 그사람, 날 완전 왕재수 싸가지로 싫어하는데
왜 자꾸 신경을 쓰실까?
재민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아냐, 이제 또 만날 일 없을거 아냐. (먹고)
세정 (은근히 관심 가는, 건성인듯) 구피디 내 얘기 뭐래요?... (핸드폰 울린다.
받는) 네 오세정입니다... (잠시) 꽃배달이요?
재민 (먹다가 무심히 보는)
세정 꽃을 누가 보내는건데요?
재민 (이건 또 뭐야? 확 보고)
남자(휠) 보내는 남자분이 성함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셔서요.
세정 그래요?... (재민의 강한 눈초리 의식) 회사 주소 불러드릴께요.
S#19 심부름센터 사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지수. 책상에서 전화하는 남자 바라보고 있다.
남자 (메모하며) 감사합니다. (끊고 메모지 들고와서 지수에게 준다) 여기요.
회사 주소래요.
지수 (쪽지 받고 가방에서 돈봉투 꺼내 내민다) 감사합니다.
S#20 재민 차안
화난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재민. 세정, 재민의 질투 즐기며 창밖 보고 있고.
재민 누군지도 모르고 주솔 왜 불러줘! 누군지 안 밝혔다며!
세정 꽃을 보낸다니까.
재민 꽃 받자고 주솔 불러줘? 꽃 안받겠다 그럼 간단한걸,
세정 (슬쩍 놀리듯) 내가 왜 거절해야되는데요?
재민 뭐?
세정 일 끝나면 꽃보내고 선물 보내고, 그런 일 부지기순데 뭐.
재민 (더 열 올라 보면)
세정 (웃으며) 어유 우리 아저씨 뿔내다가 벌써 다왔네.
재민 (그제야 얼른 차 세우고 무슨 말인가 하려면)
세정 2시 수업 있다면서요. 한시 넘었다.
S#21 세정회사 건물 앞
주저주저하는 걸음으로 오는 지수, 적당히 후미진 곳에 멈춰서 건물 이름 확인한다.
딱히 세정을 만날 작정으로 온게 아닌, 남편을 쥐고 흔든 세정이란 여자에 대한 미칠 것 같은 궁금증 하나로 온 지수다.
지수, 건물 기둥 쯤에 몸 숨기고 혹시 세정이 나오나... 안쪽 기웃거리는데
그 뒤로 재민차에서 내리는 세정, 재민 쪽 차창으로 돌아가 뽀뽀하고 건물로 온다.
기둥 잡고 이상하게 기웃거리고 있는 지수 뒷모습 무심코 보는 세정.
건물에서 세정 또래 여자 두명 나온다. 지레 놀라서 기둥뒤로 숨는 지수.
세정, 오다가 그런 지수 힐긋 본다.
다시 반쯤 몸 돌려 여자들 살피는 지수 스쳐지나가는 세정.
지수, 여자들 중에 세정 없는걸 확인하고 허탈하게 기둥에 등 기대는데
불쑥 나타나는 세정, 지수 똑바로 본다.
흠칫했다가 세정 확인하고 허걱 놀라는 지수.
세정 (사무적인) 저 만나러 오셨어요?
지수 (너무 놀라서 말못하고 벙한데)
세정 저 만나러 온거 아니면... 궁금해서 보러 오셨어요? 그래서, 몰래(하는데)
지수 (울컥해서) 아니, 오세정씨 만나러 왔어요. (얼른 표정 수습하는데)
세정 무슨 일루요?
지수 (황당한) 무슨 일이라뇨? 나 정재민씨, (하는데)
세정 (미소) 알아요, 누군지는. 그런데요? 무슨 일로 오셨냐구요.
지수 (어이없는) 몰라서 물어요?
세정 (무시) 근데 어쩌죠? (회사 가리키며) 클라이언트하고 미팅이 잡혀있어요.
지수 (동요없이 여유있는 세정에게 점점 질리는데)
세정 저 사회생활하는 사람이예요. (명함 꺼내 내밀며) 다음에 미리 연락하고
오시겠어요? (명함 받으라고 더 내밀면)
지수 (모멸감에 명함 확 쳐내고) 어디서, 내가 당신 고객으로 보여? (파르르)
세정 (차갑게 보는... 천천히 떨어진 명함 집어들다 달달 떨리는 지수 손 본다)
지수 (너무 배짱인 세정에게 안 질려고 표정 당당하려 애쓰고)
세정 (이미 떠는 지수 봤다, 약간 조소 섞인) 그럼 기다리실래요?
지수 뭐라구요?
세정 상대할 남편 집에 두고 남편 여자 찾아오는 와이프... (갸웃하며) 이해가
안되지만, (웃으며) 꼭 할말 있으시면 기다리시든가요.
지수 (기막혀 하- 하는데)
세정 (시계 보며) 그럼 전 바빠서 들어가보겠습니다. (여유있게 돌아서 간다)
지수 (분노와 모멸감에 부들부들 떨며 보고)
S#22 세정 회사 앞 (지수 회상)
또각또각 보란 듯이 뒷자태 뽐내며 걸어가는 세정. 지수, 갑자기 달려가 세정 팔
확 잡아챈다. 비틀하며 돌려세워지는 세정 얼굴 주먹으로 콱 가격하는 지수.
졸지에 맞고 비틀 주저앉는 세정. 그런 세정 위에 올라타는 지수, ‘어디서 감히!’ 하며 남자들처럼 주먹으로 마구 때린다. 정신없이 얻어맞는 세정.
S#23 세정 회사 앞 (현재)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세정 바라보며 주먹만 불끈 쥐고 서있는 지수.
지수, 나오는 눈물 깜빡거리며 참으며 확 돌아선다. 몇걸음 가는데...
세정(소리) 그럼 기다리실래요?
지수 (멈춘다. 헉헉대는 숨고르며 잠시... 천천히 돌아서 건물 앞 벤치로 간다.
가서 앉는다. 오기로 앉아서 기다리고)
S#24 세정 회사 회의실
자료 파일 놓고 클라이언트와 마주앉아있는 세정.
세정 (웃으며)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어요?
고객 그렇긴 한데... 좀전에 말씀하신 영상 자료 좀 볼수 있을까요?
세정 그럼요, (일어서며) 잠깐만 기다리세요.
S#25 사무실
나오는 세정, 정수기로 가며
세정 유리씨, 올봄 태창 컨설팅파티 있지? 그 테입 좀 찾아줘.
창가에 놓인 정수기에서 물 한잔 따른다. 목마른 듯 쭉 마시고 컵 내리며 밖 내다
보다 멈칫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지수의 뒷모습. 설마?... 기웃해서 다시 보는 세정, 지수 확인하고 놀란다. 설마 정말 기다리고 있을줄 몰랐던 세정, 기막히고.
S#26 강의실 앞 복도
걸어오는 재민, 막 강의실로 들어가려는데 핸드폰 울린다.
재민 (보고 반갑게 웃으며 받는) 그새 또 왜?
세정(소리, 싸늘한) 당신 와이프 좀 치워줄래요?
재민 (깜짝 놀라는)
S#27 세정 회사 앞
여전히 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있는 지수, 시계 보면 2시 25분.
건물 올려다보는 지수, 모욕감 짙어진다. 그래 기다린다... 마음 다지는 지수.
S#28 회사 회의실
영상 자료 보며 설명하고 있는 세정,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미소 띤 얼굴.
S#29 회사 앞
3시 가리키는 시계 보는 지수, 점점 참담해진다. 눈물이 어린다... 참으려 애쓰지만
이미 세정에게 기에서 밀렸다.
더 이상 버틸 기력 없어진 지수, 힘겹게 일어서다 다리 후둘거리자 다시 앉는다.
손으로 벤치 짚고 고개 숙인채 터지려는 눈물 참고 있는데 후다닥 뛰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다짜고짜 지수 팔 잡아채듯 일으킨다.
지수, 졸지에 확 끌려 일어나면서 보면 재민이다.
재민 (말없이 지수 잡아끌고 도로에 세워둔 차 쪽으로 간다)
지수 (그제야 사태 파악된, 울컥 올라오는 분노에) 놔! (잡아 빼려하면)
재민 (더 무섭게 틀어쥐고 끌듯이 성큼 간다)
지수 (분노로 뺄려고 몸부림치며 질질 끌려가고)
S#30 지수집 거실
화난 얼굴로 앞서 들어오는 재민. 뒤따라 들어오는 지수 역시 감정의 극이다.
재민 (홱 돌아서며) 당신 미쳤어? 거길 왜 갔어! 뭐하러 갔어! 거기가 어디라고,
아니 거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구!
지수 당신 날 등신 천치로 알어? 12년 같이 산 남편이 어떤 여자 땜에
이혼하자는데, 어떤 여잔지도 모르고 이혼 도장 찍어줄 바보로 보였어?
재민 (낮에 세정 만났던지라) 그래서, 내 뒤라도 밟았어? 그런거야?
지수 (몰아대는데 울컥) 그래! 뒤밟았어!
재민 (기막힌, 경멸) 허! 당신 참 무서운 여자다. 12년을 집만 알고 세상 물정
모르는척, 순진한척 하더니, 그런 면도 있었어?
지수 여보!
재민 뒤를 밟어? 내 뒤밟아 세정이 회사 알아내 뭘 어쩔려구! 간통으로라도
집어넣을려고 뒤밟았니?
지수 간통으로 고소 안해! 그럼 자동이혼이니까! 이혼 안할거니까!
재민 뭐?
지수 이혼 안할려고 그 여자 찾아갔어! 뭘 어쩌려고 간것두 아냐.
그냥 갔어, 가졌다구!... (떨리며 눈물나는) 대체 어떤 여잔지...
재민 (기막혀) 이혼을 안해?... 답답하다 못해 말귀도 어두웠구나, 당신.
지수 (얼른 정신차리고 설득하는) 여보, 한번만 정신차리고 돌아봐줘.
남자들 나이 사십 전후해서 다 인생 허전해한대요. 당신도 그런거야,
권태기, (하는데)
재민 권태기 아냐, 아니라구! 뭐 특별히 좋았던 순간이 있어야 권태기가 있지!
지수 (너무 기막혀 눈물 솟는) 지루했다구? 그 12년 동안 난 얼마나 애썼는데!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데! 당신 편하게, 맘 편하구 몸 편하게 할려구,
집이 젤 좋구나... 그게 내 역할이라 믿구,
재민 (냉정한) 그렇게 해달라고 한적 없어.
지수 (그 냉정함에 기막혀) 다인아빠!
재민 남들 다 나한테 미친 놈이라 그럴거 알아. 당신 예쁘고 살림 잘하고
착하고, 그런 여자 왜 버리냐고. 근데 그렇다고 사랑할수 있는건 아니잖아.
예쁜 순서대로, 착한 순서대로, 살림 잘하는 순서대로 사랑하는게 되니?
다인 (문 열고 들어오다 둘 보고 멈칫)
지수 세상 어느 부부가 사랑으로만 살어? 우리 12년... 우리 집, 우리 다인이.
어떻게 이 모든게 아무것도 아닐수가 있어! 어떻게 한순간에
그 여자가 더 중요할 수가 있냐구요!
재민 나한텐 그래! 그렇다구!
다인 (놀라서 눈 커지는)
재민 이 집 당신이 가져. 위자료도 마련할수 있을만큼 마련할께. 석주한테
벌써 돈 부탁해놨어.
지수 (충격 받는) 당신 미쳤구나, 정말.
재민 그래, 나 미쳤어. 돌았어! 그러니까 놔달라구!
지수 (홧김에) 다인이는! 다인이는 어쩔건데! 그 여자가 다인이도 키운대?
재민 당신 이제보니 유치하다 못해 치사하구나.
지수 (멈칫)
재민 세정이가 다인이 키운다면, 다인이 보낼래?
지수 (그건 아니고, 말문 막히는)
재민 (경멸하듯) 애갖고 장난치지 마. 당신 이러면 더 정떨어져.
지수 나 우리 다인이, 나처럼 못키워! 아버지 없이, 아빠 없이 크게 못해!
재민 다인이 핑계대지 마! 난 당신 아버지처럼 도망치는거 아냐! 이혼해두
다인이 내 딸이구 난 걔 아빠야.
지수 (눈물 주르륵) 여보 제발...
재민 다신 세정이 찾아가지마. (옷집어들다가 다인 보고 멈칫) 다인아...
다인 (눈물 그렁한 눈으로 재민 보고있다)
지수 (놀라서 보는)
다인 (눈물 후두둑 떨어뜨리며) 아빠 바람폈어? 그래서 이혼해?
재민 (확 지수보며) 뭐야, 이게! 문 안잠궜어?
지수 다인아, 아니야... 그게 아니구...
재민 (다인 보기 괴로운, 옷 집어들고 현관으로 나가는)
지수 (매섭게) 나가지마!
재민 (멈칫해서 보면)
지수 (상처받은 딸 외면하고 나가는 재민에게 분노로, 무섭게) 다인이 앞에서
나가기만 해봐, 당신!
다인 (확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지수 당신 다인이 아빠야. 다인이 앞에서 그 여자한테 가는거, 용서 못해.
그 여자 또 찾아가 이번엔 반쯤 죽여놀지 알어.
재민 수업 있어!
지수 이미 늦었어! 수업도 못하고 뛰쳐온거 알아! 오늘 금요일, 당신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수업 있었어!
재민 (지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S#31 다인방
침대에 이불 쓰고 누워서 울고 있는 다인. 지수, 옆에 앉아서 달래고 있다.
지수 정말 별거 아니라니까?
다인 (이불 속에서) 다 들었어! 아빠 이혼한댔잖아.
지수 원래 남자는 다 어린애 같은데가 있어. 넌 니 아빠니까 아닌줄 알겠지만
아빠두 똑같애. 잘못하면 되려 막 반항하잖아, 그런거야.
다인 (계속 울고)
지수 이혼하는 일 없을거야, 절대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알았지?
S#32 서재
서성이며 핸드폰하고 있는 재민. 컬러링 나오다가 받을수 없다는 안내 나온다.
미치겠는 재민, 문 힐긋 보고 다시 전화 건다.
S#33 세정 회사 사무실
커피잔 들고 창가에 서서 밖 내다보고 있는 세정.
세정 골치 아프게 됐네... (쥐고 있는 핸드폰 울리지만 받지 않는다. 짜증스럽고)
S#34 지수집 주방 (다음날)
평소처럼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
다인 (우울한 얼굴로 다가온다)
지수 (아무렇지 않은듯) 아빠두 아침 드시라 그러구.
다인 (멈칫하면)
지수 어서어?
다인 (서재로 돌아서는데)
재민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는)
다인 (막상 보자 뚝 굳어지고)
지수 식사해요.
재민 ...다인아... 아빠가 왜 그러는지 나중에 잘 설명할께. (현관으로)
지수 (기막혀서 보고)
S#35 교수실
전화하고 있는 재민.
재민 정말 미안하다. 대체 어떻게 너에 대해 알았는지 모르겠어, 얘길 안해.
세정(휠) ...회의 들어가야돼요.
재민 그래, 있다 만나서 얘기하자.
세정(휠) 저녁에 약속 있어요.
재민 무슨 약속인데? 취소해.
세정(휠) 중요한 약속이라 취소할수 없구, 것보다 지금 당신 만날 기분 아냐.
당신 대체 처신을 어떻게 했길래, 아냐 됐어. 끊어요. (끊는)
재민 세정아!...
끊긴 핸드폰 보다가 내려놓는 재민. 점점 복잡해져가는 상황 어쩌나... 생각하고.
S#36 마실 앞
쓰레기봉투 들고 나오는 선녀, 한쪽에 놓으려는데
다인, 가게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선녀 (놀라) 다인아, 너 왜 여기서 그러구 있어?
다인 ...
선녀 (앞에 쪼그리고 앉는) 1번 친구랑 싸웠다. 2번 선생님한테 혼났다.
3번 엄마한테 혼났다. 4번, 남자친구랑 헤어졌다. 몇 번이야?
다인 (훅 울음 터트리며) 할머니...
선녀 (놀라) 어머, 다인아. 너 왜 울어?
S#37 지수집 거실
마음 다지려고 더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지수, 걸레로 바닥 빡빡 닦는데
자꾸 힘이 빠진다... 휴... 맥없이 멈춰있는데 현관벨 울린다.
지수 (얼른 일어나 나가며) 다인이니? (문 열면)
선녀 (다짜고짜 지수 등짝 후려치며) 어이구 이 등신, 등신!
지수 (영문 몰라 피하며) 엄마 왜 이래요?
선녀 정서방 바람났다며! 이혼하잔다며!
지수 (멈칫) 아우 아니야. (피하듯 다시 걸레 잡으려면)
선녀 (지수 잡는) 어떻게 된거야? (소파로 끌고 가 앉히며) 어떤 년이야?
언제부터래? 니가 먼저 안거야, 정서방이 분거야?
지수 (버럭) 아니라니까!
선녀 (그 기세에 멈칫, 지수 마음 아는) 꼴에 자존심 세우고 싶니?
지수 (보면)
선녀 (속상해서 해대지만 아픔 담긴) 꼴 좋다! 내가 그렇게 등신 천치처럼
살지 말랬는데, 어? 남편 하나 쳐다보구 사는거, 그거 정말 아니라구.
너 그때마다 내말 자근자근 씹으면서 뭐랬어? 너하구 나하군 다르다며?
에미처럼 안산다며? 난 뭐 니 아버지한테 못했는줄 알어?
지수 (버럭) 그래요! 엄마처럼 안살려고 기를 썼어!
선녀 (멈칫하는)
지수 (울음 섞인) 엄마처럼 안살려구, 엄마하고 정반대루 했는데 똑같은 꼴
당했어! 시원해요? 고소해요?
선녀 (울음 터지는) 아이구 이 기집애야! 너 이제 어떡할래? 정서방이나
니 아부지나 성질머리 엎치락뒤치락이야. 그런 인사들 한번 헤까닥하면
뵈는게 없는데 이 일을 어째, 이 일을...
지수 그만해요, 내가 알아서 할께요.
선녀 니가 알아서 하기는 뭘 알아서 해? 남잘 알어 니가?
지수 정서방만 알면 되지. 정서방은 알아. 그러니까 그만 가세요.
선녀 (자기 걱정 안받아주는 서운함에 어깃장) 아이구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혼자 잘났으면서 이혼은 왜 당해?
지수 엄마!
선녀 그러니까 조근조근 얘길해보란 말야. 정서방이 어쩌다 이혼말을 꺼냈는지,
지수 (못견디고 벌떡 일어서는, 침실로 가는)
선녀 지수야!
지수 (문 쾅 닫고 들어가고)
S#38 침실
미칠 것 같은 기분에 되는대로 막 찾아입은 지수, 장에서 아무 가방이나
집어드는데 여행 때 들었던 가방이다.
S#39 거실
나오는 지수.
선녀 (놀라) 너 어디가?
지수 (식탁으로 가서 지갑 들어 가방에 넣으며) 가세요, 약속 있어요.
선녀 니가 약속이 어디 있어? 평생 없던 약속이 오늘 있어?
지수 (현관으로 나가고)
선녀 (일어나 쫓아나가며) 대책마련을 해야지 나가긴 어딜 나가!
S#40 정류장
나오긴 나왔지만 목적지 없는 지수, 정처없는 기분으로 서있다.
흔들리는 눈으로 이쪽 저쪽 쳐다본다. 버스 오자 무작정 타는 지수.
S#41 버스 안
차비 내려고 지갑 찾는 지수, 지갑 꺼내드는데 도연이 준 티켓 딸려 나온다.
S#42 까페
찻잔 놓고 마주앉아있는 세정과 정선. 세정, 작은 포장 상자 내민다.
정선 (받으며) 뭐야?
세정 낼 모레 언니 생일이잖아. 생일은 당연히 형부랑 지낼테니까.
정선 영화에 선물에 미리 호강이다. 고마워. 이럴줄 알았으면 저녁 먹을걸
그랬다. 오랜만에 너하구 술 한잔 할걸.
세정 저녁에 약속 있다니까.
정선 아참 그랬지? (보며) 제법 차려입었는데 뭐 보러 가니?
세정 어, 뮤지컬.
정선 누구, 애인이랑?
세정 동키호테 자식, 구도연.
정선 진짜? 정말 놀랍다 세정이 너. 어느새 진도 나간거야?
세정 진도까진 아니구, 뮤지컬 같이 보기로 했음 꼬리 내린거 맞지?
정선 (끄덕이며) 도연씨 의왼데? (갸웃하고)
세정 그래봤자 남자지 지가. 단순 또 단순. 남자들 특징이잖우.
(무심코) 언니 나 어때? 옷이 좀 튀지 않나?
정선 (눈치 빠른) 왜 신경을 써? 너 관심 생겼구나.
세정 어우 아냐. 양다리 취미 없어. 나 지금 연애중인거 몰라?
정선 (자기 입장에서) 근데 너... 그 와이프 입장에서 생각은 안하니?
세정 사람들 기혼자하고 연애하면 그러드라? 그 상대 여자든 남자든, 암튼
상대방 생각 안하냐구.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엔 피눈물 난다구.
정선 그러니까, 그런 생각 안하냐구, 넌.
세정 모르는 여자 생각까지 해줄만큼 인간이 너그럽나?
타는 내 마음 누르고, 모르는 여자 마음 걱정을 해? 위선이야, 그거.
정선 안보면 죽어버릴정도로 좋은거 아님 빨리 끝내.
세정 사실 끝낼때 됐다 했는데... (지수 생각나는) 지금은 아냐.
지금 보내긴 싫어졌어.
S#43 예술의 전당 일각 (저녁)
적당한 곳에 서서 혹시나 지수가 오나?... 오는 사람들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도연.
저만치서 오던 세정, 그런 도연 보자 멈춘다.
시계 보는 도연, 공연시간 임박했다. 초조하게 둘러보는 도연의 반응을 자기 기다리는걸로 착각하는 세정. 그러면 그렇지... 만족한 웃음 띄고 도연에게 간다.
세정 뭘 그렇게 기다려요? 설마 공연 못볼만큼 늦을까봐요?
도연 (세정 보는, 자기가 세정과 약속했음을 느끼고) ...왔어요.
세정 들어가요, 시간 다 됐어요. (앞서 들어가고)
도연 (다시 둘러보고 간다. 가면서도 다시 돌아보는)
S#44 뮤지컬장
들어오는 세정과 도연, 막 자리 찾아 앉는다.
두어줄 앞쪽에 앉아있는 지수, 옆자리는 비어있다.
도연, 티켓 기억 더듬어 지수가 있음직한 자리 기웃거리는데 불 꺼진다.
공연 시작되고... 세정, 힐긋 도연 보면 도연, 앞만 보고있다.
<시간경과>
신나고 경쾌한 뮤지컬 공연 중이고... 무대 위 조명 밝아졌다.
공연 멍하니 보고있는 지수. 주인공 남녀 배우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정도에서...
재민(소리)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당신 사랑한적 없어.
프래쉬컷- 세정 회사 앞에서 무자비하게 끌고 가던 재민.
재민(소리) 위자료도 마련할수 있을만큼 마련할께. 석주한테 벌써 돈 부탁해놨어.
지수 (서글픔에 눈물 툭 떨어진다)
도연 (어느 순간 빈자리 옆의 지수 옆모습 언뜻 본다. 어? 보는)
세정 (뮤지컬 보며 웃는데)
도연 (갑자기 일어나 지수 옆자리로 간다)
세정 (뭐야? 영문 몰라 보는데)
도연 (지수 확인하고 빈자리에 앉는, 작게) 혼자 왔어요?
지수 (눈물 범벅인 눈으로 돌아보다 화들짝 놀라는)
도연 (역시 울고 있던 지수 보고 놀라는데)
지수 (너무 당혹스런 상황에 어쩔줄 모르다 손으로 눈물 닦으며 나가버리고)
세정 (어둠에다 손으로 가린 지수 미처 못 알아보고 벙해서 보는데)
도연 (뒤이어 지수 따라 나간다)
세정 (황당하게 돌아보는데)
S#45 뮤지컬장 앞 (밤)
뒤늦게 뛰어나오는 세정, 저만치 도망치듯 빠르게 가고 있는 지수와 뒤따라가는
도연 뒷모습 본다. 너무 황당한 상황 기막혀서 보는데 점점 열이 오른다.
자신은 내버려두고 어떤 여자를 따라가는 도연의 뒷모습을 보고 섰는 세정, 질투심에 열패감에 기분 묘해진다. 막 시야에서 사라지는 도연... 핸드폰 울린다.
도연인가 싶어 얼른 핸드백 뒤져 핸드폰 꺼내서 보면 ‘정재민’ 떠있다.
자기도모르는 낙심으로 밧데리 확 빼는 세정.
S#46 예술의 전당 앞 거리 (밤)
바닥까지 비참한 기분으로 멍하니 걷고 있는 지수, 어느 순간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 의식한다. 어둔 밤이라 본능적으로 두려워진 지수, 차마 돌아보지는 못하고 걸음 빨리하면 같이 빨라지는 발걸음. 더럭 두려워진 지수, 뛰려는데
도연 (소리, 능청) 밥이나 먹읍시다!
지수 (놀라 돌아보면)
도연 아무리 걸어봤자, 다리만 더 아파요. 맘도 아픈데 다리까지 아프면
더 서럽지.
지수 (황당해서 보면)
도연 거기다 배까지 고파봐요, 야... 진짜 눈물나겠다.
지수 (뭐야? 심정 상하는) 왜 그러세요?
도연 (넉살좋게) 배고파 죽겠는데 계속 걷기만 하잖아요.
지수 (또 들킨 무안함에) 그러게 누가 따라오래요. (얼른 돌아서 가면)
도연 윤지수씨!
지수 (자기 이름에 놀라 멈칫 서는)
도연 음악에 춤에 웃는 사람들 속에 숨어 몰래 울려그랬는데,
그거 들켜서 화나요?
지수 (무안해서 보면) ...
도연 (와서) 다 들켰어요 벌써. 한두번 들켰나? 이제와서 뭘 체면을 차려요?
지수 (황당하지만 맞는 말) 참 사람 무안하게 만드네요, 구피디님.
도연 구도연이예요. 병원에서 내가 얘기했죠? 우리 여행에서 만난 친구라구.
기억 안나요? 지수씨 내 등에도 업혔었어요. 것두 기억 안나요?
지수 (넉살에 헛웃음 나오는) 기억나요, 그만 해요.
도연 그럼 갑시다. 고픈 배도 풀고, 아픈 맘도 풀고.
지수 마음이란게... 어떻게 하면 풀리는데요?
도연 쏟아내면 되잖아요. 화, 눈물, 울화, 슬픔, 서러움, 두려움...
마음에 꽉 차있던것들 쏟아내면 한결 가볍지 않겠어요?
지수 뭘하면 쏟아지는데요?
도연 뭐하고 싶은데요? 춤, 노래, 술, 고성방가, 드라이브...
지수 (불쑥) 술 마시고 싶어요.
S#47 양수리 카페촌 외경 (밤)
S#48 바 (밤)
스탠드에 나란히 앉은 지수와 도연. 도연, 스트레이트 잔에 술 따르고 있다.
작은 잔 들어 얼음 담긴 잔에 옮기려는데 막는 지수.
지수 그냥 마실래요.
도연 너무 쎄서 안돼요.
지수 이렇게 마셔본적 있어요. 속 확 뜨거워지는게 괜찮았어요.
도연 (말리려다 자기 잔에 따르고)
지수 (한잔 쭉 마시는) 으... (다시 잔 내밀고)
도연 (다시 따라주고)
S#49 다른 바
스탠드에 앉아서 스트레이트 쭉 마시는 세정. 또 따라 마신다.
프래쉬컷- 공연장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던 도연의 기색.
여자 쫓아 정신없이 나가던 도연.
티켓 보다가 멈칫했던 도연.
세정 (혼잣말) 그 여자 때문이었어?... (끓는 질투와 열패감... 또 따라 마시고)
S#50 바 (밤)
술 몇잔에 취한 지수, 술기운에 자꾸 눈물이 나려한다. 참는데...
도연 (안쳐다보며) 보이던 사람한테 몰아서 보여요, 챙피한 꼴.
지수 (물기 어린 눈으로 보면)
도연 (진심인)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고... 난 괜찮으니까.
지수 ...난 그냥... 다 잘하고 싶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도연 잘했어요.
지수 어떻게 알아요?
도연 보면 모르나? 한번만 봐도 다 알아요, 지수씨가 어떻게 했을지...
(안쓰런, 감정 담아 보는)
지수 (위로에 눈물 가득해지는)
도연 (가슴 아파지는)
지수 (못견디고) 저기요... 나 그냥 좀... 울어도 돼요?
도연 (그 말에 찡해지는) 벌써 울고 있어요.
지수 (그말에 피식 웃는데 고였던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도연 (덜컥 가슴 아픈, 흔들리고)
지수 (얼른 고개 돌리며 숙인다. 참았던 울음 보따리 터진다... 작게 흑흑
참으며 소리 없이 우는)
도연 (지수 안아준다) 소리내서 울어요, 크게...
S#51 세정집 앞 (밤)
차 안에 앉아서 담배 피며 세정 기다리고 있는 재민, 음악 틀어놓고...
택시 와서 서고 세정, 만취 상태로 내린다. 어? 하고 얼른 차에서 내리는 재민.
세정, 한두 걸음 걷다가 다리 풀려 주저앉는다.
재민 (얼른 뛰어가) 세정아! (부축해 일으키는)
세정 (거의 정신 못차리는 상태)
재민 어디서 이렇게 마신거야? 어? (거의 끌어안듯이 부축하는데)
세정 (도연에 대한) ...나쁜 자식...
재민 (멈칫하는, 자기에 대한 원망으로 듣고 맘아파) 미안하다...
세정 (안긴채) ...니가... 그랬어? 나한테... 나를... 나쁜 놈...
재민 (더 안으며) 그렇다고 이렇게 마셨어... (데리고 들어가고)
S#52 지수집 앞 (밤)
초조하게 서서 핸드폰하고 있는 민수,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민수 미치겠다, 정말... (애타서) 언니 대체 어딨는거야!
저만치서 오고 있는 자동차 불빛 보인다. 택신가? 기웃해서 보는데
도연 차 와서 멈춘다. 아니구나... 다시 다른 쪽 보는데
내려서 옆좌석에서 지수 부축해서 내리는 도연.
민수 (무심히 힐긋 보다가 놀라 달려가는) 언니!
도연 (지수 부축한채 돌아보는)
민수 (낯선 남자에 놀라) 당신 누구야!...
도연 다행이네요, 어떻게 들여보낼까 했는데.
민수 (얼른) 누구세요? 우리 언니 왜 이래요? (지수 부축하는)
도연 내일 지수씨한테 물어보세요.
민수 (지수씨? 놀라서 도연 다시 보고)
S#53 지수집 침실 (밤)
잠들어있는 지수. 민수, 옆 협탁에 메모 놓고 지수 본다. 휴... 숨 내쉬며 보는데
눈가에 눈물 자국 얼룩져있다. 글썽해서 눈물 자국 만져보는 민수.
S#54 지수집 외경 (다음날, 새벽)
S#55 지수집 거실
어제 옷 그대로 주방에서 물 마시는 지수, 잔 내려놓는다. 그 위로...
민수(소리) 다인인 우리 집에서 자고 학교 갈거니까 걱정말고 자.
지수 (입은 옷 내려다보는, 나가서 침실로 가려다 서재로 간다.
서재 문 열어보면 텅 비어있다. 안 들어왔구나! 놀라고...)
S#56 세정집
슬립 차림의 세정, 숙취로 속 아픈 듯 찡그리다가 눈뜬다. 일어나 앉다가
옆 보고 허걱 놀라는 세정. 상반신 벗은 차림으로 잠들어있는 재민.
어떻게 된건가?... 기억 더듬는 세정, 시계 보면 8시... 낭패스럽다.
<시간경과>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는 재민, 알람 끄고 일어나 앉는데 세정은 없다.
‘세정아!’ 하다가 보면 시계 옆에 메모 놓여있다. 집어드는 재민.
세정(소리) 먼저 출근해요.
재민 (너무 단촐한 문장에 어리둥절해지는)
S#57 지수집 거실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 눈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지수... 잠시... 이윽고 눈뜬다.
뭔가 결심한 듯 핸드폰 집어드는 지수.
S#58 세정 회사 사무실
서류 보고 있다가 핸드폰 울리자 보고 받는 세정.
세정 네 오세정입니다.
지수(휠) 나 윤지수예요.
세정 누구요?
지수(휠) (또박또박) 정재민씨 아내, 윤지수요.
세정 (확 굳어지는)
S#59 까페
들어오는 세정. 지수, 창가에 앉아서 들어오는 세정 본다.
단정한 차림에 화장까지... 어제와 차림새도 표정도 사뭇 다른 지수.
그런 지수 보며 당당하게 다가가는 세정.
시선 피하지 않고 다가오는 세정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지수.
프래쉬컷- 3회 30씬에서의 경황없고 혼란스런 지수 모습.
세정 (그때와 다르네? 마음 다지며 지수 앞으로 가고)
지수 (동요 없이 세정 보고)
세정 (앞에 앉는)
지수 (표정 태연... 하지만 잔뜩 긴장해서 손에 힘주고)
세정 (미소 띄며) 또 오실줄 몰랐는데요.
지수 열번 백번 찾아올수 있어요. (협박의 의미) 회사든 집이든.
간통으로 넣을수도 있어요.
세정 (어라? 이 여자 봐라... 일순 표정 굳어지고) 그래요?
지수 그래요. 남의 남편하고 놀아나면서 그 정도 각오도 안했어요?
종업원 (메뉴판 들고 오다 심상치 않은 대화에 오다가 멈칫)
세정 (감정 확 오르는, 지수 또렷이 보고) 저 만나잔 용건이 그거예요? 댁의
남편하고 놀아났으니까 회사든 집이든 찾아와 망신 주겠다.
지수 (나름대로 준비하고 왔다, 달래듯) 그런 일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두사람 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나 이혼 안할거구, 그럼 결국 아가씨만
상처받고 끝, (하는데)
세정 (힐긋 종업원 보는) 인정씨! (오라고 손짓)
지수 (돌아보면)
종업원 (주춤주춤 다가오고)
세정 주문 안 받고 뭐해? (천연덕) 키위 안 시지? 난 키위 주스. (지수에게)
뭐 드실래요?
지수 (얘 뭐 이래?...) 커피요.
종업원 (가면)
세정 말씀 계속하세요.
지수 (울컥하는) 왜 그렇게 당당해요? 남의 남편하구 놀아난 주제에!
세정 (발끈해서 봤다가, 차분하게) 길게 얘기할 시간 없거든요? 중요한 볼일
있어요. 용건 남았으면 마저 하시죠. 아까 이혼... 뭐라고 하셨는데?
지수 (평정 잃은) 나 이혼 안한다구, 그러니까 회사에서 개망신 당하고 간통으로
부모 가슴에 못박고 싶지 않음 당장 정리하라구요.
세정 (싸늘한) 이혼 하란 적 없는데요.
지수 (황당한) 합의없이 다인아빠가 이혼하재요? 혼자 이혼하고 아가씨하고
살고 싶어해요?
세정 (확인하는) 정재민씨가, 나하고 살거래요? 살기로 했다고 했어요?
지수 (그건 아닌) ...이혼하재는데... 몰랐단 말예요?
세정 (그랬구나...) 이혼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쪽 부부 이혼 바란적도 없구요.
더구나 정재민씨하고 살 생각, 안해봤어요, 한번도.
지수 (상황 파악하느라 잠시 멍...)
세정 저하고 볼일 끝났죠?
지수 (일순 안도감에) 우리가 이혼하기 바라는거 아니라면, 그럼... 우리
그이하고는, 정리... 할거죠?
세정 (반격 시작) 정리... 정리 할때 되면 하겠죠, 언젠간.
지수 (놀란) 계속 만나겠단 말예요?
세정 법적인 권리자라고 찾아와서 만나지 마라, 그런다고 헤어지진 않아요.
지수 (울컥하는) 아가씨 땜에 우리 가정이 깨질수도 있어요.
세정 (웃으며) 누가 가정을 깨요? 나 그쪽 가정에 관심 없어요.
좋아하게 된 남자한테 가정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랑하게 됐어요.
그거 뿐이예요.
지수 (더 열받는) 아가씨가 사랑한다는 남자가!... 내 남편이야.
세정 (조소) 아줌마 가정이 정재민씨 사랑으로 이뤄졌어요? 사랑해서 한 결혼
아니라고 들었는데.
지수 (그런 얘기까지? 충격에 뚝 굳어지고)
세정 처음부터 없던 남편 사랑을, (웃긴다는듯) 왜 나한테 돌려달래요?
지수 (모멸감에 질려서 쳐다보고)
세정 (냉정한) 내가 아주머니 남편을 뺏었어요? 남편 마음을 뺐었어요?
재민씨 마음이 당신한테 있었나요?
지수 (부들부들 떨리는) 어떻게 그런, 말이라고 하면 다 말인줄 알아요?
아가씨 땜에 이혼하재는데, (하는데)
종업원 (커피와 키위 주스 가지고 와서 눈치 보며 조심스레 놓아주고)
지수 (종업원 오자 챙피함에 얼른 고개 돌리고)
세정 고마워. (주스 들어 쭉 마시고)
지수 (씨도 안먹히는 세정 당당함에 되려 겁나는, 세정 보면)
세정 (잔 내려놓으며) 난 정말 그쪽처럼, 남편 여자 찾아와서 따지는 와이프들
참 웃겨요. 자기 남편 맘도 못잡으면서, 생판 모르는 여자 찾아와 왜
따져요? (기막힌듯) 거기다 협박까지. 따지든 싸우든 사정을 하든...
남편하고 해결하시죠.
지수 (확 쥐어뜯고 싶은 충동에 손 움찔하는데)
세정 이러는거, 재민씨가 알면 더 역효관데, 그런 생각은 안해봤어요?
지수 (멈칫하고)
세정 (가방 챙기며)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일어나서 나간다)
지수 (연타 얻어맞고 멍해서 세정 뒷모습 본다. 더럭 겁나고)
S#60 까페 앞
세정, 한쪽에 세워둔 차문 막 여는데
지수 (다급하게 쫓아나오며) 잠깐만요!
세정 (멈칫, 돌아보면)
지수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애원하는) ...부탁합니다... 세정씨가 정리해줘요.
세정 (멈칫해서 보는데서 엔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