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New York에 가게된다. 용감하게 휴가를 내고, 아내와 딸과 함께 아들이 있는 곳에서의 가족상봉을 밀어부친다.
1월초에 시작되는 새학기부터 파리캠퍼스로 옮겨서 공부하게된 아들녀석이 가족이 한번도 와보질 않는다고
오랫동안 성화(?)를 부린 탓에 온 식구가 고무된 터에, 막내의 대학입시도 잘 마무리 된 김에 무리수를 둬가면서 일을 추진한다.
하긴 이들 놈이 내년 여름에는 집으로 돌아와 병역을 마쳐야 하니까 이번이 아니면 가 볼 기회도 딱이 마땅치 않을 터였다.
비행기 티킷은 3개월 전에 미리 싼 걸로 끊어 놓구선, 시치미를 떼고 기회를 보아왔었는데, 다행스럽게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졌다.
회사의 중요한 행사들이 모두 비껴갔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 부임한 상사께서 잘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맙게
흔쾌히 승락을 해 주신 덕에 크리스마스를 끼워서 한 주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일 일요일. 출발은 순조로웠다. NorthWest의 한국인 여직원이 좌석을 조정해 줘서 인천-도쿄는 나 혼자 조금 떨여져서 갔지만,
도쿄-뉴욕행은 세식구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약 13시간을 날아가게 되었다.
나중에 돌아 올 때는 세사람 모두 좌석이 흩어져있는데, 좌석을 바꾸려면 1인당 $50을 내야 한단다.
그래서 $100을 지불하고 아내와 딸의 좌석을 붙여서, 그리고 나는 인접한 사람과 자리를 바꿔서 모두 함께 오게 했다. 아! 자본주의!!
NorthWest와 Delta가 합병돼서 비행기편이 합쳐서 합동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뉴욕으로 갈 때는 Delta비행기를 타게된 것이다.
인천이나 도쿄에서 미 동부지역으로 가는 비행항로는 알루샨 열도를 지나 알래스카를 거쳐 카나다와 오대호를 지나
미 동부지역으로 가는 게 내가 아는 상식으로 맞는데, 알래스카를 지나면서 비행기가 예정궤도를 벗어나 자꾸 아랫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면서 예정 도착시간도 현지 오후 1시경이었던 것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다.
참다 못해 승무원에게 물으니 모른단다. 컴퓨터가 고장이라도 난 것인가????
비행기가 착륙하기 한시간 전쯤에서야 기장이 기내방송으로 뉴욕 JKF공항이 폭설로 폐쇄되었고,
우리 비행기는 아틀란타에 착륙한단다. 그러고는 또 아무 말이 없다. 어떻게 해 주겠다든지, 앞으로 어찌어찌 하라든지....
또한 승객 모두들 별 반응이 없다. 당연한 거고, 비일비재 하다는 눈치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워 지는데, 아내는 앞으로 어찌되는 건지 계속 내게 채근을 한다.
20일 오후 1시경 아틀란타 공항에 착륙하고, 입국입사를 마치고 나오니 2시가 조금 넘었다.
아들녀석은 계속 전화를 안받고, 자꾸 Voice Mail로 넘어가는데, 무척 신경이 쓰인다.
뉴욕행 승객들을 입국심사장과 Transfer 지역 중간에 있는 화물을 찾아서 다시 부치는 지역에 줄을 세우는데,
거기에 Delta의 re-check 데스크가 있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 그런지 내 좌석이 비행기 안쪽 깊숙히 박혀서 비행기에서 나와 모든 수속을 밟는데 뒤처지게 돼 있는데,
줄을 서고보니 한참 뒤에 서게 된다. 거기서 기다리기 시작해서 내일 뉴욕행 비행기 티킷을 확정하는데 6시간이 걸리게 된다.
저녁 8시 20분....
화장실이 급한 딸이 발을 동동 굴러도 오갈데 가 없다. 잠깐 다녀오겠다고 해도 안된단다.
한참을 지나서야 아들녀석이 공중전화로 내게 연락이 닿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대전화가 고장이 났단다.
이들 녀석은 공항을 여러번 헤메다가 몇 번의 통화로 시간이 걸릴 듯하니 집에가서 기다리다가 결국 모든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6명 정도가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늘 그렇듯 일처리 솜씨는 마냥 하세월이고,
내가 놀란 것은 어느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고 잘 참고 기다린 다는 점이다.
익숙한 자연재해이고, 당연하다는 식이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친절한(?) 안내로 21일 오후 2시 5분 비행기 예약증(confirm!)과 인근 호텔 할인증서, 그리고 인당 $7까지의 한끼 식사 쿠폰을
받아들고 Atlanta 공항을 나선다. 셔틀버스를 타고, 인근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으니 밤 11시.
그렇게 야심차게 출발한 여행의 하루를 보낸다. 많은 일을 경험했다.
다음 날, 21일(월).
아침 먹고 10시 반쯤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하는데, 이번에는 원래 NorthWest티켓인데 Delta를 타니깐
NorthWest에 확인을 해야 한다며 전화통을 붙잡고 시간을 끌기 시작한다. 5분, 10분...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옆을 지나가던 흑인 여자- 아마 manager인 듯 했다 - 가 무슨 일이냐고 묻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티킷을 끊어주라고 명령(?)한다.
그제서야 티킷이 발행되고, 내 옆을 지나치던 그 흑인여자에게 눈웃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니
이 뚱뚱한 아줌마 슬쩍 윙크하며 웃고 지나친다. 화가 풀렸다.
아들이 뉴욕에 오면 꼭 봐야 한다며 Musical "Billy Elliot"을 예약해 두었는데, 21일 저녁 8시 것이다.
2시 5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4시 45분에 도착하면 무난하게 45번가의 Imperial Theater에 도착 할 수 있으련만,
한번 어긋난 심술은 계속 심통인가 보다.
비행기는 정확하게 오후 5시에 JFK공항에 안착했는데, 활주로에서 터미날에 연결되는데 traffic jam이 걸려서 30분을
비행기 안에서 대기... 짐을 찾고 마중나온 아들과 함께 택시를 잡으니 오후 6시 20분.
아들이 인터넷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임대해주는 집을 1주일에 $1,200로 얻어 놨는데, SOHO지역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다.
택시로 숙소에 들러 짐을 던져놓고, 그 택시로 45번가에 도착하니, 8시 05분. 택시 요금을 팁을 포함하여 $200을 뜯겼다.
오는 첫날부터 바가지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다.
극장에 입장하니 뮤지컬은 막 시작되었고, 맨 뒤에 잠깐 서서 보다가 장면이 바뀌는 틈새에 안내원이 좌석을 안내해 줘서 제대로 보았다.
2000년경에 연화로 개봉된 적이 있는 영국의 유명한 남성 발레리나를 모델로 한 뮤지컬인데, 아들 놈이 꼭 봐야한다고 우긴 이유를 알만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산전수전 겪어가면서 입성한 뉴욕은 무척 춥기는 했으나, 뮤지컬을 시작으로 만끽 분위기로 반전된다....
첫댓글 미국에서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그 정도라면 미국 여행 마음 놓고 갈 수 있겠나요?
고생한 느낌이 와 닿는다.... 한국에 별일 없으니 푹 쉬다가 와라
우리가 급한거여 그넘들이 여유가 많은거여? 담 얘기 기대하며
우와! 생생한 현장보고서 같네요. 고생하셨겠지만 계속 기대됩니다.
힘들게 입성하셨는데, 계속되는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구웃 사진 올리고 글도 올리고... 역쉬~ 회장님은 센스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