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페루와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느긋하다.
일곱시가 넘었는데도 사방이 조용하다.
옆방에 자고 있는 멕시칸 부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자동 인체 자명종으로 일어났지만
잠시 시간이 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인기척이 들리며 그들이 잠에서 깨었다.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불편한것은 없었는지 두 부부가 우리를 챙기기에 바쁘다.
불편하기는커녕 너무 편해서 내 집에서보다 더 잘 잤노라하니 금새 얼굴에 웃음을 띤다.
우리 곁에서 늘 그림자처럼 같이하며 친절을 베풀어 줬던 멕시칸 부부
다른 멕시칸가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들 부부의 아침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따코에 과일주스, 과일 셀러드, 씨리얼등 아침을 커피한잔으로 간단하게 하는 내게는
신기하게까지 보인다.
물론 한국 살때는 한상 가득 밥을 먹기도 했지만 이젠 벌써 먼 옛날이야기가 된지 오래
같이 아침 먹을것을 권하는 그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입으로 넣긴 하는데
습관이 안되서인지 이른아침의 맛은 잘 느낄수가 없다.
아침을 마친 아저씨는 열시가 되니 회사로 출근하고 우리와 아줌마는 멕시코 시내구경을 위한 채비를 서둘렀다.
교통체증을 감안해서 뜨람비야와 전철로 시내까지 가기로 하고 전철로 갔다.
전철을 타면서 나는 몇해전에 느꼈던 파리의 지옥철을 떠올리고 말았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출발과 정지를 하는 한국의 지하철과는 달리 파리의 지하철이나 멕시코의 지하철은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마치 튕겨져 나갈듯이 요란스럽게 정지도 출발도 한다.
그 모습에 내가 꼭 파리의 지하철을 탄 느낌이라 했더니 아줌마가 깔깔거리며 이 지하철이 파리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띠 ~용 그럼 파리의 지하철 특성 때문이란건가? 여하간 멈추고 출발할때마다 본의아닌 트위스트를
추어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다보니 시내중앙 소깔로 광장에 우린 도착을 했고 그곳에서 멕시코의
모습을 보게된다.
소깔로 중앙광장에 걸려있는 큰 멕시코 국기, 소깔로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뭐라고 큰소리로
외쳐대는데 무슨일인가 했더니 나라에 대한 불만내지 자신들의 요구를 분출하는 방법으로 그렇게
거의 매일 데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다.
데모하면 과격한 것을 떠 올리는 내 기억속의 데모와는 달리 그저 구호 몇번 크게 외치고는 자진해산을
하는 그들을 보니 문화가 달라도 많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몇백년의 세월의 겹을 입고 있는 대통령궁이나 대 성당, 우체국 모두 지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화려한 우체국 건물안을 들어가니 그 화려함이며 잘 보존된 건물, 그리고 지금까지도 업무가 계속되고
있는 그들을 보니 부럽기까지 했다.
자꾸만 현대식으로 화려하게 얼마나 더 크게 더 높게 꾸미는 우리와는 달리 옛것을 보존해서 현재까지
사용하는 그들의 정서가 내겐 낯설기까지 했으니 너무 현대문명에 깊숙히 맛이 든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멕시코 시내를 두발로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옆에 아이가 배가 고프니 맛있는것좀 먹자고
그래 뭐가 먹고 싶니 하니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에~고 페루 삐우라 촌놈이 패스트 푸드 간판을
보니 눈이 둥그래진다.
한국에서는 아니 각 나라의 수도에서는 아주 흔한것들이 그 아이한테는 귀한 존재였다는것을
오후 네시가 넘었는데 패스트 푸드점 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무리 둘러봐도 엉덩이 붙일 의자하나가 보이질 않는다.
밖에서 서서 기다리길 10여분 하지만 어디에도 사람들이 일어설 기미가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른 패스트푸드점을 찿는데 차를 타고 지날때는 잘도 보이던 것들이 막상 찿으니 아무데도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꼭 그 상황이네 " 하고 한국 속담을 알려주니 길을 걷다말고 아줌마는
배를 움켜쥐고 한바탕 웃는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간신히 다른 패스트 푸드점을 만났고 아이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바빴다.
우리는 옆에서 같이 콜라를 마시는것으로 대신했다.
저녁에 집에 가면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줌마도 간단하게 목만 축이겠다며
콜라 한잔으로 대신했다.
해가 저물무렵에 우린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오자마자 나는 정신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하기에
바빴다.
가지고 간 카레가루로 카레볶음을 하고 양상추와 토마토를 썰어 샐러드로 만들고 국물도 먹을겸
라면도 두어봉지 끓여서 식탁에 내 놓으니 두 부부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짧은 시간에 어찌그리 많은 음식이 나오는지 신기하다며 매운 라면 국물을 후루룩 잘도 마신다.
하긴 그 매운 고추를 먹는 사람들이니 라면 국물쯤이야 음료수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멕시코 시티에 있는동안 매일 저녁 나는 한국 요리를 선보였고 비록 인스턴트고 내겐 특별한것도
아니지만 처음 먹어보는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에 그들은 연신 행복해했다.
급기야는 페루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유빈은 제 날짜에 페루로 돌아갈 수 없으니 그런줄
알라" 고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최소한 한달은 머물러야 한다며 당장 비행기표 바꾸라고 ㅎㅎㅎ
수화기 사이로 호탕한 남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맘대로 하시라구요."
나는 친절하고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들에 반했고 그들은 나의 사랑과 더블어 맛있는 한국 음식에 반해서
서로가 서로를 놓지 못하고 떠나는 날까지 아쉬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멕시코에서의 둘째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우체국 하지만 참으로 잘 보존되어있고 현재까지 우체국으로 이용이 되고있다.
소깔로 광장의 대형 멕시코 국기
시내의 고풍스런 건물
우체국 대리석 계단에 앉으면 천연 냉동고이다. 어쩌면 엉덩이에 동상이 걸릴정도로 차가웠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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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품좋고 맘 넉넉한 부부구나.....얼굴에 성품이 드러나네....좋은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더 행복하지...........입가에 웃음이 항상 흘렀을 너의 얼굴이 보인다~~.. 기어이 음식솜씨를 발휘 했구만...ㅎㅎㅎ..배고픈 아들에게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기어이 입에 물게 해주고...그것이 여기 아르헨티나엔 안들어와있잖니...그래서 우리도 칠레 넘어갔을때 정말 원없이 사서 애들 먹였더니..아직도 그얘기 한다....여행에서의 또다른 즐거움은 맛난 음식을 먹는것이기도 하지~
유빈 누나와 매형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립니다, 그려 "나, 여기 더 있을게" "맘대로 하시라구요." 멋져부러
우체국, 소깔로광장 ... 즐겁고 정겨운 여행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첫 사진에 현빈 씨 얼굴이 모자에 가려서,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잘 보여 디게 반가워요... ㅜㅠ 삐우라 가면 맨발로 뛰어나와 안기며 부에노 아저씨 왔다고 그리 온 몸으로 반가워 했는데... 전화 하면 그 무뚝뚝한 사내가 반가워 하는 게 가슴으로 느껴지고... 암튼 현빈 씨 또 보고 싶어 빨리 삐우라에 가고 싶네...
큰 아드님 유빈 씨는 이제 리마에서 학교 다니겠네... 유빈 씨 소식도 올려주세요, 유빈 누나
멕시코는 자국에 대한 긍지가 대단히 높은가 봅니다. 집채를 뒤덥을 만한 크기의 국기를 저도 다른 지방에서 보았거든요. 옛날건물을 잘 보존하여 사용하는 것이 참 배울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리석바닥으로 된 집에서 살아봤는데 겨울에는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인해 정말 냉장고 안에 있는 느낌이죠. 여행자이신데도 불구하고 손님으로 해 주는 밥만 들지 않고 부지런히 한국음식으로 대접하시는 유빈님의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아들의 모습에서 착하고 총명함이 보입니다.
우~와 넘 좋으신 분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