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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31. 물날. 날씨: 아 비가 언제 오려나. 흐리기만 하더니 해가 다시 나오는구나. 아침열기-텃밭 물주고 지지대 세우기-시 쓰기-마늘쫑 뽑기-수학-점심-청소-맑은샘회의-마침회-5, 6학년 영어-입학상담
[오디와 마늘쫑]
아침 걷기로 숲 속 텃밭에 물을 주고, 숲 속 밧줄 놀이터 들린 뒤 바로 텃밭으로 간다. 물조리개에 물을 가득 채워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나른다. 고구마밭과 호박구덩이랑 오이밭부터 먼저 물을 준다. 가뭄이라 텃밭 식물들이 쭉 쳐져있다. 아이들 시 표현에 거칠게 "말라비틀어져가 가고 있다"라고 쓰일 정도다. 부지런히 물을 주며 비올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1, 2학년이 텃밭에서 풀을 뽑아 풀 사전을 보며 풀 공부를 하고 있다. 쇠비름, 명아주, 돈나물이랑 망초같은 풀을 다 뽑는 걸 보니 효소까지 담을 모양이다. 굳이 풀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면서 풀 매는 효과가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알찬샘 아이들이 두 번 물을 떠날라 물을 주고 인웅이가 들고와준 지지대를 오이밭에 박았다. 들고간 노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어 오이 지지대를 연결하도록 했다. 한 번 더 손을 보면 튼튼한 지지 구조물이 되겠다. 고추 지지대에도 줄을 걸어 연결해 놓았는데 한 줄만 하고 만다. 좀 더 자란 뒤에 해도 되겠다 싶고, 지지대를 하나씩 박는게 더 낫겠다 싶어서다. 잠깐인데도 땀이 주르르 흐른다. 교실로 들어와 피리를 불고 시를 암송하며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6월 시와 그림 내보이기가 있어 자주 시를 쓰기로 하고 아침나절 텃밭에서 보거나 한 일들을 시로 써보았다. 여름학기 공부 계획도 함께 밑그림을 그려보고 양재천 밭으로 간다. 어제부터 선생이 방학숙제를 열심히 한 친구들에게 주겠다는 선물이 뭐냐 묻는데 비밀이라니 더 궁금해 한다. 마침회 때 주겠다 하니 아이들이 더 애달아 한다. |
양재천 큰 밭에는 마늘과 밀이 쑥 자라있다. 큰 밭 앞에 있는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먹기로 하고 간 것이지만 마늘쫑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먼저 밭 한 가운데까지 들어가 밭을 살펴본 뒤 아침 새참을 잠깐 먹는데 다른 모둠에게는 비밀이라고 했더니 "비밀, 비밀" 한다. 뽑는 법을 가르쳐주고 저마다 5개씩 뽑기로 했는데 뽑는 게 쉽지 않다. 영호는 천천히 끝까지 잘 뽑아냈다. 그런데 다들 뽑다 부러진다며 아쉬워한다. 마늘쫑 뽑기가 쉽지 않다는 걸 배운 셈이다. 올라온 마늘쫑을 뽑아줘야 영양분이 마늘로 가서 단단하고 곽 찬 마늘을 캘 수 있으니 부지런히 마늘쫑을 뽑아줘야 할 때다. 나중에 마늘쫑을 쉽게 뽑는 법을 보니 꽃대를 잡고 마늘대에 구멍을 뚫어 공기가 빠져서 잘 뽑힌다고 나와있다. 비가 온 뒤에 잘 뽑힌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뽑는 방법은 또 몰랐네. 어릴적 새참으로 뽑아먹던 때는 뽑는다기보다 꺾어서 먹곤 했으니 방법을 모를 수 밖에. 넓은 밭에서 마늘과 밀이 자라는 걸 보니 괜히 뿌듯하고 듬직하다. 토종마늘과 토종우리밀 농사를 지었으니 더 그렇다. 아이들에게 마늘쫑 맛을 보여주니 맵다고 하고 맛있다고 하고 여러 말이 나온다. 드디어 아이들이 바라던 대로 뽕나무에 가서 오디를 따는데 아직은 빨간 녀석들이 더 많지만 벌써 검게 익은 녀석도 꽤 있다. 신나게 따먹는데 에고 진디물이 정말 많이 달라붙어 있고, 오디를 따는 손은 점점 피빛으로 물들어간다. 서로 피가 났다며 장난치며 열심히 오디를 따먹는다. 한 일주일 더 지나면 훨씬 큰 오디가 검붉게 익어가겠다. 이번 주 텃밭 농사 시간에 한 번 오디를 따먹게 되겠네. 학교로 들어오니 11시쯤 되었다. 자유롭게 쉰 다음 교실에 모여 방학 동안 익힌 수학 셈을 확인해 본다. 구구단부터 외워본 뒤 저마다 천의 보수와 백의 보수 문제를 만들어 서로 바꾸어 풀어보았다. 역시 셈은 줄곧 익힘이 필요하다. 오전 수업을 모두 마치고 10분쯤 남겨놓고 아이들과 함께 뽑아온 마늘쫑을 씻어서 같이 자른 다음에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쳤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고추장과 매실을 풀고 참기름과 깨를 넣어 간단한 마늘쫑무침을 만들었는데 맛이 좋다. 매운데도 스스로 만든 것이라 맛있다며 먹는 아이들이다. 일하며 새참 먹고, 오디 먹고, 일해서 걷어온 걸로 반찬을 만들어 먹는 우리 학교는 맛있는 학교 맞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을 하며 맛있는 걸 먹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