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신도시 일산(一山)은 넓고 풍경 좋은 호수공원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몇 번 다녀가 보니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동네이기도 하다. 차 길 밑으로 난 지하보도에 자전거도 지나갈 수 있도록 계단과 보행로 중앙에 자전거 통행로가 있고, 차 길 위를 지나는 보행자용 구름다리에도 자전거 길이 있으니 말이다.
4대강 변 자전거 도로니 김포 아라뱃길 자전거 도로니 해서 레저나 치적용의 자전거 길만 만드는 요즘, 이동 수단인 자전거 본연의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친환경의 상징인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이렇게 도시 안에 안전한 자전거 길이 늘어나야 한다. 일산은 호수공원에도 산책길과 분리된 자전거 길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이 도시엔 파주와 임진각을 향해 달리는 경의선 전철이 지나간다. 그 중 근대 문화재가 된 일산역 앞에서는 도심 속의 이채로운 오일장도 열린다. 때마침 호수공원에서 국제 꽃박람회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겸사 겸사 애마 자전거를 타고 오월의 도시 일산을 여행해 보았다.
도시속의 정겨운 장터, 일산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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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전철 곡산역에서 내리니 공원 산책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잘 나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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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 까지만 해도 경의선 기차길이었던 흔적이 건널목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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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오일장이 열리는 일산역에 내리지 않고 몇 정거장 전에 있는 곡산역에 내렸다. 경의선 전철로 옆으로 생겨난 산책로 옆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싶어서다. 한 낮엔 뜨겁게 느껴지는 날씨지만 자전거 도로 옆의 가로수 나무들이 초록의 그늘을 씌워주어 햇살이 덜 덥게 느껴지고 쉬어갈 때도 좋다. 일산이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구나, 처음 실감하게 되는 길이다.
이름만 들어도 청춘시절 친구들이 떠오르는 경의선 백마역을 지나간다. 주변은 개발되어 아파트촌으로 변모했고 기차역도 현대식의 말끔한 전철역으로 바뀌어 세월의 무상함과 추억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옛 흔적은 남아 있어서 깃발을 들고 건널목에 서 있는 초로의 역무원 아저씨를 만나게도 된다.
지금은 전철이 지나가지만 몇 년 전만 해도(2009년 12월 전철로 바뀜) 기적 소리를 내는 아담한 경의선 기차가 지나가던 정겨운 기차길 건널목. 빨간 띠를 두른 긴 막대기가 뎅뎅뎅~ 소리를 내며 내려가면 지나가던 사람들과 차량들이 양편에 얌전하게 서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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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장터의 귀여운 강아지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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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문화재로 지정된 덕분에 헐리지 않고 남아있는 옛 일산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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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를 달려갔을까. 지금까진 한산했던 경의선 전철역들과 달리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전철역이 나타난다. 바로 일산 오일장이 열리는 일산역. 매 3일, 8일 날은 이 오일장에 오기 위해 인근 동네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 일산역으로 모여 든다. 과거 마을들 사이에서 먹거리 해결은 물론 서로 이어주는 이웃 공동체 역할을 했던 오일장이 이렇게 도시 속에 남아 있다는 게 그냥 고맙고 흐뭇하다.
일산 오일장은 몇 해 전에도 와본 경험이 있어서 혹시나 도시의 다른 시장들처럼 줄어들었음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일산역에서 몇 걸음 내딛자 어디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왁자한 분위기의 오일장터가 맞이해 주어 안심이다. 닭소리는 닭, 오리, 강아지를 파는 장터에서 나는 것으로 귀여운 강아지들의 몸짓에 사람들이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걸음을 멈추어 선다. 작은 트럭에 별별 것들을 다 싣고 다니는 만물상 아저씨, 시커먼 뻥튀기 쇠통을 세 개나 돌리는 바쁜 뻥튀기 아저씨는 뻥이요~ 소리도 안 지르고 쇠통을 터트린다.
시골 역사 같은 소담하고 풋풋한 대합실이 아직도 눈에 선한 경의선 일산역이 오일장터 앞에 남아있다. 다른 경의선 기차역들은 다 헐리고 새 전철역이 생겼지만 일산역은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덕분에 다행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밖으로 철창이 둘러쳐져 있어 들어가 볼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에 까치발을 들고 안을 들여다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경의선 기차나 일산역의 옛 사진들을 전시해 놓고 작은 기차역 갤러리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철도공사에 건의해 봐야겠다.
오월이면 더욱 화사해지는 일산 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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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산 호수공원은 꽃들의 축제로 화사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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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공원 꽃축제장에서는 낭만적인 꽃배도 타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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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역 앞 자전거 통행로가 있는 지하보도를 건너 아파트 사이 공원을 계속 직진하면 주엽역이 나오고 그 너머에 일산 호수공원이 있다. 신도시 일산은 지하보도뿐 만이 아니라 차도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 모양의 육교에도 자전거 통행로가 나있어 참 마음에 드는 도시다. 일산역 오일장터 만큼이나 호수공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5월 13일까지 하는 고양시 국제 꽃박람회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다.
자전거를 타고 상쾌하게 달려도 좋은 넓은 호수공원이 색색깔의 장미, 튤립 등 다종다양한 꽃들로 화사하기만 하다. 눈부시고 찬란한 계절 오월을 제대로 느껴보게 된다. 꽃밭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너무 귀엽고, 연로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꽃구경을 나온 나이든 아들의 모습도 참 아름답다.
호수공원 꽃 축제 속에서 한 눈에 띄는 게 또 있는데 바로 꽃배. 사람 한두 명을 태운 뗏목이 꽃 그늘막을 드리운 채 호수 위를 여유로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참 낭만적인 풍경이다. 짧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계절 봄을 만끽한 오월의 도시 일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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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공원의 둘레에 산책하기 좋은 메타쉐콰이어 나무 길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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