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10시쯤, 갑작스레 받은 어산 유시건 선생님의 별세 소식. “유시건 님께서 병환으로 4월21일 오후 6시10분에 별세 하였기에 삼가 알려 드립니다. 빈소/일산 백병원 장례식장2호, 발인 4윌 23일 오후3시.”
그저께 선생님과 통화했는데...박인식 형, <인수봉, 바위하다 시. 사진전> 때 뵙고 몸이 안좋으신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그 날, 늘 어깨에 매고 다니시는 배낭에 넣어드린, 중세 고음악 음반을 들으시고...좋아하셨는데...“유선생님, 잘 지내시는지요? 지난 번, 전시장에서 몸이 조금 불편하신 듯해서 걱정했습니다. 아무쪼록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박인식 형의 시집을 읽고, 한국산서회 카페, 북리뷰에 짧은 글 한 편 올렸습니다. 짬나시면 읽어봐 주세요...감히 써보았습니다. 가까운 날 뵙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드렸었고, “안 선생 오랜만에 만나 참 반가웠습니다. 그날 주신 귀한 음반들 좋게 잘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서양고전음악 감상의 폭이 확장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위염 때문에 조금 고생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으니 언젠가는 좋아지겠지요. 인식 시집 서평을 쓰셨다니 잘 하셨네요...찾아 읽겠습니다. 환절기에 몸조심하시고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어산” 이렇게 쪽지와 문자도 주고받았는데...
이럴 수가...2013년 3월 16일, 예술의 전당에 있었던, 경기 필하모니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공연 때는 “우리 산악계 큰 어른이신 김영도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했다.”(그의 블로그 ‘마운틴 갤러리’에서, https://blog.naver.com/rsk1227/221324155122)고도 하셨는데...시, 회화, 고전 음악, 철학, 산사진, 산악문헌, 문진과 사발 그리고 잔 같은 일상의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조예가 깊으셨던 분이셨는데...“인수를 사랑한다...사랑하느라 인수를 오른다. 뿌리 채 전율하는 사랑을, 사랑의 절정에서 인수에 바치려”(박인식의 시, <달빛, 인수봉 그리고 그-어산 형의 인수봉을 위하여>에서), 인수봉에 홀로 300번 넘게 오르셨던 유 선생님이셨는데...스스로는 인수봉을 “장대하지만 험악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웅례한 자태, 우리의 인수를 기리면서, 2020.03 어산 드림”이라는 송진선의 인수봉 그림이 담긴 카드도 보내주셔서 받았는데...
늘 화사한 웃음 지니셨고, 인자하셨고, 품위 있으셨던 유선생님, 따뜻한 봄에 함께 인수봉에 오르자고도 약속했었더랬지요. 선생님,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무례한 일이지요. 어제 저녁 박인식 형과도 통화했습니다. 선생님...어느 곳에 가시든 평안하세요. 오늘 누워 계신 곳, 부리나케 달려가겠습니다. 막막하고, 먹먹해서 아침에 몇 글자 올립니다.
첫댓글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재을 형, 고마워요. 조금 전에 조문 다녀왔어요. 평일 오후였던 터라, 고인의 대학동창 몇 분들이 와계셨네요. 고인은 가톨릭 신자였지요. 일산에 바람이 크게 불고 있어 오는 길이 더욱 휑했어요. 백병원에서 한참 걸어, 걸어 버스를 탔습니다.
아...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ㅠㅠ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며 소식전한지가 꽤 되는데...정말 안타깝습니다
본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도 크셔서 산서를 해마다 보내드렸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