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없는 그리움 2
어릴 때 집을 나간 엄마를
수소문 끝에 찾아낸 남자는
오늘이 엄마의 62번째 생신이라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선다
"내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분명 엄마도 날 보면 반가워하실 거야“
30년이 훌쩍 지난 시간 동안
머릿속에 없는 엄마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찾아간 집 대문 앞에는
혼자일 거라 기대하진 않았던
가족들의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고
행복을 알리는 생일 축하 노래가
담을 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행여나 엄마의 말소리 한 토막이라도
들려올까
두어 시간을 말뚝처럼 그 자리에 서 있다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남자는
준비해 갔던 꽃다발과 케이크를 버스정류장
쓰레기통에 올려놓고 망연히 바라보고 섰다
잿빛으로 타버린 하늘엔
엄마 잃은 아기별 별 하나가
바람 물결 따라 울고 있었고
남자는 전해지지 못한 진심을 그 자리에
놓아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인지
다시 케이크와 꽃을 집어 들고
이미 와 누워있는 어둠을 따라
마음이 허락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할머니
여기 소주 한 병이랑 국밥 하나 주세요"
손님이라곤
가게 귀퉁이에 먼저 와 앉은 노인이
전부인 허름한 식당 안을
슬픔에 찬 눈동자로 이리저리
굴려보고 있는 동안 쟁반 속에 담긴
소주와 국밥이 테이블에 놓여있었고
남자는
국밥을 그림 속에 그림처럼 바라만 볼 뿐
잔에 소주만 가득 채워 바라보고 있을 때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 나이가 있나요....♩
삭막한 가게 안을 비추듯
경쾌한 벨 소리가 울려 퍼지다
멈춰 버린 정적을 깬 노인의 목소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듯했다
“막둥이냐..
그려 고맙구나“
“오늘 너 형이랑 형수가 아침 일찍 와서
비싼 식당에 가서 맛난 거 사주고
용돈도 두둑이 챙겨주고 갔다“
“넌 이 아비 걱정 말고 군 복무나 열심히 혀”
계절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앉아
아기별 하나를 재우고 오는 바람처럼
아들과 전화를 끊은 노인은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군다
나만의 슬픔이 된 이야기를
술잔에 타서 연거푸 두어 잔을
비운 노인 앞에 따끈하게 데운 국물
한 사발을 내려놓으러 온 할머니는
"제 아비 생일이 돼도 5년째 오지도
않은 아들과 며느리가 그래도 자식이라고 ..."
자식 향한 보고픔이
쌓이고 쌓여 딱지가 된 이 그리움을
내 가슴만 안 다는 듯 술잔에 채워
마시던 노인은 가게 밖으로 나가
바람이 열고 들어온 가슴을 열어
보이려는지 야위어진 눈물 한 움큼을 쥐고
담배 연기를 허공에 뱉어 놓는다
속을 데운 하얀 연기로
먹빛 어둠에게 할 얘기가 눈물뿐이었는지
손가락까지 타들어 갈 만큼 빨아대다
황급히 땅바닥에 불씨를 두어 번 비벼 끄고는
자신의 앉았던 자리엔 되돌아왔을 땐
그 남자가 놓고 간
케이크와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주소 없는 그리움만 안고 떠난 남자가
앉은 자리에 떨구어 놓은 눈물들로
써놓은 이야기들이 노인을 보며 묻고 있었다
자식 잃은 부모와
부모 잃은 자식 둘 중
누구의
마음이 더 아픈 건지를....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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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모음。
주소 없는 그리움
첫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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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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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딸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