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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운데 약간 왼쪽은 용마산, 그 앞 왼쪽은 운길산, 그 앞 오른쪽은 고래산, 그 앞은 송라산
장검(長劍)을 빼어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일엽제잠(一葉鯷岑)이 호월(胡越)에 묻혔어라
언제나 남북 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 남이장군(南怡將軍, 1441~1468)
주) 일엽제잠은 가랑잎 한 잎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 한반도의 작음을 이름이고, 호월은 거기
비겨지는 광활한 중국대륙을 가리킨다.
▶ 산행일시 : 2017년 10월 2일(월), 맑음
▶ 참석인원 : 13명(악수, 대간거사, 더산, 캐이, 수담, 인치성, 상고대, 사계, 맑은, 해피~,
오모육모, 불문, 두루)
▶ 산행거리 : 도상 19.7km(대성리역에서 우연기념관까지 도로 1.8km 포함)
▶ 산행시간 : 9시간 25분
▶ 갈 때 : 전철(상봉역~대성리역) 이용
▶ 올 때 : 택시(항사리, 행현리~청평)와 전철(청평역~상봉역) 이용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7 : 30 - 상봉역 출발
08 : 08 - 대성리역, 산행시작
08 : 40 - 우연기념관(于淵記念館)
08 : 55 - 우연 홍익표(于淵 洪翼杓) 선생 묘소, 207.5m봉
09 : 46 - 431.3m봉
10 : 19 - 512.5m봉
11 : 25 - 은두산(銀頭山, 686.3m)
12 : 17 ~ 12 : 55 - 밤안1교 가기 전 임도, 점심
13 : 15 - 아침고요수목원 입구
13 : 35 - 임도
15 : 05 - 축령산(祝靈山, △887.1m)
15 : 27 - ╋자 갈림길 안부
15 : 53 - 서리산(霜山, 832.0m)
16 : 12 - 서리산 북동릉 683.3m봉
16 : 35 - 임도
17 : 10 - 백련사
17 : 33 - 항사리(項沙里)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7 : 48 ~ 20 : 10 - 청평, 목욕, 저녁
20 : 50 - 상봉역, 해산
1. 산행지도
2. 아침고요수목원 입구에서
3.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그 앞은 화야산, 맨 앞은 은두산
4. 오른쪽은 천마산
▶ 은두산(銀頭山, 686.3m)
은두산은 원대성 마을에서 믿음기도원과 승리기도원을 지나 그 남릉을 타고 오르는 것이 정
석인데 우리는 낯선 우연기념관 뒤쪽 능선을 겨냥한다. 대성리역에서 원대성 삼거리까지 46
번 국도 1.8km를 걸어야 한다. 흘려 쓴 ‘于淵記念館’ 현판의 ‘淵’자를 알아보기 어렵다. ‘관
(關)’자 인가? 우관이 누구인가? 고개 갸웃하며 울타리 넘어 기념관 오른쪽 담장 밖으로 오
른다.
기념관 관리인이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가는 걸음에 죄송하다며 산에 간다고 대답해드린
다. 기념관 뒤쪽에는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를 내었다. 임도 따라 간다. 상당히 가파르다. 임
도 가로수로 양쪽에 벚나무를 심어 봄이면 한 경치하겠다. 곱게 단장한 커다란 무덤이 나온
다. 임도는 이 무덤을 가는 길이다. 아까 그 관리인이 우리에게 시비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우연 홍익표(于淵 洪翼杓, 1910~1976) 선생의 묘소다.
우연 홍익표가 누구인가?
현민 유진오(玄民 兪鎭午, 1906~1987) 선생의 우연의 타계에 대한 애도사의 일부다.
“「꽃이 되기보다는 꽃을 키우는 밑거름 노릇을 하겠다」는 것을 평생의 生活信條로 삼던 于
淵 洪翼杓 兄이 (1976년) 4월 25일 합연히 세상을 떠나시었다.
(…) 京畿中學 京城帝大法學科를 마쳤고 大韓民國建國 이후로는 6選 議員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분이면서 于淵은 언제나 節槪 굳은 옛 선비와 같은 言行과 風貌로 오로지 자신이 옳다
고 생각하는 한길만을 걸어 사람들에게 盤石 같은 信賴感을 주었던 것이다 …”
우연 홍익표 선생의 묘소에서 바라보는 북한강과 건너 운해가 넘실거리는 고동산, 화야산 산
릉이 가경이다. 마저 한 피치 오르면 되똑한 207.5m봉이다. 잠시 가쁜 숨 몰아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살짝 안부로 내리고 첨봉인 431.3m봉의 대찬 오르막이 이어진다. 등로에
는 토실토실한 알밤과 무르익어 터진 밤송이가 널려 일행들의 눈과 발에 밟힌다.
어차피 가파른 오르막이라 허리 굽힌 김에 별도의 힘을 들이지 않고 알밤을 다수 줍기도 한
다. 가파름이 잠깐 쉬어 가는 틈에 우리도 쉬어 입산주 탁주 마신다. 그 얼근한 술기운 빌어
잡목 숲 헤치고 너덜 지나고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트래버스 하여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운길산이 보여 그 근방 산들을 줄줄이 알음한다. 운길산은 왼쪽의 툭 불거진 절상봉으
로 하여 알아보기 쉽다.
431.3m봉이 고비였다. 하늘 가린 숲속 길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431.3m봉 내린 안
부는 ┫자 갈림길로 왼쪽은 원대성리에서 2.6km 오는 길이다. 모처럼 만난 캐이 님, 더산 님
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서로 얘기 나누며 가니 512.5m봉이 가깝다. 캐이 님은 이번
10일 연휴에 산행목표가 9일이라고 한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주로 혼자 가는 산행이
다. 난제는 연일 산행으로 미처 갈아입을 옷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 체력과 자
유로움이 부럽다. 산은 더 부럽다.
512.5m봉을 내린 야트막한 안부에서도 술추렴한다. 출출하던 참이라 오뎅 끓여 요기까지 겸
한다. 메아리 대장님이 오늘 결석이기도 하지만 어묵보다는 오뎅이라 해야 더 맛 나는 것 같
다. 나이 탓인가. 은두산이 멀다. 공제선을 뒤로 무르고 또 무른다. 다시는 보지 말자 고개 꺾
는다. 깃대봉을 오가는 ┳자 주릉과 만나고 은두산 정상은 0.6km 남았다.
은두산(686.3m) 정상. 산의 서북쪽에 있던 은두목현(銀頭目縣)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전
해진다. 은두목산(銀頭目山) 혹은 은두정산(銀頭頂山)이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산의 꼭대
기가 구름에 닿아 있다는 뜻에서 운두산(雲頭山)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정상 표지석은 주릉
따라 남서쪽으로 0.4km 더 간 680.4m봉에 ‘雲頭山’이라 새겨 세웠다. 거기나 여기나 사방
키 큰 나무숲이 빙 둘러 있어 조망은 없다.
5. 불암산, 대성리 가는 전철에서
6. 철마산, 대성리 가는 전철에서
7. 고동산, 우연 홍익표 선생 묘소에서
8. 등로에 떨어진 밤송이
9. 멀리 왼쪽은 운길산, 맨 오른쪽은 예봉산
11. 멀리 왼쪽은 갑산, 오른쪽 중간은 송라산
12. 중간 가운데는 송라산, 그 뒤는 고래산, 그 뒤 왼쪽은 운길산, 멀리 가운데는 용마산
13. 오른쪽은 천마산
▶ 축령산(祝靈山, △887.1m), 서리산(霜山, 832.0m)
은두산 북릉을 내린다. 우리가 새로이 개척하여 가는 길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잘 났다. 쭉
쭉 내린다. 그럴싸한 지능선이 자주 이리로 오시라 유혹하고 연호하여 선두를 쫓는다. 389.0
m봉 전에서 너무 일찍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짜기 건너고 지능선을 가로지른다. 골로
가고 개울 건너서 잣나무 숲속 묵은 임도와 만난다.
얼마 안 가면 마을이다. 여기가 낫다. 임도 향긋한 잣나무 그늘 아래에서 점심자리 편다. 라
면 끓이고 식후 커피까지 끓여 마시는 데 3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임초천 밤안1교가 나온
다. 임초천 건너 잣나무 숲 울창한 산릉(268.4m봉이었다)을 오를까 했지만 그 너머는 비령
이 대로로 끊긴다. 얌전히 길 따라 오른다.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다. 어쩌면 축령산부터 일행
이 흩어질지 몰라 미리 단체 기념사진 찍는다.
산기슭 주차장 연속해서 지나고 블루문 캠핑장 가는 길로 든다. 산모롱이에서 절개지 조경석
을 암릉 타듯 오르고 엷은 지능을 잡는다. 축령백림. 잣나무 숲이다. 실하고 굵직한 잣송이가
발에 차인다. 긴 한 피치 오르면 산허리 도는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 나는 곧장 축령산과 서
리산을 간다고 하여 홀로 떨어져 나오고, 일행은 식생상태 조사하러 사면을 훑기로 한다. 만
나는 시간과 장소는 늦어도 17시 30분 행현리 근처 도로다.
바쁘다. 더산 님이 나와 함께 가는 듯하여 둘이 한참 오르는데 생뚱맞게 더덕이 보이고 더산
님은 그만 그 길로 진로를 정하였다. 혼자 가는 산행이다. 막 간다. 숨차면 스틱 짚고 서서 헐
떡이다 다시 가곤 한다. 인적은 흐릿하다. 키 넘는 풀숲이 나오면 여기저기 쑤셔보다가 돌파
하기 만만하지 않아 사면으로 내려서 길게 돌아 오른다.
슬랩 가까이 다가간다. 천마산, 송라산, 그 너머 고래산, 우두산, 운길산, 무갑산 … 산첩첩을
들여다본다. 이제 축령산 정상이 얼마나 남았을까? GPS는 보지 않기로 한다. 너무 자주 보았
다. 그나마 인적이 사라질라 조심조심 쫓는다. 지도에도 그랬다. 되게 가파르다. 그러더니 장
성의 암벽과 맞닥뜨린다. 암벽 아래 좌우사면으로 인적이 보인다. 어디로 갈까? 지도에는 오
른쪽이 완만하다. 오른쪽 사면을 돈다. 그런데 내려가도 너무 내려간다. 뒤돈다.
왼쪽 사면은 적어도 오르막이다. 여기로 가자. 어디 뚫을 데가 있을까 연신 암벽을 살피며 돌
고 돈다. 발자국계단이 난 흙 절벽이 나온다. 수레넘어 고개에서 축령산을 오를 때도 이랬다.
거기로 착각한다. 달달 기어올라 축령산 주릉이다. 잡목 헤치고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산첩
첩 오래 감상한다. 문례봉, 용문산, 백운봉, 청계산, 중미산, 화야산, 천마산 오른쪽 뒤로 롯데
월드타워가 보인다. 그간 3주나 굶주렸던 조망이다. 눈이 시도록 보고 또 본다.
어째 주릉 등로가 가도 가도 내리막이다. 이런, 지도를 확인하자 축령산 동릉을 내려가고 있
는 것이 아닌가. 서둘러 뒤돌아 오른다. 이런 때 진땀이 난다. 축령산 정상. 커다란 돌탑 아래
에 있는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양수 25, 1983 재설. 젊은 부부가 드론 비행을 즐기고 있
다. 나는 사방 돌아다니며 카메라 앵글 들이대며 산천경개 감상하기 바쁘고.
축령산 이름의 유래에는 양설이 있다. 김장호의 『韓國名山記』에 따르면,
“…나이 스물여섯에 병조판서에 올라 그 이름을 떨쳤으나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이 등극할 즈
음에, 때마침 혜성이 나타난 것을 궁중에서 숙직하면서 목격한 그가 ‘묵은 것을 쓸어내고 새
것을 펴나갈 징조(除舊布新象)’라 풀이했으니, 그것을 들은 유자광(柳子光 )의 모함을 받아
마침내 죽임을 당한 나이 스물여덟. 그러고 보면, 남이섬, 남이바위 그리고 그 혼백을 축수한
축령산은 모두 이 남이장군의 억울한 죽음이 불러온 음력(陰力)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된 이
름들이다.”
한편, 김형수의 『韓國400山行記』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기 전 고려 말에 사냥을 왔다가 짐승을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이 산
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는 몰이꾼의 말을 듣고, 제(祭)를 지낸 후에 멧
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고사를 올린 신령스런 산이라 하여 축령산(祝靈山)으로 불
리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14. 멀리 왼쪽은 운길산, 그 오른쪽 뒤는 용마산
15-1.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그 앞은 화야산, 맨 앞은 은두산
15-2. 앞은 오독산(오득산 五得山)
16. 멀리 가운데는 무갑산
17. 운악산
18. 뒤 오른쪽은 북한산 백운대, 앞은 철마산 연릉
19. 왼쪽은 천마산, 그 오른쪽 뒤로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20. 멀리 가운데는 운길산
21. 축령산 정상
▶ 서리산(霜山, 832.0m)
축령산에서 서리산까지는 이정표 거리로 2.87km다. 길 좋다. 대로다. 약간 가파른 내리막길
에는 데크계단을 깔았다. 긴 한 피치 내리면 안부는 ┣자 갈림길 절고개고 또 한 차례 뚝 떨
어져내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밧줄 달린 짧은 슬랩을 오르고 완만한 오르막이
다. 너른 길 양쪽은 줄이어 거목의 산딸나무다. 어느 봄날 여기는 그 십자화가 만발하여 장관
이었고 경건하기까지 하였다.
뒤돌아보아 축령산과 내 키가 같아지면 서리산 정상이다. 자그마한 돌탑 옆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오늘은 여기도 전망이 아주 좋다. 서쪽으로 주금산, 철마산 연릉 너머로 도봉산, 백운
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북쪽으로는 운악산,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응봉, 칼봉산, 대금산이
우뚝하다. 벤치에 앉아 배낭 벗어놓고 목 추긴다.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첫 휴식이다. 하산.
서리산 북동릉이 너른 길의 연장이다.
길이 미끄럽다. 몇 번이나 넘어진 다음에야 갓길로 간다. 산책로다. 노송 아래나 거목의 갈참
나무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683.3m봉 넘고 전망대가 나온다. 운악산이 가깝다. Y자 갈
림길. 이정표에 왼쪽은 백련사 4.13km, 오른쪽은 행현리 3.89km.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보
다 조금 더 길뿐더러 운악산을 보며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잘난 등로는 곧 능선을 벗어나 골로 간다. 능선을 계속 가려면 풀숲이 우거져 고생께나 할 것
같다. 에라, 잘난 등로 따라 내린다. 여기서도 알밤이 발걸음을 붙들지만 모르는 체한다. 임
도와 만난다. 산허리 굽이굽이 돌며 내리는 임도다. 일직선으로 꿰어 내리면 금방이겠는데
가시덤불숲이 막고 있어 엄두를 내리지 못한다. 임도를 3.1km나 내려 백련사다.
백련사가 대찰이다. 템플스테이도 유치한다. 많은 자가용들이 드나든다. 백련사에서 샘골 지
나 항사리 버스정류장까지 농로 겸한 마을길로 2.5km다. 일행들은 축령산을 올랐다가 절고
개에서 행현리 학생교육원 쪽으로 하산하였다. 청평 목욕탕에 와 있다며 어서 오라고 재촉한
다. 항사리 사거리. 콜택시를 부르려던 참인데 빈 택시가 달려온다. 청평까지 15분 걸린다.
목욕탕에서 일행들과 만나 반가운 하이파이프 나눈다.
22. 서리산 정상
23. 서리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금산
24. 멀리 가운데는 백운대, 오른쪽은 도봉산
25. 멀리 왼쪽은 명지산, 가운데는 화악산, 오른쪽은 응봉, 명지산 앞 오른쪽은 칼봉산, 그 앞은 대금산
26. 멀리 왼쪽은 연인산, 그 오른쪽 안부는 아재비고개
첫댓글 읽을수록 빠져드는 대하소설처럼 긴 산행 여정을 따라가는 듯 합니다~^^
대단한 조망이었슴다...7일날은 더 좋았는데
카메라가 못따라가네요
우쨌든 어제까지 9회산행을 마쳤습니다...과로사 할 뻔
옷은 중간중간 세탁으로 해결


하여간에 못 말립니다.
10중 9회 산행, 축하드립니다.
모처럼 귀한 산 조망이었네요...토욜의 용화산에서의 조망이 더 좋았드랬습니다...홀로 완주를 하셨네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