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유계자
딱 한 번 뜨거웠으면 됐다
딱 한 번 입맞춤이면 족하다
딱 한 번 채웠으면 그만이다
할 일 다한 짧은 생
밟히고 찌그러져도 말이 없다
----유계자 시집 {물마중}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음악을, 반 고호와 폴 고갱은 미술을 그들의 1회용 컵에 담았고, 데카르트와 칸트는 사상을, 아인시타인과 뉴턴은 물리학을 그들의 1회용 컵에 담았다. 호머와 셰익스피어는 문학을,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은 세계정복을 그들의 1회용 컵에 담았고,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는 경제학을, 투키디데스와 E. H 카아는 역사학을 그들의 1회용 컵에 담았다.
종이컵은 딱 한 번 뜨거웠으면 됐고, 딱 한 번 입맞춤이었으면 족한 것이다. 할 일 다한 짧은 인생, 밟히고 찌그러져도 할 말이 없지만, 그러나 1회용 종이컵이 1회용 종이컵으로서 영원한 것도 있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살아야 할 때와 죽어야 할 때를 알지 못하는 자는 영원한 놀부이자 백치에 지나지 않는다. 호화찬란한 사치와 아름다운 예술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더럽고 때묻은 마음을 모르거나 자기 자신의 이익과 수명연장에만 관심을 갖고 우리 어린 아이들과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의 운명에 무관심한 자들이 바로 그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놀부 사회이며, 영원한 백치들의 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가 우리 자신이 1회용 종이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하루바삐 죽기를 꿈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70 수명제’와 ‘존엄사 제도’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유일한 출구이며, 인간성 회복과 자연성 회복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