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自薦)
자기가 자기를 추천함을 이르는 말이다.
自 : 스스로 자(自/0)
薦 : 천거할 천(艹/13)
(유의어)
자망(自望)
자매(自媒)
지금이야 자신을 내세우고 힘껏 알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본디 겸양을 미덕으로 여겼던 옛날 우리나 중국사회에서 바람직한 처신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혹 남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거나 추천을 받게 되면 일단은 손색을 보이는 것이 도리였다. 그렇지 않고 '나 잘났소!' 한다거나 '내가 아니면...' 하고 나섰다가는 지탄을 받게 되고 심하면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춘추 전국시대에 활약했던 수많은 세객들이 그러하였으며 국가가 위기에 처하게 되자 '내가 하겠소!' 하고 당당히 자신을 내세웠던 모수(毛遂)의 경우가 그러했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공자(公子) 평원군(平原君)이라면 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과 함께 3000명의 식객을 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진(秦)나라가 도읍을 포위하자 초(楚)나라에 사람을 보내 원병을 청하기로 했다. 그래서 식객 중에서 20명을 선발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한 명을 뽑지 못해 걱정이었다.
그때 스스로 나선자가 모수(毛遂)였다. 자천(自薦)한 것이다. 그러나 평소 눈여겨 보지 못했던 식객이라 평원군은 의아했다. “내 식객이 된 지 몇 년이나 되었소?”
모수가 답하기를, “3년입니다.”
평원군이, “현자(賢者)라면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와 같아서 저절로 뚫고 나오는 법인데 그대는 3년이나 되었으면서도…”
모수왈, “그래서 지금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십사 간청하는 것입니다. 만일 일찍 넣어 주셨더라면 송곳의 손잡이까지 삐져 나오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마침내 일행에 끼게 되었지만 나머지 19명의 식객은 그를 상대도 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초(楚)나라로 가는 도중 토론을 벌여 본 결과 아무도 그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마침내 그의 송곳이 주머니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초왕(楚王)은 거드름을 피우면서 평원군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19명의 식객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다들 모수를 천거하면서 마지막 설득을 요구했다.
모수는 칼을 들고 단상을 뛰듯이 올라가 초왕을 만났다. 깜짝 놀란 초왕이 무례를 질책하자 말했다. “왕께서는 초나라의 백만대군을 믿고 계시겠지만 저는 지금 왕의 지척에 와 있습니다. 이제 왕의 목숨은 이 손 안에 있습니다. 원병을 보낼 것입니까 아니면…”
마침내 초왕은 원병을 허락했다. 유명한 모수자천(毛遂自薦)의 고사이다.
▶️ 自(스스로 자)는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므로 스스로란 뜻으로 삼고 또 혼자서 ~로 부터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중에 코의 뜻에는 鼻(비)란 글자가 생겼다. ❷상형문자로 自자는 ‘스스로’나 ‘몸소’,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自자는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코와 콧구멍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自자의 본래 의미는 ‘코’였다. 코는 사람 얼굴의 중심이자 자신을 가리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나 자신을 가리킬 때는 손가락이 얼굴을 향하게끔 한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면서 自자는 점차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自자가 이렇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畀(줄 비)자를 더한 鼻(코 비)자가 ‘코’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自(자)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부터, ~에서(~서)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스스로, 몸소, 자기(自己) ②저절로, 자연히 ③~서 부터 ④써 ⑤진실로 ⑥본연(本然) ⑦처음, 시초(始初) ⑧출처(出處) ⑨코(비鼻의 고자古字) ⑩말미암다, ~부터 하다 ⑪좇다, 따르다 ⑫인하다(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⑬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몸 신(身),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이다. 용례로는 제 몸을 자신(自身),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함을 자유(自由), 제 몸 또는 그 자신을 자체(自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제 몸이나 제 자신을 자기(自己),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스스로 그러한 결과가 오게 함을 자초(自招), 스스로 움직임을 자동(自動), 제 스스로 배워서 익힘을 자습(自習),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확신함을 자신(自信),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이나 마음을 스스로 높이는 마음을 자존심(自尊心), 어떤 일에 대하여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굳센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신감(自信感), 스스로 나서서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자발적(自發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가당착(自家撞着),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스스로 힘을 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한다는 말을 자강불식(自强不息),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을 자화자찬(自畫自讚), 자기가 일을 해놓고 그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격지심(自激之心),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룸 곧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이룩하거나 큰 일을 이룸을 일컫는 말을 자수성가(自手成家),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이 꼼짝 못하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함을 이르는 말을 자원자애(自怨自艾), 처음부터 끝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일컫는 말을 자초지종(自初至終),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제 뜻이 항상 옳은 줄로만 믿는 버릇이라는 뜻으로 편벽된 소견을 고집하는 버릇을 이르는 말을 자시지벽(自是之癖) 등에 쓰인다.
▶️ 薦(천거할 천, 꽂을 진)은 ❶회의문자로 荐(천)은 간자(簡字)이다.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廌(치; 사슴과 닮은 동물)의 합자(合字)이다. 이 동물이 먹는 풀의 뜻으로, 음(音)을 빌어 천거(薦擧)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薦자는 ‘천거하다’나 ‘올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薦자는 艹(풀 초)자와 廌(해태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廌자는 뿔이 달린 해태를 그린 것이다. 금문에 나온 薦자를 보면 뿔이 달린 짐승이 몸을 치켜세운 채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薦자에 대해 ‘짐승이 풀을 뜯어 먹는 것이다(獸之所食草)’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薦자는 ‘풀을 뜯다’나 ‘짐승이 먹는 풀’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몸을 치켜세운 해태의 모습에서 ‘올리다’라는 뜻이 파생되었고 후에는 사람을 올린다는 의미에서 ‘천거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薦(천, 진)은 사람을 어떤 자리에 추천(推薦)하는 일로 ①천거(薦擧)하다 ②드리다, 올리다 ③늘어놓다, 진술(陳述)하다 ④깔다 ⑤우거지다 ⑥견뎌내다, 이겨내다 ⑦줄곧, 계속(繼續) ⑧거듭 ⑨자리, 깔개, 거적(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 ⑩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⑪풀의 이름 ⑫뗏목에서 사는 일 ⑬제사(祭祀)의 이름, 그리고 ⓐ꽂다(진) ⓑ끼우다(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인재를 어떤 자리에 추천하는 일을 천거(薦擧),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일을 천도(薦度), 벼슬아치를 윗자리로 천거함을 천망(薦望), 사람을 천거하는 데 필요한 명목을 천목(薦目), 사람을 천거하여 쓰이게 함을 천진(薦進), 인재를 발탁하여 천거함을 천발(薦拔), 첩이나 기생이나 시녀들이 잠자리에서 시중듦을 천침(薦枕), 추천하여 준 사람을 천주(薦主), 마음 속으로 물건을 바치려고 하는 생각을 천산(薦算), 인재를 천거하여 쓰거나 쓰이게 함을 천용(薦用), 추천하는 내용을 적은 서류를 천장(薦狀), 인재를 추천하여 가려 뽑음을 천출(薦出),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을 추천(推薦), 사회의 일반 사람들이 추천함을 공천(公薦), 천거 또는 추천에 들지 못하고 떨어짐을 낙천(落薦), 권하여 쓰게 하거나 하게 함을 거천(擧薦), 힘써서 천거함을 역천(力薦), 추천이 끝남을 완천(完薦), 자기가 자기를 추천함을 자천(自薦), 타인이 추천함을 타천(他薦), 특별히 추천함을 특천(特薦), 선거 따위에서 입후보자를 이름을 불러 추천함을 호천(呼薦), 학문이 높은 사람을 천거하는 일 또는 그 천거된 사람을 학천(學薦), 널리 여러 사람에게 인재를 천거하게 하는 일을 광천(廣薦), 죽은 사람을 위하여 공덕을 베풀고 그 명복을 빎을 추천(追薦), 모수가 스스로 천거했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모수자천(毛遂自薦), 장보의 관이 도리어 신발 밑에 있다는 뜻으로 상하 전도함을 이르는 말을 장보천리(章甫薦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