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수목원 얼마나 달라졌나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14일 해운대수목원을 찾았다. 지난 2년간 달라진 점과 장마철 초식동물 상태가 궁금하던 차에 찾은 수목원은 입구부터 달라져 있었다.
◇ 다양한 주제별 소공원
나무에 장식된 눈과 잎은 마치 반지의 제왕이란 영화에서 등장해 사우론을 쳐부순 ‘엔트(Ent)’ 같았다. 또 다른 나무에 매달린 다양한 곤충모형들이 관람객을 반겼는데 크기가 너무 커 달려들까 겁(?)이 났다.
수목원은 윌가든, 동백숲, 철쭉원, 미로원, 토피리아원, 장미원, 허브길 등 주제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19만 평에 달하는 넓이로 군데군데 정자가 있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었고 실제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들이 쉬고 있었다.
생태습지도 마련되어 대천호수에서 늘 봐온 흰뺨검둥오리가 떼로 수면에 동동거렸고 쇠백로도 보였다.
그러다 눈을 돌리니 양버즘(플라타너스)나무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가지와 이파리들이 하늘 위 성처럼 떠 있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나무 같은 느낌에 한동안 넋을 놓고 올려다보았다. 인근의 낙우송 길은 머지않아 유엔평화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이 될 것으로 보였다.
◇ 핫플레이스, 안개를 뿜는 다리
이래저래 눈 호강하며 걷는데 산책로에 물이 고여 되돌아서 다른 길로 가려니 이곳 역시 물이 고여 뱀 조심 푯말에 조심스레 풀숲으로 우회하여 통과했다. 그러다 눈에 익은 하얀 꽃을 바라보니 장산에서 생태교란식물로 악명 높았던 도깨비가지였다. 설마 도깨비가지를 수목원에서 집단으로 키우는 것은 아닐 테고 어디서 날아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벌써 군락을 이루고 있어 퇴치가 시급해 보였다.
수목원에 도깨비가지 군락이라니 하며 투덜거리자니 앞에서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건 또 뭐지 하면서 달려가니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양옆으로 안개가 나오는 장치가 있어 연신 안개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처음 안개를 본 순간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갔으나 괜히 힘만 뺐다. 짧은 주기로 안개는 계속 품어져 나왔다.
연못엔 연꽃이 피어 있고 그 가장자리엔 멋진 정자까지 있어 다리에서 안개가 피어 나올 때마다 아주 몽환적인 광경이 연출되었다. 물론 다리 위는 멋진 포토라인이 되어 지나는 사람들마다 안개에 맞춰 사진을 찍느라 아주 신이 나 보였다.
다시 아래 수목원으로 내려오니 양들이 축사로 들어가 엉덩이만 자랑하고 있었고 당나귀는 축사 안이 갑갑한지 엄청난 크기의 괴성을 토해냈다. 당나귀 괴성 속에 타조는 목재 울타리를 자꾸 쪼아대며 먹으려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 넓은 면적이라 매점 필요해
수목원을 한 바퀴 돌면서 본지 김영춘 기자의 기사가 생각났다. 최초 쓰레기매립장 복토를 더 두껍게 하자는 의견과 수목원 내 축구장, 테니스장을 만든 목적, 그리고 대나무 숲을 조성하려 했던 그의 정책이 너무나 옳았다고 느껴졌다.
현재 나무 그늘이 부족하다 보니 수목원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늘막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진풍경도 보았다. 입장료가 없고 넓은 주차장에다 버스 정류장까지 정문 앞에 위치한다. 하지만 ‘해운대갑’ 지역에서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고 센텀에서 환승해야 하는 게 조금 아쉽다.
또한 수목원이 넓어 다 둘러보니 출출해졌다. 간단히 요기할 수 있고 음료 정도 판매하는 매점이 필요해 보였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