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임 북충주농협 조합장(오른쪽)과 복숭아농가 홍순석씨가 세균성구멍병 피해를 본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충주 앙성면 일대 둘러보니 수확 20여일 앞…농가 한숨 골바람 지나가는 곳 많이 발생 저온피해로 나무 약해진 탓 급속히 퍼져 … 농장 초토화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복숭아 주산지에서 세균성구멍병(천공병)이 급속 확산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오전에 만난 충북 충주시 앙성면 복숭아농가들은 수확을 20여일 남겨두고 상품성을 잃은 복숭아를 보면 애가 탄다고 말했다.
“30여년 복숭아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과일에 점박이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심한 경우 진물이 나고 떨어지기까지 하더군요.”
2000㎡(600여평)씩 두 필지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홍순석씨(63·마련리)는 “한 필지는 거의 초토화됐고, 다른 한 필지도 50% 정도 병이 왔는데 나머지를 살릴 수 있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백도에서 특히 세균성구멍병이 심한데 봉지를 씌우기 전에는 전혀 병해 기미가 없었다고 한다. “10일께 햇순을 치는데 잎에 구멍이 뚫린 게 보여 봉지를 벗겨보니 대부분 병이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균성구멍병은 기상 상황에 좌우되는 병해로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대상이다. 홍씨는 “다행히 보험에 가입해 보상을 받을 길이 있지만 제대로 피해 산정이 될지가 또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에서 3300㎡(1000평)씩 두 필지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남상숙씨(60·능암리)는 더 절박한 입장이다. 미처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씨는 “한 필지는 80∼90% 병해를 입은 것 같다”며 “다른 필지는 조금 나은 편이긴 한데 거기도 순식간에 번질까봐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두 필지에서 40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는데 올핸 거의 손에 쥘 게 없을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병반에서 진물이 흐르고 있는 복숭아.
세균성구멍병은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부는 경우 발생이 증가한다. 세균성구멍병에 걸리면 물에 젖은 듯한 반점(수침상)이 잎에 나타나며 결국 갈변된다. 갈색 부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져나가 구멍이 생긴다. 병반은 잎뿐 아니라 가지와 열매에도 발생한다. 감염된 과실은 상품성이 없다.
김진임 북충주농협 조합장은 “우리 지역은 250농가가 250여㏊에서 복숭아농사를 짓고 있다”며 “농장 대부분 10∼20%는 병이 왔고 그중 50여농가는 80% 이상 피해를 본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또 “양쪽에 산이 있고 골바람이 지나가는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생했다”며 “봄철 저온피해로 나무가 약해져 급속히 확산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종대 충주시농업기술센터 과수연구팀장은 “확산을 막으려면 최소한 열흘에 한번 이상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전용약제인 옥시테트라사이클린·옥솔린산·발리다마이신·스트렙토마이신 등 항생제와 유산아연석회액 등을 살포해야 효과적”이라고 당부했다. 약제 살포 시에도 유의해야 한다. 고압으로 약을 살포할 경우 자칫 과수에 난 상처를 통해 세균성구멍병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NH농협 충주시지부 관계자는 “충주지역 전체 복숭아 재배면적 중 20∼30%에서 세균성구멍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가가 느끼는 체감 피해는 그보다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유재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