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 갈수록 존재감 키우는 김건희 여사 [이슈+]
조성민입력 2023. 4. 15. 21:01수정 2023. 4. 15. 21:42 댓글12개
지난주 경기-서울-대전 등 돌며 대외활동 활발히
“북한에 강하게 해야”…민감 현안에 목소리 내기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 동창 김승희 승진
민주 “尹, ‘김건희 라인’ 뽑아…편협한 인사관 경악”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일 광폭 행보에 나서며 갈수록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최근 윤 대통령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대통령실 홈페이지 홍보 사진 속에도 대통령보다 많이 등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김건희 여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4일 대전 서구에서 새마을회 회원들과 함께 독거노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식 빨래방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대선 전과 달리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김 여사를 두고 대통령실 ‘제2부속실’ 마련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사진사였던 장철영 행정사는 지난 5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통령실이 아니라 김건희실이 돼 버렸다”며 “(대통령실 홍보 사진에서) 누가 메인인지 모르는 거다. 이 에디터, 저 같으면 자른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여사님 사진을 이렇게 많이 올릴 생각이 있다면 제2부속실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역시 지난 1월 “문재인 정부 때는 제2부속실이 있었기 때문에 (영부인의) 일정 정도는 관리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제2부속실이 없다”며 “그래서 관리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관리를 1부속실에서 하니까 대통령과 계속 동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 김 여사가 메인이 된 것을 두고는 “사진은 메시지다. 그러니까 그런 의도라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김 여사 지난주 ‘광폭 행보’ 속 ‘현안 메시지’까지
김 여사는 지난주 매일같이 대외활동을 하며 현안 메시지까지 내놨다. 김 여사는 14일 대전을 찾아 독거노인·소외계층을 위한 세탁 봉사에 참여하고 자선 경매에도 물품을 기부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들도 찾아 세탁·건조된 이불과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며 “곁에 항상 따뜻한 이웃이 있다. 늘 건강하시고 힘내시라”고 인사를 전했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이 착용했던 넥타이를 100원 경매에 기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에는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에서 진행된 ‘백원경매’ 행사장을 찾아 윤 대통령이 맸던 넥타이를 기증했다. 백원경매는 농산물 등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받은 물품을 경매에 부친 뒤 그 수익금으로 지역 내 신생아 출산 가정에 육아용품을 선물하는 행사다. 앞서 떡집과 야채가게, 기름집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먹거리를 구매하고 상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13일 63빌딩에서 열린 국가보훈처의 순직군경 자녀들을 지원하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는 전몰·순직 군경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여사는 출범식에서 “제복 입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기억하고,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경기 파주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자·억류자 가족 10명을 만나 1977년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일에는 경기 파주 국립 6·25 전쟁 납북자 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이날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생사) 확인도 안 해주고 있는데, 이런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납북자·억류자 관련 사안은 남북 실무회담 등에서 우회적 표현을 사용할 만큼 남북관계에서 민감한 문제인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2부속실 요구 커지는데…의전비서관에 김 여사 동창
현재 김건희 여사 일정은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함께 담당하고 있다. 부속실 행정관 2~3명이 김 여사 업무를 전담하고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의전을 총괄하는 의전비서관실에서도 여사 담당 직원이 1~2명 있으며 일부는 윤 대통령 당선 전부터 김 여사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던 인물들로 전해진다.
이처럼 ‘사적 보좌’로 활동을 이어갈 거라면 ‘공적 보좌’를 위해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김 여사 관련 업무의 책임자가 누군지도,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2부속실 없이는 지난해 김 여사 지인의 봉하마을 참배 동행이나, 개인적 친분이 있던 민간인의 해외순방 동행 사건 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에 선을 긋고 있다.
깅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한편 윤 대통령은 15일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의 동창으로 알려진 김승희 선임행정관(의전비서관 직무대리)을 정식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이상한 인사 파문의 끝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의 승진이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 국내외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의전비서관 자리에 영부인의 측근을 기용한 사례는 최초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김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로 소위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면서 “더욱이 그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더불어 김성한 전 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경질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여론은 무시한 채 오로지 최측근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대통령실의 편협한 인사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통령실은 연이은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물어 김태효 1차장과 김 의전비서관을 즉각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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