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5-11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사이비 신자처럼 삽니다.
나는 옛날 얘기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아주 어려서 들은 옛날 얘기도 금방 들은 것처럼 근사하게 말할 수 있는 은총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때로는 혼자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옛날에 들은 옛날 얘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들을 잘 각색해서 강의를 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주님의 큰 은총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약간의 거짓말도 더하여 허풍을 떨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들과 함께 근사하게 말하는 재주는 분명 주님께서 주신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옛날 얘기에 살을 붙여서 성당에서 강의하는 것이 약 30개 정도 된답니다. 어느 때인가는 억지 얘기로 만든 것들을 책으로 쓰거나 모두 강의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죽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내가 그렇게 신나게 옛날 얘기를 하면서 성경의 말씀도 덧붙여서 하느님 얘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부님은 날 보고 ‘사이비교주를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번 잘 생각해 보라고 농담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 형제가 선뜻 그 말을 받아서 ‘자기가 그 신흥종교의 총무가 되겠다.’고 나서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교회 이름을 근사하게 붙이고, 설교를 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면,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일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나에게 속아서 재산을 다 내놓고 정신을 홀딱 빼앗을 만큼 어떤 재주를 피워야 할까? 최면을 걸어야 할까? 마술을 부려야 할까? 예수님의 이름을 어떻게 하면 근사하게 팔 수 있을까? 그렇게 정신을 모두 빼놓고 사람들을 모인 다음에 ‘이것이 정도(正道)다.’하고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교회로 돌아오면 잘하는 짓인가? 천벌을 받을 짓인가?
나주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광주대교구 교구장님들의 간곡한 호소와 메시지와 선언이 언제나 묵살되고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킨 그 사건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나도 필리핀에서 온 교수 친구들이 그곳을 가 보자고 졸라서 90년대 초에 가 보았습니다. 안내인이 성모상에서 은은히 풍기는 장미향을 나지 않느냐고 강요 비슷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었고, 유난법석을 떠는 사람들이 이상해서 많이 속상한 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다리가 무척 아파서 만사가 귀찮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이 불경스러워서 성모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주에 다녀 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광주대교구장님의 말씀을 신문과 방송에서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이이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또한 성모님이 왜 그렇게 현실적으로 나타나야 믿음이 확고해지는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믿음은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없으며, 맛으로 느낄 수 없을 때 믿음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과 지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그 것은 그냥 지식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바라고 사는 나의 얄팍한 신심이 그런 황당한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서 사람도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돌이나 위대한 건축물도 영원할 것으로 알고 살아갑니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는 금속인 금이나 다이아몬드도 산산 조각이 날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서 영원한 가치를 느낀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사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치 않는 사랑을 찾아서 일생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나 그 변치 않는 마음을 찾기가 그렇게 힘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진리라고 하는 것들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영원한 것은 오직 주 하느님뿐이며, 영원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하느님만이 영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자원예물(自願禮物)이라는 말이 가슴에 맴돕니다. 사이비교주에게 재산을 전부 헌납한 사람들은 자원예물을 바쳤다고 할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놓고 구원과 영생(永生)을 위해서 스스로 헌납했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길로 갔다면 영원한 사기꾼이 될 뻔 했습니다. 꿈도 꾸지 않기를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그 길로 나섰다면 지금쯤 감옥에 있거나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오명(汚名)을 품에 안고 비참하게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교회의 사기꾼들이 있고, 거짓예언자가 많으며, 구세주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최고 무기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잘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성스럽게 보이는 말과 행동이랍니다. 그러하니 주님께서는 그 얄팍한 속셈을 보시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주님의 애간장은 다 타서 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가루가 되셨을지 모릅니다.
이제 눈을 뜰 때입니다. 하느님나라를 이 세상에 건설할 때가 왔습니다. 거짓 예언자로 하는 말이 아니라 성경에 있는 말씀을 저는 다시 할 뿐입니다.
주님, 저는 지금도 사이비(似而非) 신자랍니다. 그래서 거짓으로 황당한 말을 지껄이며, 당신을 떠나서 활개를 치고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세상 사람들을 현혹하며 살아온 이 불충불효(不忠不孝)를 용서하소서.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여도 당신의 말씀에 의지해서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러 방황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4,14-19
나 요한이 14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앉아 계셨는데,
머리에는 금관을 쓰고 손에는 날카로운 낫을 들고 계셨습니다.
15 또 다른 천사가 성전에서 나와,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16 그러자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땅 위로 낫을 휘두르시어 땅의 곡식을 수확하셨습니다.
17 또 다른 천사가 하늘에 있는 성전에서 나왔는데, 그도 날카로운 낫을 들고 있었습니다.
18 또 다른 천사가 제단에서 나왔는데, 그는 불에 대한 권한을 지닌 천사였습니다.
그가 날카로운 낫을 든 천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날카로운 낫을 대어 땅의 포도나무에서 포도송이들을 거두어들이십시오. 포도가 다 익었습니다.”
19 그러자 그 천사가 땅 위로 낫을 휘둘러 땅의 포도를 거두어들이고서는,
하느님 분노의 큰 포도 확에다 던져 넣었습니다.
축일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Cecilia)
신분 : 동정 순교자
활동 연도 : +230년?
같은 이름 : 세실리아, 쎄실리아, 카이킬리아, 케킬리아
여러 필사본으로 전래된 성녀 체칠리아(Caecilia)의 순교록은 5세기 중엽에 기록되었다. 그 전승들에 의하면, 그녀는 로마 원로원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면서 평생 동정을 지킬 것을 서약하였다. 성녀 체칠리아는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이교도인 성 발레리아누스(Valerianus, 4월 14일)라는 귀족 청년과 결혼하였으나, 결혼식이 끝난 후 그에게 자신은 동정 서약을 하였으며 천사의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음을 말하였다. 성 발레리아누스는 그 천사를 보게 해 주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성녀 체칠리아는 그를 교황 성 우르바누스 1세(Urbanus I, 5월 25일)에게 보내어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도록 하였다. 세례를 받고 돌아온 그는 백합으로 장식된 관을 쓴 두 천사가 성녀 체칠리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결국 그녀의 동정서약에 동의하였다. 또한 그의 동생인 성 티부르티우스(Tiburtius, 4월 14일)도 후에 천사를 보고 세례를 받았다.
성 발레리아누스와 성 티부르티우스 형제는 그때부터 신앙생활과 자선활동에 전념하다가 행정관인 알마키우스(Almachius)의 미움을 사서 체포되었다. 그들은 신전에 제사를 바치라는 행정관의 강요를 거절하여 심한 매질을 당한 후 로마 근교 파구스 트리피오에서 성 막시무스(Maximus, 4월 14일)와 함께 참수되었다. 성 막시무스는 성 발레리아누스와 성 티부르티우스가 보여준 그리스도께 대한 굳은 신앙을 보고 감화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가 순교하였다.
성녀 체칠리아는 이 세 명의 순교자들을 장례지낸 다음 체포되어 배교를 강요당하였다. 그녀는 용감하게 알마키우스와 논쟁하였으며, 행정관은 도저히 그녀의 신앙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하자 사형을 언도하였다. 사형 방법은 그 당시 흔히 사형수에게 적용된 것으로 욕실에 가두어 쪄서 죽이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목욕실에 가둔 지 24시간이 경과하였어도 성녀 체칠리아가 죽지 않자 목을 베어 죽이기로 다시 결정하였다. 그러나 형리의 서툰 솜씨로 목을 베인 후에도 성녀는 3일 동안이나 숨이 붙어 있다가 순교하였다고 한다. 성녀 체칠리아에 대한 공경은 수세기를 통하여 교회 안에서 보편화되었고, 그녀의 행적들이 수많은 전설이 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순교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성 티부르티우스를 비롯한 다른 성인들이 세베루스 알렉산데르(Severus Alexander, 225-235년 재위) 황제 치하에서 순교하였다고 로마 순교록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녀의 순교 연대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성녀 체칠리아는 음악과 음악인들의 수호성인이다. 그 이유는 원치 않았던 결혼식 때 성녀 체칠리아는 결혼 음악과 환호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고, 오히려 내심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행적에 근거한 것이다. 그래서 성녀는 음악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1584년 로마에 음악원이 세워졌을 때 성녀는 이 학원의 수호자로 지칭되었고, 이후 성녀 체칠리아를 교회 음악의 수호자로 공경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런 이유로 성녀 체칠리아의 문장은 오르간이다.
축일11월 22일 성 필레몬 (Philemon)
신분 : 바오로의 제자, 순교자
활동 연도 : +1세기경
같은 이름 : 삘레몬
소아시아 프리지아(Phrygia) 지방의 콜로새(Colossae)에 살던 성 필레몬은 성 바오로(Paulus)에 의하여 아마도 에페수스(Ephesus)에서 개종한 듯하며, 사도 바오로의 편지를 받은 인물이다. "그리스도 예수님 때문에 수인이 된 나 바오로와 우리 형제 티모테오가 사랑하는 우리의 협력자 필레몬에게, 그리고 아피아 자매와 우리의 전우 아르키포스, 또 그대의 집에 모이는 교회에 인사합니다."(필레 1,1-2)로 바오로의 편지가 시작된다. 전승에 따르면 성 필레몬은 성 오네시무스(Onesimus, 2월 16일)를 해방시켰고, 콜로새에서 아내인 성녀 아피아(Apphia)와 함께 돌에 맞아 순교하였다고 전해온다.
오늘 축일을 맞은 체칠리아 (Cecilia) 자매들과, 필레몬 (Philemon)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