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좋아! 친구가 좋아~~~~
모두 잘 알고 있는 유행가 가사의 첫 소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삶의 수수께끼 같은 것..
오늘은 술 이애기를 하려 한다.
나는 술을 일상의 동반자로 여기고 가까히 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특별히 부담 없고 언제나 함께 하면 즐거운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게
바로 술이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자주 독한 술은 접하게 되고 점점 독한 술을
선호하다 보니 대개 40도 넘는 독주를 자주 마시게 된다.
자주 만나는 친지 한분이 엊그제 회동시 집에 보관중인 오래 된
중국 술을 내게 마시라고 갖고 왔다. 杭竹靑 이란 상표의 술이였다.
일행들은 독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 내가 점심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여 대접하고 귀한 술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다음 날 집에서 그 술을 맛보기 위해 개봉을 하려다 보니 2000년
중국 항주에서 생산된 45도 짜리의 죽엽청주 계열의 술이였다.
20년이 넘다보니 내용물은 증발해서 1리터 정도의 용기였지만
개봉하고 보니 딱 유리컵 한 잔 분량이었다.
20여년 동안 옹기 병에서 증발되고 남은 마지막 한모금의 진수를
우선 달콤한 향기를 맡하보는 걸 시작으로 부드러운 감촉을 느껴
보았다. 알콜 성분이 많이 증발되다 보니 달콤한 느낌이 너무 강해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독한
고량주를 섞어 블랜딩을 해서 반 컵은 마시기로 하고 남은 건 별도로
보관 나중에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생산된 지 24년 지난
죽엽청주를 맛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귀한 술을 내가 마주하게 되었을까?
사연인 즉 이렇다.
술을 나만큼이나 좋아하던 지인이 술을 꼲은 것이다.
골프장에 가면 골프보다 술 마시는 즐거움이 좋다고 말하던 사람.
마주 않아 막걸리를 12병을 함깨 마시던 주당.
그런 사람이 술 좋아하던 친구의 갑작스런 별세로 충격을 받아 금주를
선언하고 술과의 인연을 끊은 것이다.
그의 아내가 가장 좋아하더란다.
그래서 그 지인은 술을 완전히 끊었고, 그가 보관하던 귀한 술은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 전달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집에서 편안하게 멸치를 안주 삼아 명주 한 잔을
즐기게 된 것이다.
세상 사는 삶의 가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기준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평범한 인간에겐 이런 소박한 삶이 일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박한 행복 .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세상,
20여년 넘게 옹기에서 숨쉬면서 버텨온 마지막 한 모금의 정수
나는 오늘 그 한 모금을 마시면서 감사의 마음을 배운다.
그 귀한 술을 나에게 아낌없이 넘겨준 그 가슴 넓은 사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는 그의 넉넉한 마음이 술보다 더 귀하고
진한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귀한 술을 함께 나누지 못한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란 표현을 떠올려 본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술 잘 마시기에.
술 마시는 것도 큰 복이겠지요.
저는 술을 마시면 너무나 쉽게 취해서, 금세 배탈나고, 구토하고, 눈앞이 캄캄하도록 어지러워서 혼나지요.
예전 직장생활할 때 단체회식으로 저녁밥을 먹으면서 상사가 권하는 술잔을 어찌하지 못해서...
벌벌 떨면서 억지로 마시고는...
정말로 힘들어 했지요.
수십년 전 농촌에서 살 때 농사를 지을 때면 막걸리통이 엄청나게 많이 들락거렸지요.
글맛 좋습니다.
저는 술이 약한 체질이라 술을 멀리 했는데
50세 넘어서 고량주에 빠졌답니다.
심심하면 고량주 두 잔 정도 마셔요.
몸에 잘 받고 부드럽게 깨더라구요 ^^
저는 술 맛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 술이 좋은 지 맞는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댓글 쓰기가 좀 민망합니다.
꽃이 좋고,
술이 좋고,
하여도
사람의 향기가 좋다는 말씀에
박수 쳐 드립니다.^^
人香萬里
해운선사님은
진정한 애주가이십니다.
20년동안 간직했던 귀한 술을
선물 받으셨으니
그 감사한 마음이 크실듯요.
한잔술에 풍류를 읊고
즐겁게 사시면 그만이지요.
건강을 해치지 않을만큼
약주로 드시면 더 좋구요.
해운선사님
편안한밤 되시길요.
엊그제도 세달에 한번 만나는 고3때 같은반 친구들을 교대역 중국집서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꼭 연태고량주 한병을 들고 나갑니다. 대형 주류코너에서 500ml 를 12000원에 파는데 중국집서 보통 5~6만원받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고량주가 34도 연태고량주 입니다.
과하게만 안마시면 술처럼 좋은 친구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