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후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오늘 하루의 일정을 시작한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옅은 안개가 끼어 있고 오늘 날씨는 좋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것은 9시 훼리를 놓치면 하루 일정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니까.
그런데 버스를 타고보니 어제 우리가 타고왔던 앞에서 두번째 자리는 벌써 누가 짐들을 가져다 놓고
사람들은 보이질 않는다.
이런게 단체여행의 단점.
Fiest come, first served'이어야 하는 데
일행의 위세를 믿고 늦게 나와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불합리.
나중 삼십여명 그룹의 연대 순을 따져 보면 우리 부부가 두 세번째 정도
교장선생님이라 불리는 옆자리에 앉은 분과 인사를 나누다보니
정년퇴직한지 5년, 중고등학교는 정년이 62세이니 65세에 정년을 한 나와 비교하면 동년배.
여행을 좋아하시던 부모님은 지금은 없어진 '시에 프랑스'란 여행사를 따라 노령에 유럽 여행을 여러번 다녀오셨다.
부모님의 좌석은 항상 가이드 옆 제일 좋은 자리.
일어 능통, 독어 적당, 영어 조금 하시는 외국어 실력에 그룹의 유일한 의사이었으니 대접 받을 만도 하시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노인 공경(?)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가이드가 나누어 준 오늘의 일정.
다카마츠 항에서 출항하는 다른 배를 찍었다. 제일 국제선.
우리나라와 같이 여기서도 항구에서 낚시금지.
우리가 출항하는 배는 9시 배로 쇼도시마의 노노쇼항 도착이다.
단체 여행이 아니라면 4시간 정도 차를 빌려도 좋다.
한산한 항구의 풍경.
12월 말에도 푸른 초목들.
항구 옆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부부.
배는 출항하였고, 이 동네의 유명한 빨간 유리등대를 당겨 보았다.
객실에서 천창을 보고 바다를 찍었고.
선내에서 파는 간단한 식사.
이윽고 도노쑈 항에 도착한다.
쇼도시마 안내 지도.
제일 먼저 도착한 이 곳은 바닷물이 갈라져 섬과 연결되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진도와 비슷하나 규모가 훨씬 작다.
가이드가 운좋게도 물때를 맞추어 와서 천사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좋아한다.
쇼도시마 라이온즈 클럽에서 모금하여 현 왕실연도 12년,
2001년 3월 31일에 '녹색광장' 조성사업으로 기념식수.
자그마한 언덕을 지나서
아, 이 언덕은 연인들의 성지로 약속 전망대.
우리야 연인끼리는 아니지만 나중에 올라가 보아야지.
사랑과 맹세의 징표로 매단 소원과 이름이 적힌 조개껍질들.
우리나라 남산에는 자물통으로 채우고 열쇠를 던져 버린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지붕 위로 떨어지는 열쇠들로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었고,
세느 강에 있는 어느 다리는 자물통 무게를 못이겨 무녀져일 수 있어 금지한다는 뉴스.
언젠가 라디오의 음악 신청곡 시간에 소개된 사연.
누가 한강 모래밭에서 금반지 한개를 주웠는데
반지 안에는 두사람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고 방송.
얼마 후 그 반지의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서 말한 애틋한 내용은
두 연인이 사랑을 약속하고 커플 링을 맞추었는데
여자가 떠나가서 아마도 같이 거닐었던 한강에 던져버린 반지가 나타난 것이라고.
수십년전에 들었던 이런 이야기가 여기에서 문득 생각이 난다.
아래에 붙이지 못한 사연은 높이 산위 나무에 걸려있다.
여기는 진도의 개펄과 달리 모래밭으로 연결.
여기는 더 많은 조개껍질이.
자그마한 마애 불상
순하게 생긴 멍멍이 한마리.
천사의 길 너머로 바다 건너편의 마을이 보인다.
꽃까지 핀 이 계절은 겨울인가?
연인의 성지 약소전망대를 지키는 고양이.
오르는 길 옆에는 부처님 상이.
거기서 내려다 본 천사의 길.
우리도 여기서 기념 사진 한장.
내려 와서 또 한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신사.
주차장에서 바라 본 바다.
다음 일정으로 떠 난다.
첫댓글 노부부 사이에는 닳고 닳은 깊은 정이 느껴지는 좋은 사진이다. 말 한마디 없어도 침묵의 의미를 서로 이해하는 사이. 침묵이 거북하면 아직은 멀었다. 아니 가망이 없는 사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세세연년 깊이와 향기를 더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만났을 때 존재했던 것이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세월이 간다고 사랑이 돋아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범하는 가장 커다란 오류의 하나가 살다보면 사랑이 자라나겠지 하고 바라는 일이다. 남녀관계란 따라서 애초에 잘 만나야 하는 법,,,두사람에게 하늘만이 허락하시는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한다.
아니 이미 임하였도다.
아이구, 무슨 과찬의 말씀을.
연인들끼리 헤어지지 말자고 열쇠를 걸어 놓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일본에서 유럽의 것을 수입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과연, 그렇게 열쇠를 채워 놓았던 연인들은 잘들 살고 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