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메가스터디 사외이사의 침묵
주형식 기자
입력 2024.04.09.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4/04/09/3GRQOQCFGZCG5DBNCBBCJ3XF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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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3.2.24/뉴스1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경찰 커뮤니티에는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 학원인 메가스터디교육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제목은 ‘이직 성공 사례’. 댓글에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들이 10여 개 달렸다. 이 블라인드는 경찰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경찰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아무 영향 없는데 학원에서 경찰을 왜 뽑냐. 관리소장도 아니고”라고 썼고, 다른 네티즌은 “지휘부를 했으면 가오(폼을 속되게 이르는 말)라도 지켜라”라고 적었다. 한 네티즌은 “쪽팔린 건 잠깐이야. 돈은 영원하지”라고 했다.
이런 댓글들은 일선 경찰들의 내부 동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자는 남 전 본부장의 재취업 기사를 쓰기 직전 경찰 관계자와 통화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부터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메가스터디 역시 수사 대상이다. 그는 처음 기자 말을 듣고 수 초간 침묵했다. 이윽고 그는 “정말 확인해보신 거 맞냐”며 “내가 아는 남 전 본부장은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화를 끊기 전까지도 기자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남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메가스터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메가스터디는 입시 학원 ‘빅(big) 3′ 중 하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남 전 본부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취업 승인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은 퇴직 후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취업하는 경우 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학원가에서 교육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경찰을 간부로 영입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수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하기 위해 신설한 자리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를 총괄하고, 수사 경찰 3만명을 지휘하는 경찰 핵심 수뇌부다. 남 전 본부장이 경찰 전직 수뇌부로서 수사받는 메가스터디를 위해 ‘전관’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건 아닌지 의심을 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사 기자들 중 어느 누구도 남 전 본부장, 메가스터디 측 답변을 듣지 못했다.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남겨도, 이번 사태 당사자들은 ‘강 건너편에 난 불’로 보는 듯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언론사 기자는 “총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라질 테니”라고 했다. 메가스터디 내부에서는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남 전 본부장은 작년 2월 퇴임식에서 경찰 후배들에게 “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든든히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전관예우 논란에도 수일째 침묵하는 그야말로 수사 독립성을 훼손하는 장본인은 아닌지, 당사자들의 해명을 들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주형식 기자
밥좀도
2024.04.09 04:57:49
한국의 지도층이나 고위층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고 오직 사리사욕만 있을 뿐이다. 윗물이 항상 혼탁하니 아랫물이 맑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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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6602
2024.04.09 05:56:44
문재인이 임명했던 고위공직자들은 전부 왜 그런가? 옷을 벗었다고 수사하던 대상에 취업을한다? 몰염치는 잠간이고 돈이면 된다는 질타가 적절하다,이런 비도덕적 공직개념을 가진자가 경찰을 우스개거리로 만들고있다,도둑잡던 경찰이 도둑편이되어 감싸는건 개가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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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2024.04.09 07:36:11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뭐하는 곳이냐? 결국 그들이 한패가 되어 취업 승인이라. 제대로 썩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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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2024.04.09 07:20:13
이런 위선자가 경찰이라니 망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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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보루
2024.04.09 08:11:03
먹이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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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Truth
2024.04.09 08:05:54
메가스터디 연속 세무조사, 대표이사 및 이사진 개인 비리 수사 등등 검사들이 할 일이 많지만..... 좋아진 세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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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德
2024.04.09 08:55:06
쓰레기집단 사외이사제도는 폐지가 답이다. 그냥 돈받고 거수기 노릇, 그것은 각종 위원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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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킴
2024.04.09 08:42:53
경찰에게 권력을 이양했더니 이제 또 다른 강한 전관예우가 시작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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