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1퍼센트의 시각
나는 하루를 커피 두어 잔으로 나눈다.
첫 잔은 아침 식사 후 마신다. 오래전 배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생긴 습관이다. 하루의 과업이 시작되면
기관 제어실로 내려가야 했는데, 그곳에서는 가장 나이 어린 오일러가 어김없이 커피를 타 주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마시던 것이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 향이 없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배를 내려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아침의 커피 한 잔 없이는 하루가 시작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며 보직을 맡게 되었을 때는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셨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 대신 커피
한 잔을 권하고, 회의가 길어지면 또 한 잔이 따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넉 잔쯤 마시고 나면 몸이 반색을
했다. 그때부터는 입이 커피를 거부했다. 지금은 은퇴한 뒤라 그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 아침에는 집에서 믹스
커피를 타 마시고, 오후엔 아파트 상가의 ‘10 percent’라는 카페로 내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다.
그곳 간판을 볼 때마다 문득 생각한다.
‘10 percent’ — 저 이름은 어떤 뜻일까.
‘percent’는 ‘백분율’을 뜻한다. 1퍼센트는 전체의 백분의 일, 아주 작은 비율이다. 그러나 그 작음이 항상 하찮은
것은 아니다. 암 발생 확률이 1퍼센트라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거대한 시장에서 1퍼센트를
차지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성취가 된다.
신문에서 읽은 한 기업가의 말이 떠오른다.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내놓을 때 목표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1퍼센트’였고, 일론 머스크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퍼센트만 차지해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작았다. 그러나 그 1퍼센트가 새로운 길을 열고, 세상의 판도를 바꾸었다.
생각해보면, 숫자 그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1퍼센트를 작은 수치로 볼 수도 있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으로 볼 수도 있다. 커피 한 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카페인의 중독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라 말한다. 결국 사물의 의미는 우리 마음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아침 햇살이 부엌 창으로 스며들 때, 나는 오늘의 첫 커피를 내린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 속에서 마음이 조금 느려
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렇듯,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있다.
오늘도 내 하루의 1퍼센트를 커피 향으로 채우며, 나는 다시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