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선 막판에 판치는 무분별 선동, 희화화 경계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4.04.09 00:55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이던 지난 5일 육군훈련소 소속 훈련병과 기간병, 장교, 부사관 등 장병들이 충남 논산시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또 ‘사전투표 조작설’…선관위 “CCTV 24시간 공개”
막판 공작, 상대 조롱만으로 국민 눈·귀 가려선 안 돼
4·10 총선이 내일이다.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내리고 나면 유권자의 선택만을 남겨두게 된다. 그런데 막바지에 ‘사전투표 조작설’이 고개를 드는가 하면 선거를 희화화하는 언행이 잇따르면서 사전투표 열기로 고조된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전투표(5∼6일) 종료 다음 날인 지난 7일 유튜브에는 서울시 은평구선관위 CCTV 화면이 투표 조작 주장과 함께 퍼졌다. 해당 영상에는 선관위 직원과 여야 정당 추천위원 2명이 이날 오전 2시쯤 우편으로 접수된 관외 사전투표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담겼다. 중앙선관위는 “회송용 봉투를 확인해 투표함에 투입하고 봉인하는 정상적 선거 절차였다”고 곧바로 설명했다. 투표함 보관 상황이 CCTV로 실시간 노출되는 상황에서 선관위 직원이 보란 듯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유튜브 영상 역시 24시간 공개되는 CCTV 모니터 화면을 촬영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조작설은 SNS를 통해 무차별 확산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어떻게 관외 사전투표자 수가 저렇게 많을 수 있냐”며 의혹을 이어갔고, 은평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선관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며 가세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 조작, 부정선거 등을 주장한 소송 126건이 제기됐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흘 전 민주당 유세 현장에선 이재명 대표가 대파를 꽂은 헬멧을 써 보이며 “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면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투표소 대파 반입을 제한한 선관위 결정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싸잡아 공세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대파 인형에 대파 가방까지 풍자적 소품과 인증샷이 잇따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파 혁명’이라는 말까지 꺼냈다. 여당도 지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조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나”라고 되받았다. 조국·이재명 대표를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다. 품격과는 거리가 먼 낯 뜨거운 공방이 오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소중한 유권자의 한 표 행사가 방해받아선 안 된다. 무분별한 선동과 흑색선전이나 상대 희화화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보겠다는 꼼수는 일찌감치 내려놔야 한다. 선관위도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세밀하게 선거를 챙겨야 한다. 이번 총선은 증오와 막말, 부적격 후보 등으로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전락할 처지다. 그러나 아직 도장을 찍지 않은 유권자 3000만여 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냉철한 판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