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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중독
○ 수은 중독은 수은과 그 화합물에 대한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금속이며 동시에 강력한 독성을 가진 금속이다.
수은에는 무기수은과 유기수은이 있다. 수은의 대부분은 무기수은으로, 온도계와 기압계에 많이
사용된다. 수은은 우리의 주변 환경에서 오랜 기간 잔류하는 동안 유기수은이 무기수은으로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무기 수은이 흙과 물 속에서 미생물과 바이러스의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천천히
유기수은으로 바뀌기도 한다.
○ 생물 농축의 주범은 유기 수은의 한 종류인 메틸수은이다. 메틸수은은 물고기 체내에 쉽게
쌓이기 때문에 바다나 호수가 약간의 수은으로 오염되더라도 물고기 섭취로 인한 수은 노출이
발생한다.
○ 곡물의 수은오염은 주로 토양 자체의 오염에 의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은을
포함한 농약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에 뿌려진 농약에 의하여 곡물이 수은에 의해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수은오염을 일으키는 수은의 종류는 금속화합물계로 분해 속도가 늦을 뿐 아니라 잔류성이
높다. 살균 효력이 탁월한 수은계 농약은 주로 토양 살균과 종자 소독에 사용된다. 과거에는
염화 제2수은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메틸 (methyl), 에틸(ethyl), 메톡시에틸(methoxy ethyl)
등의 알킬(alkyl) 수은계와 페닐 (phenyl) 수은염이 농약 재료로 사용되어, 벼, 야채, 과실 재배
시 병충해 방재용으로 쓰이고 있다. 이 중에서 알킬수은계는 독성이 강해 농약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보다 독성이 낮은 페닐(phenyl) 수은계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수은계 농약을 살포하면 분해가 거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잔류성이 강해 토양에 그대로 남아
식물에 계속 흡수된다. 식물 자체 내에서도 분해가 잘 되지 않는 수은은 용해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몸 속에 축적된다.
○ 수은(Mercury, Hg)에 관한 역사적 사실
-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수은을 불로장생약으로 생각하여 먹고 몸에 발랐으며 이로
인해 정신이상이 왔고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고 한다.
- ‘정신나간’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mad as a hatter’는 18, 19세기의 펠트모자(felt hats) 공장에서
쓰인 수은화합물로 인해 노동자들이 수은중독 증상을 일으켜 정신병자처럼 보였다는 데서 그 뜻이
유래되었다.
- ‘헌트러셀증후군(Hunter-Russel syndrome)’은 1930년대 영국의 Norwich라는 지역의 종자포장
공장에서 발생한 수은중독 연구로부터 생긴 병명이다.
- 195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Minamata disease)’은 공장에서 하천과 바다로 배출된
메틸수은 중독에 의해 생긴 병이다. 이 일로 미나마타 지역에서만 600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21,000명
이상이 일본정부에 피해배상을 요구하였으며, 그 중 3,000명이 미나마타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심지어
수은중독 증상이 없거나 미미했던 22명의 여성들이 심한 발달장애를 가진 아기를 출산했다.
- 1971~1972년 사이 이라크의 바스라지역에서는 메틸수은이 함유된 곰팡이살균제를 뿌린 곡물로
빵을 만들어 먹었다가 6530명의 수은 중독자와 459명의 수은중독 사망자를 냈다.
수은 중독의 원인
○ 토양의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연간 4천 톤에서 5천 톤이 바다와 토양 및 대기 중에 방출되고 있다.
이 수은들은 주로 광업, 금속제련, 펄프 및 제지 플라스틱, 전기, 의약품 공업사와 병원을 통해 배출된다.
자연 상태의 수은은 금속수은, 무기수은화합물, 알킬, 알콕시(alkoxy), 아릴(aryl), 유기수은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때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메틸수은 혹은 디메틸수은으로 메틸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에도 수은 고유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틸수은은 다른 수은 화합물보다 독성이 강하며, 특히
식품에 함유된 수은은 총 수은에 대한 메틸수은의 비중이 문제가 된다.
○ 수은은 -SH기와 결합하기 때문에 수용성 수은염은 인체에 모두 위해하다. 사람이 장기간 수은에 오염
된 식품을 섭취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일반적으로 공기에는 대개 2.4ppt(part per trillion) 정도의
수은이 포함되어 있으며 (산업지대에서는 1,800ppt 정도), 이들 대부분이 무기수은이다. 물에도 보통 약
25ppt 정도의 수은이 있다. 참치나 황새치 같은 생선들은 다른 음식에 비해, 조직에 유기수은의 농축정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생선들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몸에 수은의 농축 농도가 높을 수 있다.
○ 수은의 각종 화합물은 살균제, 살충제, 곰팡이 제거제, 방청 페인트, 'Chinese Red'라고 불리는 주홍색
안료 등의 재료로 쓰인다. 또 펄프나 종이, 아세트산, 염소, 가성소다의 제조공정에 이용되기도 한다.
염화물로는 '감홍'이라고 불리는 염화제일수은(Hg2Cl2)과 '승홍'이라고 불리는 염화제이수은이 있다.
이들은 모두 강독성을 띤다. 상처 소독에 흔히 쓰는 머큐로크롬도 수은 화합물의 일종이다. 또 수은은
금, 은 또는 주석과 결합하여 쉽게 합금을 만들 수 있는데 이런 합금들을 아말감이라고 부른다. 금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금의 원광석이나 사력층의 사금 원료로부터 금을 추출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주석과의 합금은 거울을 도금하는데 쓰인다. 은(silver) 아말감은 흔히 치과에서 이를 때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 수은은 상온에서 천천히 증발하여 호흡기로 흡수될 수 있다.
○ 액체 상태의 수은이 피부에 닿으면 단백질 속으로 직접 침투한다. 소화기에 흡수 되었을 때 수은
또는 그 화합물들은 드물지만 소화기 계통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 또 수은은 다른 중금속과 마찬가지로
한 번 몸 안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누적된다.
○ 상온에서 수은의 포화 증기압은 20mg/m³ 이고 밀폐된 공간에서 액체 상태의 수은은 자연 증발만
으로도 쉽게 이 농도에 도달한다. 특히 온도가 올라가면 증발율이 높아지므로 실험실에서 수은을
가열할 경우, 배기 대책을 소홀히 하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소화기 계통으로 흡수되었을
경우, 내장 기관의 점액질이 다량 허물로 벗겨져서 대변으로 검출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체내의
체액과 전해질이 다량 배출된다. 호흡기, 소화기, 피부 어디로 흡수되었건 수은은 혈관을 통하여 몸의
각 부분으로 전파된다. 수은은 모세혈관 벽을 파괴하므로 전신에 부종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체내로 들어온 수은의 대부분은 한 달 내에 소변과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수은 중독의 증상
○ 수은의 중독 증세는 크게 중추신경계 파괴에 의한 정신과적 증상과 성장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의한 생리적 증상으로 나뉜다. 수은 증기를 들이마시게 되면 특히 뇌에 심한 피해를 입게 되고,
수은에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특히 신장에 악영향을 받는다. 산모가 유기
수은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가 해를 입는다.
○ 수은은 성장속도가 빠른 조직에 특히 치명적인데 턱뼈에 있는 치조 조직이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다. 잇몸이 함몰되거나 이가 흔들리고 타액의 과다분비를 동반한 구내염이 관찰되기도 한다.
납중독에 의하여 잇몸에 나타나는 '납선'과 마찬가지로 '수은선'이 보이기도 한다. 간과 신장도 매우
심하게 손상을 입으므로 소변검사에서 수은중독이 검출될 수도 있다.
○ 급성중독에서는 메스꺼움, 설사, 구강 쓰라림, 전신 무기력증, 반사 과민, 전신 경련 중 몇 개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 수은에 오랜 기간 동안 노출될 경우 영구적으로 뇌, 신장, 임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비록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수은에 노출되는 경우, 높은 농도의 수은에 단기간 동안 노출
되는 것보다 회복되기가 더 어렵다. 이것은 신체가 일시적인 오염은 자정할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오염에서는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극히 소량의 수은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만성 중독 증상은 주로
정신과적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가장 흔한 것이 과도한 흥분상태가 유지되는 정신분열증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미친 모자 제조공(Mad hatter)'이야기는 19세기에 펠트 모자의 제조공정에서
다량의 수은을 사용한 모자 제조공들의 만성 수은중독증상을 묘사한 것이다. 손, 눈꺼풀, 입술, 혀 등이
미세하게 떨리고 가끔 저절로 씰룩거려서 음식물을 씹거나 글씨를 쓰는 데 장애를 느끼기도 한다. 기타
관찰되는 만성 중독 증세로는 과도한 부끄러움증, 인격변화, 과도한 신경질, 기억력 저하, 지적능력 저하,
만성 피로감, 불면증, 정서불안, 지속적인 두통, 근육약화, 식욕부진, 소화불량, 체중감소, 피부염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들이 다른 요인에 의한 증상들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 평범한 것들이라는
점과 수은 중독의 잠복기가 길어서 수은에 노출된 지 수 개월 내지 수 년 후에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그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수은 중독의 관련질환
○ 선단동통증(Acrodynia)
- 손과 발이 분홍색을 띠며 통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수은에 중독된 어린이에게서 발견될 수
있으며 20세기 초반에 많이 발생하였다. 1950년과 60년대에 아기들의 젖니에 사용하던 teething
powder에 함유된 감홍(calomel)이 그 원인임이 밝혀졌고 그 후 감홍(calomel) 사용이 금지되었다.
수은 중독의 진단 및 치료
○ 수은중독의 진단은 수은노출여부, 진찰결과, 체내 수은농도의 증가로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체내 수은농도는 6μg/L이하이나 수은이 많이 함유된 생선을 먹고 나서는 200 μg/L까지 혈중농도가
증가하나 수은의 체내 반감기가 짧아 중독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장기간 수은에 노출될 경우 24시간
소변 수은농도 검사가 진단에 유용하다. 유기수은의 경우에는 혈액이나 모발을 이용한 검사방법이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
○ 수은중독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은노출의 원인을 찾아 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수은이
몸에 묻은 경우에는 옷을 제거하고 비누와 물을 이용하여 몸을 씻고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눈을
씻어내야 한다. 수은을 먹은 경우에 심한 중독증상이나 높은 혈중수은농도를 보일 경우에는 즉시
킬레이션치료(chelation therapy)를 시작하여야 한다.
수은 중독의 예방(자가관리)
○ 수은중독은 수은과 수은화합물로의 노출을 피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여러 나라의
정부 및 사설기관들은 수은노출을 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았다.
- 미국의 경우에는 대기 중의 수은과 유기수은의 농도를 각각 0.1mg/m³, 0.05mg/m³로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음용수의 무기수은 농도를 2ppb(0.02 mg/L)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식용해산물의 경우 메틸화수은의 함량을 1pp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 어패류에는 고품질의 단백질과 기타 필수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포화지방이 적고,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심장과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좋은 음식이다. 따라서 특히 여성과 영유아의 식단에는 영양학
적으로 장점이 많은 어패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지만 거의 모든 어패류에는 미량의 수은이 들어있
다. 일부 어패류의 경우, 수은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태아나 어린아이의 신경계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패류에 포함된 수은이 일으키는 위험은 섭취하는 어패류의 양과 그 어패류에
포함된 수은의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 미국식품의약금(FDA)와 환경보호청(EPA)에서의 권장 사항 은 가임 여성, 임신 중인 여성, 수유중인
여성 및 영유아의 경우 일부 종류의 어류를 피하고 수은 함량이 적은 어패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수은
함량이 낮은 대표적 5가지로는 새우, 라이트 참치 통조림, 연어, 명태, 메기가 있다. 또한 근처의 강 및
해안 지역에서 가족이나 친지가 잡은 물고기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각 지역의 권고안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만일 조언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잡은 물고리를 주당 최대 170g (보통의 1회 식사량)까지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 가임 여성은 메틸수은 함량이 높은 어류를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은이 혈류 내에
축적될 수 있고 자연적으로 배출되지만 그 수준이 상당히 낮아지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리므로 임
신하기 전부터 수은 함량이 많은 어패류는 삼가는 것이 좋다.
- 어패류 섭취 : 생선 살 튀김이나 패스트푸드 샌드위치, 참치 스테이크는 일반적으로 라이트 참치
통조림에 비해 더 많은 수은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어패류 음식을 주당 2회 먹는 대신 최대 170g
(보통의 1회 식사량)까지의 참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 만약 한 주당 권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어패류를 먹었을 경우, 그 다음 1~2주간 생선 섭취를 줄이면
된다.
자료 : 서울대학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