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왔을때 걷기 시발점이었던 양원역입니다
당시엔 경황이 없어 1000원짜리 잔 막걸리를 못 마신 가슴 아픈 상처를 지녔던 곳입니다.
선발대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소박하게 안주를 주문하고
영이가 준비한 소고기 불고기로 판을 키우고 있습니다
내외가 순박하고 친절해
성민이가 새봄 두릅철에 다시 한번 들릴 것을
입산회 총무직을 걸고 확정해 버립니다그려... 젊은 새댁에게 귀속말로...
푸짐한 안주에 직접 담근 동동주,
그리고 아늑하고 포근한 실내에 숭늉 포함한 넉넉한 인심까지 곁들이니
이 인간들 일어날 생각대신 한껏 술마시고 낮잠자며 시간 끌다가 기차타고 돌아가잡니다.
이번 여정 하이라이트인 승부까지의 1시간여 거리를 안 걸으면
대로팀은 물론 입산회에서도 제명한다고 협박해
간신히 일어나게 했답니다.
하기사 한적한 시골의 향수어린 먹거리에 오랫만에 빠졌으니...
(오늘 우리가 걸었던 구간이 다 있네요...)
양원역 - 승부 비경 구간(5.6km)
작년 가을에 걸었던 길입니다.
아무도 없는 이런 멋진 길을 걷다보니
배가 불러 아까 못 마셨던 동동주 생각이 점점 간절해집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보충할 수 밖에...
간간히 오고 가는 기차가 낭만을 배가하며 우리의 벗이 되어줍니다.
승부역...
좁쌀 막걸리를 예쁜 아줌마가 손수 잔에 채워줍디다.
이 인간들에게 이런 환경에서 석포까지 걷자고 하면 너무 잔인하다 할겁니다.
하지만 재훈이 아직도 배고프다며 혼자라도 더 걷겠다니
그나마 짝을 채워 주기 위해 입맛을 다시며 불평이 가득한 채로 그와 함께 길을 떠납니다.
승부 - 석포(12km)
봄맞이에 무척 바쁜 사과밭과 완만한 산길을 올라채니
저 강가로 그들을 태운 기차가 달려갑니다.
술냄세 휘날리며....
날씨가 차가워오고 얼마전 감기로 고전한 경험이 있어
가능한한 최고의 속도를 걸어가니 체력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8km 정도는 멋진 경관으로 이겨냈으나
마지막 4km부터 시작되는 영풍 광업소의 어수선하고 삭막한 공장 모습에선
맥까지 풀려 버렸답니다.
집에서 인원 점검한 뒤
모두들 지쳤으나 이럴 때일수록 체력 보충을 충실히 해야 된다며 걸어서 마을로 나가
생각보다 무척 훌륭한 돼지갈비와 삼겹살로 외식을 한 후
다시 집에서 뒤풀이...
(2월 26일)
아침에
깨어보니 눈 흔적이 있어 잠도 깰겸 앞 계곡을 따라 올라가 봅니다.
멋진 산책로와, 여름에 오면 떠나고 싶지 않을 고요한 청정 계곡
필히 다음에 저 곳에 어항을 놓고 잡은 물고기 회를 칠지어니....
검룡소(왕복 3km)
삼수령(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며 삼강(三江: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을 지나니 갑자기 쌓인 눈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푸짐한 눈이 얌전하게 쌓여 있었고
그길을 원재가 올겨울 첫눈이라며
정신이 혼미해져 길길이 날뛰며 발자국으로 더럽히고 있습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앞에서 한장!!
개인적으로 솟아 오르는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접근이 어렵게 데크를 만들어 놓았네..
원래의 오늘 계획은 만향재에서 함백산 등산한다며 아이젠까지 모두 챙겨 왔었는데....
검룡소 인근의 송어 횟집을 찾아 갔으나 주인이 출타중이라
오는 동안 영월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일찍 서울에 도착..
숙소 제공과 안내를 맡은 장 박사에게,
그리고 항상 집떠나 개고생 안되고
즐겁게 보내려 애쓴 모든 참가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랫 사진은..
눈에 홀린 원재의 날 뛰는 소리를 산신령님이 들었는지...
겨울이 끝나기 전에 모처럼 서울에도 이런 풍경을 그려 주셨네요...
다음 겨울 첫눈 내릴 때 모두들 건강히 만납시다.
첫댓글 눈 사진 어디서 찍었나요? 나무에 핀 눈꽃 👍
참으로 아름다운친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또 그들을 담은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 감사하이... ㅎ ㅎ
계속 정진하시도록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