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봉곡사 가는 길
이번 주에는 예정에도 없던 봉곡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송림 숲이 멋지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늘 캠핑에 밀려 후순위가 되었던 곳.
산책을 워낙 좋아하는 저인지라 우리나라 3대 산책로 중 하나라는 이곳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오대산 전나무숲길, 제주 비자림 숲길, 그리고 이곳을 산책하면 3대 산책로는 다 걸어보는 셈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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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에 가기 전 사과농장에 들렀습니다.
겨우내 먹을 사과를 사러 담이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들렀는데,
쥔장 마음씨가 넉넉해서 시식으로 몇 개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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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모자라서 사과즙 한봉지씩을 돌리는
할머니의 꺼칠한 손이 마냥 정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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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송림에 들어섰습니다.
집 가까이 이런 고마운 선물이 있다는 게 행복한 순간입니다.
가장 먼저 작은 오이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따서 손으로 마구 비비니 향긋한 오이냄새가 나서 오이 한 입 콱 베어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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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 더 걸어가니 청미래덩굴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망개풀이라고 부르는 그것.
오늘 저녁 기어이 이 잎을 두른 망개떡을 먹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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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조용히 걸으며 숲을 만끽하고,
아이들은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외칩니다.
얘들아, 이럴 때는 좀 조용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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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는 알려진 이름보다는 아주 아담한 절이었습니다.
신라 진성여왕기 창건 당시에는 80칸 위용을 자랑하는 커다란 절이었던 모양입니다.
시대에 자유롭지 못하고 전란이 일어날 때마다 불태워진 절... 물론 봉곡사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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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오히려 지금의 소박한 모습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예전의 영화를 누리고 있다면 분명 이런저런 불사를 핑계로 색이 덧칠해지고,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예전의 모습을 잃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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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각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약수 한 잔을 들이키는 동안 생각해봅니다.
오늘 본 이라고는 열댓명도 안 되지만,
오랜 세월 저 솦숲들과 함께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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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를 보니 간이 심심한 절밥이 먹고 싶어집니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도 보고싶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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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휘~ 돌고나서 경내를 빠져나오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왜 이리 마음속에 아쉬움이 쌓이는지....
가끔 생각날 때마다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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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 담이 학교에서 하는 연수프로그램을 들었습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와 명함을 교환하고 책 한 권을 선물하기로 합니다.
강의를 재미있게 하시는 분은 아니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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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와 이번 주 쓸 들마루를 펴봅니다.
지인들은 에어박스 위에 합판을 깔고 쓰라고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얊은 판 깔면 되죠~~
2. 광덕산 가는 길
일요일 아침, 광덕산으로 향했습니다.
전날 타카와 술자리에서 산행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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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 오늘은 떼쓰지 말고 잘 올라가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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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중에 천연휴식공간 쪽으로만 가봤는데,
집에서 아산쪽 광덕산이 가까우니 오늘은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초입의 계단, 모두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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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에 낙옆들이 수북합니다.
모두들 월동준비로 바쁜 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흐르는 땀이 기분을 들뜨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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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와 씨름하며 몇 번을 쉬다가 마곡리와 강당리의 경계에서 잠시 지도를 봅니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힘든 산이라더니 별 거 아니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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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초보 숲해설가께서는 굴참나무에 대해서 설명하는 여유도 부려보고요.
기회되면 굴참나무 껍질 안쪽을 만져보시죠.
말랑말랑합니다. 이걸루 코르크 마개를 만든다지요.
산행하는 동안 얼마나 감벌한 굴참나무가 많은지 내내 침흘리며 다녔습니다.
또 하나, 발에 치이는 또다른 나무 하나는 도끼자루 만드는 물푸레나무였습니다.
아름드리 물푸레나무 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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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깔딱고개가 시작됩니다.
1.2킬로미터밖에 안되는 이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지던지....
산행 좀 자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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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발짝 걷다보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오는 동안 담이에게 시조 한 수 반복적으로 읊어줬습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사실 저한테 하는 소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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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 아우가 싸온 막걸리 맛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별미였습니다.
어떤 분들, 이 맛에 산에 가신다더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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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산 정상에 올라와봤네요.
정상은 한마디로 정상주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분들의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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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정상 밟은 기념으로 기념 사진 한 컷....
좀처럼 안하는 짓이지만 지금 다시보니 가끔 이런 차렷자세도 필요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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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보니 약수터 한켠이 넓다랐다 싶었는데,
이곳 주변을 이마당이라고 부르더군요.
난리가 날 때마다 피신온 사람 이만명을 족히 품어주었다는 곳...
하지만 저는 이곳이 비박하기에 딱이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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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도 만만찮네요.
뛸듯이 걸어내려 가는 길... 무릎도 아프고, 발목도 아프고...
어여어여 살 좀 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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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어떤 분이 담이에게 열심히 뭔가를 가르쳐주십니다.
"아저씨 어렸을 때는 많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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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리 종류라는데(땡꽈리... 꽈리를 사투리로 땡깔나무라고 합니다만) 열매 모양은 다릅니다.
담이가 까맣게 잘 익은 열매를 따먹더니 맛있어 합니다.
맛 좀 보려고 했더니 까맣게 익은 놈은 다 따먹고 하나도 없더군요, 참, 그놈....^^
3. 외암민속마을 가는 길
식당에서 잔치국수를 맛나게 먹고 민속마을 산책을 갑니다.
다리도 아프고, 몇 순배 돌아간 막걸리 때문에 취기도 좀 오릅니다만,
그런들 어떠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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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니 수숫대가 눈에 띕니다.
이 앞에서 해와달 동화의 호랑이 얘기가 한창입니다.
수숫대에 선연한 핏자국을 보면서 옛이야기란 게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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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몇 걸음 걷다가 발견한 나무...
아르다운 열매가 눈에 띄어 담이의 손이 먼저간 이 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영어로는 뷰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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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실까요...
네 작살나무의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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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이 젊은이가 평상에 드러눕고야 마는군요.
분명 타카 아우도 산에 간 지 오래된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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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오미자 열매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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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와 승주는 다림질을 대신 했다는 다듬이질이 신납니다.
팔순을 넘기신 할머니들이 상당히 유머 감각이 있으시더군요.
"사진으로만 찍지 말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고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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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주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잘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저 묵묵한 황소처럼 뚝심있게 다음 한 주도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산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담이네 드림.
첫댓글 그럼 난 충청에 있는 이 길만 가면 세군데를 다 가보는 것이군요. 이제 날도 선선하니 산에 가야 할건데 잘 안됩니다. 여러가지로 맘이 싱숭생숭하니 말입니다.
싱숭생숭은 그래도 아직 괜찮다는 뜻입니다. 심란을 넘어 머리가 다 지끈지끈거립니다 그려....^^
광덕산 산행도 곧 해봐야겠읍니다.
윈터님은 왠지 광덕산 깔딱고개도 막 뛰어서 올라가실 것 같습니다...^^
'젊은 담이아빠'가 '젊었던 담이아빠'로 진화하는 시기의 귀한 기록입니다^^ 가족사진이라는게 묘해서 가끔 부쩍 커버린 아이라던다 갑자기 나이를 먹은 윗대의 모습이 돌발적으로 발견되지요^^ 봉곡사라.... 신록에 꼭 가보고픈 곳이네요^^
나이 먹어가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미스터빈님 말씀대로 하산길 도가니가 쑤셔서 혼났습니다...^^
광덕산 mtb 죽음에코스...온양mtb 풀코스다녀요..
그 가파른 길을 MTB로 다니신단 말입니까... 대단하십니다...^^
봉곡사 길만 가면 저두 3대 산책길 완주..^^ 광덕산, 가깝지만 간다 간다 하면서 여태 못 가본 곳. 겨울이 됐으니 함 가봐야지요. 가면 담이네님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래나?
한번 들르셔서 같이 한번 올라가시죠... 눈 오지 않으면 광덕산에 있을 예정입니다.... 오셔서 여행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구요....^^
오잉????? 내 댓글 얼로 사라졌징???? 분명히 모자가 작다고 썼는뎅 ㅡ,.ㅡ;;;
그래도 고마우이, 모자 탓을 해줘서... 얼굴 커진 다음부터는 그 어떤 모자도 어울리지 않으니 원....^^
담이네님 타카 이번주는 아내와 단둘이 경상북도 청송주왕산~영덕군~울진군~영주군일대 여행을 준비합니다. 저도 아직 도가니가 쑤셔요...ㅋㅋㅋ
단둘만의 여행, 승주엄마가 무지하게 좋아하겠구만 그래... 깨 많이 받아가지고 오시길....ㅎㅎ
담이네님 민속마을에서 문제가있읍니다 오미자가 아니라 저의 고향에 많이있는 열매입니다 그것이 바로 산수유열매입니다 그 유명한 열매인되.......그리고 가보지도 못한 곳를 한번에갈수있게해주어서 감사합니다...끄벅
죄송합니다. 오미자는 봉곡사 가는 길에 보고 엉뚱하게 올려놓고 말았네요. 암튼 올려놓으니 고수들께서 지적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희 어렸을땐 땡꽈리 (저희는 까마중 이라고 했죠)....너무 작아서 한주먹 따서 한입에 털어넣고 했죠...옛날 생각이 나네요...
아하... 까마중을 땡꽈리라고 불렀군요... 암튼 맛을 좀 보고 싶었는데 하나도 못 먹었습니다....ㅎㅎ
땡꽈리 저희도 까마중이라고 했어요.^^ 그나저나 이번엔 담이가 잘 올라가 주었나보네요. 정상주막도 체험해 보고 싶은데 오늘은 우리집주막이라도 이용해야겠습니다. ^^
광덕산에서 거의 다 내려와서 길가에 있더군요.... 까마중은 이름만 알았는데, 실제로 처음 보았습니다. 공부 많이 하네요... 고맙습니다... ^^
잘봤습니다...잘 계시죠?
네, 생활인으로서는 아등바등 살고, 주말에는 모든 걸 잊고 그럽니다... ^^
첫번째 사진은 담맘이 젤 이쁘넹...ㅎㅎ 잘해봐야 주말의 기록일텐데 마치 일주일 여행하고 온듯한 '펼침의 기술'이 굉장하시옵니다...^^ 집에 앉아 산행에, 민속마을 소풍까지 할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려요...ㅎㅎ
원래 훑고 다니기가 특기 아닙니까... 휴일이 참 길게도 느껴지대요....^^
잘보고갑니다 그런데 들마루 어디서파나요 가격은?
들마루는 쇼핑몰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에어박스에서 만든 들마루입니다. 얇은 에어매트로 쓸 수 있을지 이번 주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광덕산 저도 몇번 가봤는데 깔딱고개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셨군요... 파란꿈님도 저와 비슷한 처지이시니....ㅎㅎ
담이네님 안녕하세요... 후기 잘 보았습니다.... 저희는 때꽈리라고 했었는데... 요즘도 따먹지요...집이 시골이라서... 아들녀석은 맛없다고 안먹더라구요... 저는 맛있기만 한데.... 그리고 맨 위사진에 아시는 분이 있네요... 강희 어머님 맞지요... 강희가 저희 아들녀석하고 작년에 어린이집 같이 다녀서 알지요... 이름이 맞나??? 갑자기 자신이 없네... 하하하...
네, 강희 어머니 맞습니다. 거산학교에 같이 다니거든요... 이래저래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분들인가 봅니다...ㅎㅎ
에어매트 밑에 설치한것이궁금하네요 저두에어 매트가있는데 저는 미군 야전침대로 쓰기때문에 힘들구 무거워서...... 답변좀부탁합니다.
저두 평소에 군용침대로 씁니다. 테스트 차원이라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가 그렇네요... 새로나온 에어박스사 두꺼운 에어매트를 쓰는 데는 아무 무리가 없습니다. 제건 좀 얇아서 등이 백이는 곳이 있더군요. 얇은 건 합판을 쓰면 될텐데 그럼 이래저래 수납이 걱정이라서요, 고민중입니다....^^
담이네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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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계시죠.....먹고사느라 바빠서 후기 볼시간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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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구요...함 보고잡아요...
봉곡사...저도 저곳만 돌면 세개를 다 돌겠군요. 그런데 3대산책로가 있다는 사실을 첨 알았습니다. 담맘께서 산을 많이아셨어 좋으시겠습니다. 산엘 자주 다녀도 그나무가 그나무요, 그꽃이 그꽃인줄로만 알고 다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