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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기맥 종주 1. 날짜 : 2. 단독 산행 3. 코스 : 아산 크라운제과 정문- 배방산-솔치고개- 태화산- 넋티고개- 망경산- 광덕산 갈재고개-각흘고개-봉수산-갈매봉-오형제고개-곽씨봉-납은들고개-강씨묘-도고산-도고온천역 4. 준비물 - 물 3리터, 죽:주먹 만큼하게 2봉지, 사과 1개, 인절미 13개, 사탕 7개, 티 1개, 방풍자켓 1개, 단도1개
5. 산행시간 및 거리
산행 들머리, 크라운제과 정문 옆
배방산 벌써 아침해가 솟았습니다. 일출시간이 5시 57분 정도이고 일출은 볼 때마다 늘 새롭고 희망을 안겨 줍니다.
솔치고개
태화산 정상 아침밥으로 죽을 반공기 정도 먹었더니 벌써 허기가 옵니다. 배고프기 전에 먹어 두자. 봉지에 담아 온 죽은 빨아 봅니다. 더운날에 쉴까봐 간을 하지 않았는데 간도 안 맞는 식어빠진 죽을 먹어보니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이라고 하기보다 풀이라고 해야겠지요. 김치와 소금이 눈에서 아른아른 합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 천천히 먹어 두었습니다. 다음엔 차라리 쉰죽을 먹어 배탈이 나서 산에서 퍼지더라도 간간하게 해야겠습니다.
찍고 보니 자세가 영~ 아닙니다. 똥누는 자세도 아니고. . . .
넋티고개 태화산에서 넋티고개로 7~8분 내려오다 보면 나무에다 손으로 만들어 쓴 망경산 이정표가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이정표가 없어졌고 이정표를 잡아 메었던 철사줄만 묶여있다. 그리고 갈림길에는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마루금으로 내려가면 조금 돌아 올라와야 하는데, 아우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지나쳐 와서 넋티고개에서 한참을 되돌아 왔다네요.
망경산 올라보니 비박한 텐트가 두동 있었는데 막걸리 파는 아저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자 마자 배낭을 내려 카메라를 꺼내 증거물은 남기려 하는데 모두들 나를 경계하며 이상하게 쳐다 봅니다. 망경산 표지석이 없어 텐트와 막걸리 파는곳을 찍었습니다. 나를 산불감시원으로 여겼나 봅니다.
왜 찍었는지 조심스레 물어오길래 증거를 남기려 찍었습니다. 했더니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더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뭔지 몰라도 걸렸구나 하는 그런 표정들. . . . 그래서 바로 수정해 주었지요. 내가 다녀간 흔적을 찍었노라고. 그랬더니 안도하는 느낌이 팍~ 듭니다. 저 쳐다보는 것 좀 보세요. 여자 한분은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그분도 똑같이 떨고 있었습니다.
광덕산 정상 늘 사람들이 붐빕니다. 이마의 구슬땀을 훔처가며 막걸리들 먹느라 시끌시끌합니다. 한잔 하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어서 그냥 조용히 스쳐 지나갑니다.
갈재고개 점차 힘이 빠져갑니다.망좋은 상여 바위에서 인절미로 요기를 해 보지만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합니다. 갈재고개에서는 조금떨어져 있고 금북정맥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부터 봉수산 정상 오르기 전까지 금북정맥 구간입니다. 많이 지쳤는지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물을 많이 찾게 되네요.
각흘고개 갈재에서 각흘까지 민밋한 마루금인줄 알았는데 오르락 내리락 고개가 힘들다고 느껴 집니다. 수년전 광덕산에서 각흘고개까지 왕복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능선이 이렇게 굴곡지지 않았었는데, 그만큼 지쳤다는 것이겠지요. 물 3리터 중 1.5리터를 마셨습니다. 그래서 그런대로 물부족은 없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진행하다 보니 턱도 없이 부족했습니다. 계획보다는 15분 늦었지만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봐 줄만 합니다.
산악자전거를 즐기시는 분들이 얼마나 다녔는지 등산로가 자전거 바퀴자국으로 선명하고 반질반질하게 달았습니다. 땅이 메말라 발짝을 디딜 때 마다 먼지가 폴폴 납니다.
각흘고개에서 봉수산까지 4km 구간이 무진장 길고, 534m가 이렇게 높게 느껴 질 수가 없습니다. 마라톤이고 산행이고 힘들고 지치며는 같은 거리가 한없이 길게 느껴집니다. 이제 뛸 수는 없고 어떻게 종주를 마칠까 하는게 관건입니다. 사과를 한조각 도려내서 먹어봅니다. 많이 먹을 수도 없습니다. 요거 떨어지면 산에서 콕~ 코쿠라질지도 몰라서 딱 한조각만 먹습니다.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봉수산에 오르면서 혹시 봉수산에도 막걸리 장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꿈같은 얘기지요.
일요일 인데도 산을 찾는 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고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등산객들이 눈에 띄입니다. 봉수산에서 오형제 고개까지 3.1km라고 되어 있는데 한참을 내려 왔는데도 3.8km 이고 조금더 내려오면 3.1km로 되어 있습니다. 몸은 지쳐 가는데 이정표거리가 왔다갔다 하니 짜증납니다.
봉수산에서 30여분 진행하니 큰 바위들이 여러개 널려 있습니다. 베틀바위라고 하네요. 여름에 막걸리 가져와서 한잔하고 잠시 눈 붙이다 가면 좋겠네요.
오형제 고개 각흘고개에서 물 1.5리터 가지고 목적지 까지 갈 줄 알았는데 얼려온 얼음은 녹지를 않고 마실물이 바닥 났습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더 진행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왜 이짓을 하나? 누가 시켜서 하나? 종주하면 상이라도 받나?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분명한것은 꼭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건강은 부수적인 것이고 인내하고 목표점이나 결승점에 다다랐을 때의 기쁨과 환희를 맛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신체에 고통을 주어 살아있음을 확인하면서. . . . .
물 보충이 어려우면 계획을 접고 여기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형제 고개 마루에 도착하니 식당이 두군데 있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가까운 토속산천 식당에 가서 올갱이 해장국을 걸신들린듯 먹어주고, 물도 1.5리터 보충하고 아무일 없었던 듯 다시 계획했던 코스대로 진행합니다.
절개지에서 마루금에 오르기 까지는 어느곳에서나 급경사로 되어있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오형제 고개에서 곽씨봉에 오르는 이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형제고개에서 봉수산 오르는 이정표
납은들 고개 납은들고개에서 곽씨봉, 봉수산 오르는 이정표
납은들 고개에서 도고산 오르는 이정표 으메 아직도 5,3km가 남았습니다. 도고산정상까지만 가면 굴러서라도 내려가겠지요.
강씨묘를 지나서 산중턱에 있는 임도도 지났고 얼추 도고산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봉우리 오르면 또 한 봉우리가 있고 그 봉우리 넘으면 다음 봉우리가 있고, 지도를 수도 없이 펼쳐 봅니다. 534m 봉수산 보다 482m 도고산이 훨씬 높게 느낍니다. 봉수산 오르내릴 때는 간간히 등산객들을 만나 인사도 나누면서 힘이 났었는데 도고산을 납은들고개에서 보다 도고쪽에서 많이 오르는지 등산객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에 쌀쌀하게 불던 찬바람은 어디를 갔나 날씨도 무덥고, 햇볕도 따갑습니다. 몇발짝 내딛고 연신 물만 마셔댑니다. 인절미는 왜그리 쓰게 느껴지고, 사탕을 물어 보지만 단맛도 입에서 거부를 합니다. 가장 좋은 물도 얼음이 녹아 따뜻해진지 오래고 그 따뜻한 물 마져 달랑달랑 해서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도고산 하산 중턱까지는 있어야 하겠기에 물병에 금을 그어가면서 마십니다.
각흘고개에서 도고산까지 떨어지는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의욕적으로 계획을 잡았던것 같습니다. 구간구간 처음 산행을 시작한다면 계획한 대로 할 수 있겠지만 계획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날머리 : 시전리 그 먼길을 왔는데 도고산 정상을 밟으니 지쳐있던 몸도 힘이 나서 하산길은 살살 달려 봅니다. 중간에 알바 7~8분 하고 하산길이라 그런대로 갈만한데, 조그만 언덕이라도 나오면 무척 힘이 듭니다. 자기 몸둥아리를 들어 옮기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도고산에서 222봉을 다 내려와서 도고 온천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시전리 방향으로 하산 하였습니다. 시전리로 하산하게 된 것은 힘이 들어 옆으로 삐진게 아니라 내려 오다 보니 등산로가 잘 되어 있어 별 생각없이 내려 오다 보니 시전리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진짜루 고의적으로 이탈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째튼 44.7km 아산기맥 종주를 단독으로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도고온천역으로 나오지 못했으니 한 1km쯤 빼줄까?
시전리로 내려와 도고 중학교 밑에서 김일남 아우와 접선을 했습니다. 목이 마를거라 생각해서 맥주 한캔을 사가지고 왔는데 맥주가 약간을 쌉싸릅한 맛이 있는 것인데 오늘따라 그렇게 달게 느겨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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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산기맥이 도고를 지나는군요. 일전에 한번 가본 곳이 도고라서 ㅎㅎㅎ. 베틀바위의 애타는 사연도 있군요. 아산기맥 수고하셨습니다. 즐산 기원합니다.
도고를 다녀 가셨군요. 감사합니다.
광덕산에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해서 교육 중에 한번 갔다온 적이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광덕산, 아주 좋은 산입니다. 요즘엔 사람이 너무와서 뜸한 곳으로 다녀요. ㅎㅎ
아산기맥은 금북정맥에서 갈래치는 산줄기인가요? 사진 중에 나오는 모습은 늠름하기 짝이 없는데, 산행 중에 먹거리 문제로 많은 고통을 받으셨군요. 그래도 이렇게 힘들게 아산기맥 종주를 마치니, 얼마나 좋아요? ㅎㅎ 항상 행복한 산행되시길..^^
아산기맥은 아산시,천안시,예산군,공주시 4개 시군에 걸쳐있는 산줄기 인데, 일부 구간이 금북정맥을 지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44킬로을 12시간 우와~~`했던만 역시 폼이 틀리시군요
이쁘게 봐 주시니 감사 하지요.
정진관님 고생했습니다. 예전에 한여름에 뜨거울때 했던기억이 새록납니다. 그런데 상당히 빨리 하셨네요~ ㅎㅎ 어디사시나요~ 전 아산에 살고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함께 하시면 더더욱 좋은시간이 될겁니다.
아산에 계시는군요. 저는 천안 쌍용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