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잘만 달리면 된다는 건 옛말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운전자와 탑승자를 감동시킬 만한 디테일,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제네시스는 2019년형 G70를 출시하면서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3D 계기반’. 세계 최초의 12.3인치 3D 클러스터다. 계기반에 대형 LCD를 넣은 차는 많이 봤지만, 계기 정보를 입체적으로 띄운 것은 G70가 처음이다. 3D 안경이 없어도 된다. 운전자의 눈을 인식해 다양한 주행 정보를 3D 화면으로 보여준다.
단차를 국기로 승화
볼보 XC60는 스웨덴 태생답게 인테리어를 북유럽풍으로 꾸몄다. 대시보드에 들어간 우드 트림은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진짜 숨겨진 디테일은 조수석 쪽 송풍구 아래에 새겨진 스웨덴 국기다. 철제 트림 열팽창을 고려해 약간의 틈을 넣어야 하는데 이 보기 싫은 단차를 국기로 마감했다. 디자인 장인에 가까운 설계다.
‘철컹’ 홀릭
메르세데스 벤츠의 G 클래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G 클래스가 과거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에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철컹’ 소리. G 클래스가 1979년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요소다. 그리고 어느덧 G 클래스만의 감성으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이번 신형에도 이 요소들은 고스란히 담겼다.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도어를 쓰면서 철문 소리가 사라질 뻔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특수 설계까지 감행하면서 그 고유의 사운드를 살렸다. 만약 G 클래스 문짝에 스르륵 닫히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을 넣었더라면 기존 G 클래스 마니아에게 몰매를 맞았을 게 뻔하다.
차 안에서의 힐링
볼보자동차가 2018 베이징 모터쇼에서 선보인 ‘S90 앰비언스 콘셉트’는 오감 중 미각을 뺀 나머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차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천장에 화면을 띄울 수 있고, 테마에 맞는 향기를 퍼뜨린다. 네 가지 향기는 스웨덴 고급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가 선별했다. 더불어 헤드레스트 양옆에 B&W 오디오 트위터를 넣어 탑승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물론 북유럽 차답게 시트는 부들부들한 고급 가죽으로 감쌌다. S90 앰비언스 콘셉트는 중국 시장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실제 S90 엑설런스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이아몬드 눈빛
이처럼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차가 있을까? DS는 DS7 크로스백 헤드램프에 다이아몬드 여섯 개를 넣었다. 물론 진짜 다이아몬드는 아니고 보석처럼 빛나는 LED 모듈이다. 신기한 건 헤드램프를 켰을 때 각각의 LED 모듈이 또르르 돌면서 찬란한 빛을 발산하는 것이다. 디자인했다는 표현보다 세공했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뭐지, 이 느낌은?
‘딸깍!’ 센터콘솔에 있는 터치 버튼을 눌렀는데 마치 물리 버튼을 누른 기분이다. 분명 터치 방식인데 버튼을 누른 듯한 감각에 소리까지 난다. 포르쉐는 터치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신형 파나메라 센터콘솔 패널에 햅틱 기능을 넣었다. 그 느낌이 다소 더디고 이질적일 것만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폰에 들어간 햅틱 터치 기능보다 더 자연스럽다.
잎맥을 새기다
스피커 그릴은 다 채반처럼 생긴 줄 알았다. 딱히 별로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소리만 잘 내면 만족했으니까. 하지만 렉서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LS와 ES 모델 스피커에 나뭇잎 잎맥 패턴을 그려 넣었다. 사운드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분이다. 물론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의 풍부한 사운드는 기본이다.
위성과 교감하는 변속기
‘롤스로이스’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자동차의 최고봉이자 럭셔리의 정점이다. 디테일을 따지기도 어렵다. 애초에 작은 부품 하나까지 장인의 손길을 거치는 자동차다. 그런 롤스로이스는 주행에서 숨겨진 섬세함을 발휘한다. 위성을 통해 주행하는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미리 최적의 변속을 준비한다. 변속 충격으로 인해 탑승자가 불쾌하지 않도록. 이게 다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롤스로이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아마 차명에 주로 유령 이름을 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귀신처럼 변속 타이밍을 주무르고 최고의 승차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진동으로 차선이탈 경고
쉐보레는 햅틱 기능을 이쿼녹스 시트에 넣었다. 보통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스피커로 경고음을 내거나 운전대가 부들부들 떨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쿼녹스는 시트를 부르르 떨며 운전자에게 더욱 직접 경고한다. 졸음운전 방지에 이만한 기능이 없다. 햅틱 시트는 GM의 특허 기술로 캐딜락을 비롯한 고급 모델에 주로 들어가던 안전사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이쿼녹스에는 햅틱 시트가 기본이다.
후진 경고음은 옛말, 이젠 빛으로
후진은 아찔하다. 언제 어디서 보행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요즘 대부분 차에 후방카메라가 달려 있지만 뒤쪽을 사방팔방 훑기는 어렵다. 만약 주변에 정차된 차 또는 건물 등에 가려지기라도 하면 사각지대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현대는 수소차 넥쏘에 세계 최초로 ‘후진 가이드 램프’를 넣었다. 후진 시 후방 노면에 가이드 조명을 투영해 차가 뒤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기능이다. 후진 가이드 램프는 넥쏘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90에도 들어갔다.
오프닝 세리머니
역시 아우디는 빛을 다루는 감각이 예술이다. 물결처럼 흐르는 방향지시등은 이제 아무나 다 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아우디는 신형 A6, A7, A8 테일램프에 OLED 램프를 심었다. 한마디로 빛의 향연이다. 시동을 거는 순간 여러 개의 OLED 램프가 마치 쇼를 하듯 화려한 세리머니를 뽐낸다. 분명 이 멋진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 아우디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