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부모乒乓父母'란 말이 있다 영어 표기를 빌리기에 '핑퐁 부모'이지만 핑퐁이란 말의 최초 발생지이자 스포츠 탁구의 발생지 중국어를 빌리면 병乒은 물건 부딪치는 병/핑 자이고 병乓도 물건 부딪치는 병/팡 자다 따라서 핑팡ping-pang으로 읽어야 한다 영어 핑퐁ping-pong은 핑팡의 음사다 탁구공이 이리 핑~저리 팡~ 튄다는 데서 중국 탁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한데 우리는 중국어 현지 발음이 아닌 음사된 영어 발음을 가져와 핑퐁이라 한다 소위 핑퐁 부모ping-pong parents란 아빠 엄마가 이혼한 뒤 둘 사이를 자녀들이 오가게 끔 하는 그런 부모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겠으나 자녀들 입장에서는 좀 불행하다 하지만 먼 훗날 자녀들 입장 때문에 맞지 않는 부부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다
아무튼 이혼한 이들 자녀가 아빠는 이쪽 다른 여자에게서 만나고 엄마는 저쪽 딴 남자에게서 만난다는 것은 분명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닐 듯싶다 그와 같이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는 나를 손수 길러주신 어머니 옆에서 찾고 마찬가지로 나를 기르신 어머니는 역시 날 낳으신 아버지 곁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내 나이 서른 여덟에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쉰두 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얘기가 옆길로 새지만 새는 김에 덧붙인다 이른바 '돌아가시다'란 순수 우리말은 실實은 불교용어에서 온 말이다 스님네 죽음을 입적入寂이라 하고 또는 원적圓寂이라 하며 어떤 경우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이와 같은 말을 재가불자에게는 더러 원적으로 쓰기도 하지만 순수 우리말로 '돌아가시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말이 왜 나왔느냐 하면 내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벗이 몇 있는데 한 사람은 4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또 한 사람은 이태전에 갔다 그리고 엊그제 목요일 또 한 사람이 갔다 그러자 상주喪主가 아버지 주소록에서 내 전화번호를 보고 내게 부고를 보냈다
아버지께서 소천召天하셨는데 오늘 10시에 발인이라는 내용이었다 "아! 이 친구도 그예 소천하고 말았구나!" 나의 장탄식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 젊은 친구가 내게 물었다 "스님, 소천이 뭐예요?" 내가 그 친구를 돌아보며 답했다 "하나님 부름을 받으셨다는 뜻입니다." "그럼 기독교에서 쓰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아마!"
넘어진 자리에서 쉬어간다고 내쳐물었다 "스님네 죽음을 입적이라 하고 또는 열반하셨다고들 하는데 일반 재가자들의 죽음을 뭐라 합니까? 그리고 천주교에서는 뭐라 하는지요?" 나는 문득 이태석 신부를 떠올렸다 쉰도 안 된 한참 일할 나이에 하느님의 부름으로 '선종善終'하였다 "재가불자의 죽음은 돌아가셨다 하고 가톨릭에서는 선종이라 하지요."
방금 한문으로 표기한 것처럼 선종은 삶을 '잘 마감'했다는 뜻이고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돌아가셨다는 말은 온 곳으로 되돌아감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에 '윤회 문화輪廻文化가 깃들어있다 온 곳이 있기에 되돌아갈 곳이 있고 왔기에 '돌아간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단지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처럼 삶을 마감한 뒤 완료형으로 쓰고 있는데 실제로는 삶 속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생애란 우로보로스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죽은 뒤 다시 다른 삶으로 이어가는 그 모든 과정이 무한대無限大infinity다 반드시 죽음 뒤에만 윤회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모든 삶 모든 과정 속에서 함께 윤회하며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나는 언제나 양력으로 추모제를 올린다 1990년 양력 7월 20일 이후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매년 그맘 때 일요일로 앞당겨 아버지 추모제를 올리고 2004년 양력 5월 22일 이후로 지금까지 늘 어머니 추모제를 모셨다 어차피 기일이란 '추모追慕'의 성격이기에 반드시 그날이 아니라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딴 데 있다
나는 아버지 추모제 때에 언제나 어머니 위패를 함께 모시고 어머니 추모제를 모실 때에도 한 위패에 두 분의 이름을 함께 올린다 그러면서 늘 고맙게 느끼는 것은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 곁에 역시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계심이고 내 생모 위패에 내 생부가 함께 계심이다 내 아버지 옆에 다른 여인의 이름이 내 생모 옆에 다른 남자 이름이 아닌 두 분 다 내 생부생모라는 게 참 감사하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 보자 핑퐁 부모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는 양육권을 서로 차지하려 함이고 둘째는 아이를 서로 맡지 않으려는 것이다 첫째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둘째 상황이라면 참 많이도 슬플 것이다 모든 구기종목이 다 그러하지만 탁구卓球ping-pong 경기를 보면 내게 온 공을 상대에게로 밀치는 것이다 하여 핑퐁 부모도 둘째 상황이 맞다고 본다
가령 첫째 상황일 경우 아빠가 자녀 양육권을 가져올 때는 헤어진 부인에게 양육비를 요청하지 않으나 엄마가 자녀 양육권을 가져올 경우에는 헤어진 남편에게 자녀 양육비를 청구한다 아무튼 자녀는 거저 크는 게 아니고 도움없이 절로 자라는 게 아니다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자녀 생계와 교육은 더없이 소중하다 만약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를 수 없고 가르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자식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치거나 양육비 관계로 법정 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 핑퐁 부모 입장에 선 당사자들 마음이 얼마나 참담할지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나도 참 느닷없고 황당한 사람이다 세상에! 부모은중경 첫머리에서 그것도 본문도 못되는 경제經題 풀이에서 핑퐁 부모乒乓父母를 들먹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화는 대체적大體的으로 흐른다
이 땅에는 많은 부모가 오로지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자녀가 없을 때는 없는대로 무관심하다가 일단 자녀가 생기면 자녀에게 올인한다 '헐리콥터 패런츠helicopter parents' 오죽하면 과보호 학부모를 가리켜 '헬리콥터 부모'라고까지 표현할까 싶다
부모는 처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 둘로 나뉘어진 '섞임複雜말語'이 아니다 본디 그냥 하나의 단어單語다 단어word란 글자 그대로 '홑말'이다 '어버이'가 홑말이듯이 단지 하나일 뿐이다 아버지 옆에는 어머니가 따르고 어머니 옆에는 아버지가 따르는데 천자문에서는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한다 부창부수는 '부르면 답하다'의 의미이지만 남편夫과 아내婦가 '하나'라는 뜻이다
그렇다 부모父母는 둘 아닌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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