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모든 것 기꺼이 내어주는 푸른숲
[WE+] 횡성 산림휴양농원 노아의 숲
박주원 대표 부부 은퇴 후 횡성으로 귀촌
화마 덮친 산 정성으로 가꿔
인적 드문 자연 숲길 더욱 매력적
산책로 총 3.5 ㎞ 코스
정상에서 어답산·태기산·횡성호수길 등 이국적 풍경 한눈에
발 닿는 곳곳 무명 야생화 보는 재미 쏠쏠
부부 채취 30여가지 나물 장아찌 등 보양식도 별미
▲ 횡성군 갑천면 화전리 호수마을 일대에 조성된 ‘노아의 숲’은 산책을 겸한 걷기코스로 제격이다. 박창현
성경 구약성서에 노아의 방주이야기가 나온다.신은 인간의 타락과 우상숭배가 만연하자 홍수로 심판하기로 경고하고 노아에게 대홍수와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주를 만들라고 명한다.방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00여 년 이상 만들었다고 전해진다.노아는 이 방주에 동물들과 자신들의 가족들을 태우고 364일간의 홍수재앙에서 구원받았고 결국 세 아들과 함께 세상을 새롭게 만든 인물로 전해진다.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횡성의 첩첩산중 산골에서 재연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단,이 방주는 배가 아닌 숲이다.노아의 숲.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인간을 심판하려는 신의 재앙에서 생명을 지킨 유일한 공간이었다면 노아의 숲은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활기를 되찾기 위한 ‘회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그래서 횡성 노아의숲은 ‘늙어도 늘 아이들처럼 호기심과 꿈을 잃지 않고 산다’는 뜻의 노아(老兒)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히브리어로 ‘쉬다’는 뜻도 있다.코로나19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정신적·육체적 치유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횡성 노아의숲으로 떠나보자.
횡성산림휴양농원 노아의숲(대표 박주원)은 횡성군 갑천면 화전리 속칭 호수마을에 위치해 있다.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횡성호수길을 둘러싸고 있는 숲길이다.이 숲길은 야산이나 다름없다.1999년 당시 이 산에 큰불이 났는데 아직까지도 그때 시커멓게 타버린 나무들의 상처가 남아있을 정도로 험준한 산이다.그런데 바로 이 산이 지난 6년여간 60대 부부의 손길로 가꿔지고 꽃씨가 뿌려지면서 새롭게 숨쉬기 시작했다.3.5㎞ 코스의 숲길도 자작나무와 야생화가 어우러져 다듬어졌다.노아의 방주를 만들듯이 10년이 걸릴지,100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조금씩 사람과 융화되는 울창한 숲의 모습에 감탄사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노아의숲을 찾는 방문객이 미리 알고 가면 좋은 또 하나의 팁은 박주원(68) 대표의 이력이다.그는 33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하다 부행장으로 퇴직하고 지난 2013년 연고도 없는 횡성의 야산 16㏊(5만평)를 경매로 샀다.이어 2015년 부인 진영숙(67)씨와 함께 판교에서 횡성으로 귀산촌했고 이듬해 주변 야산 5㏊를 추가로 매입했다.이때부터 쉴틈없이 숲지기를 자처하며 숲길을 만들기 시작했다.여느 퇴직자처럼 텃밭정도에 만족하기에는 부족했나 보다.그나마 다행인건 박 대표가 농고,농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 노아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횡성호수길 풍경.
노아의 숲 산책길은 총 3.5㎞ 코스 곳곳에 숨겨진 전망대와 쉼터에서 한숨 쉬어가며 완주한다면 2시간에서 2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출발점에서 900여m 가량을 올라가면 해발 370m 내외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다소 돌이 많지만 그리 험하지 않다.원한다면 모노레일도 가동된다.정상 제1전망대쪽에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어답산과 태기산,구리봉,청태산,매화산,치악산 비로봉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데크가 설치돼 명상을 즐기며 치유의 시간을 갖거나 하룻밤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여기서 30여m 정도 이동하면 또하나의 신비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바로 횡성댐 최상류지점인 횡성호수길이다.이곳에서 보는 횡성호수길은 마치 해외에 온듯한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져 말그대로 ‘눈이 호강한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노아의숲 정상에는 무인 숲카페가 운영된다.무료로 제공하는 데이지,금계국 등 향긋한 꽃차를 마시며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박 대표는 “모든 방문객들에게 숲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숲에게 시간을 내주기를 권한다”며 “휴대전화 없이 게으름도 피우고 생각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아의 숲 정상에서 녹음이 우거진 숲길로 접어들면 발걸음을 떼는 곳곳에서 야생화가 피어있다.박 대표 부부가 지난 수년간 공을 들여 뿌린 구절초뿐만 아니라 과꽃,원추리 등 귀한 약초와 앵초군락지,무명의 야생화들이 활짝 핀 숲길이 2.5㎞ 가량 이어진다.여기서 노아의숲 육묘장을 지나면 한 사람정도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의 오솔길이 펼쳐지는데 굴참나무,살구나무,피나무 등이 20여년전 산불의 고통을 간직한채 방문객을 맞이한다.개인이 운영하는 자연의 숲이다 보니 여느 산림청 자연휴양림 숲길 처럼 잘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많은 인적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길이기에 ‘노아의 매력’이 느껴진다.
▲ 박주원·진영숙 부부.
노아의 숲에서만 제공하는 또다른 특혜(?)라면 숙박객에게 제공하는 청정자연 식탁이다.노아의 숲에서 채취한 두릅,엄나물순,명이나물 등 30여가지의 장아찌와 자작나무 수액 등으로 버무린 음식은 말그대로 노아의 보양식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진영숙씨는 “우리부부처럼 평생 열정적으로 일하다 쉼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창현 chpark@kado.net
■ 찾아가는길
자가운전 : 내비게이션에 ‘갑천면 화전리 산36’ 입력,
횡성IC에서 횡성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출구~학오로 3.89㎞~공근남로 1.92㎞~섬강로를 따라 8.74㎞
이동~외갑천로694번길을 따라 1.18㎞ 이동.
■ 탐방요금 일반 5000원,횡성군민·어린이 3000원
■ 숙박 총 5실-2인기준 100,000~120,000원
출처 강원도민일보 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