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소리만 듣는 KBS로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칠순이 넘었어도 나들이할 때는 마음이 설렌다. 국영방송 KBS를 견학하기 위해 세수만 하고 출발시간 7시 25분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아뿔싸, 구순을 바라보는 어르신 두 분이 벌써 나오신 게 아닌가. 이렇듯, 선배님들이 끌어주시고 후배들이 뒤따라가는 안골은빛수필문학회의 저력이기에 타문학인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아침을 김밥 한 줄에 절편과 음료수로 때우고, 10시 30분 도착을 위해 달렸다. 다행히 교통상황이 원활하여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예상할 수 없는 서울의 교통상황과 장거리 소요시간으로 서두른 것이 여유로워졌다. 급하게 서두르다보면 실수가 뒤따르는데, 이날은 순조로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몇몇 회원들은 동심이 발동했는지 방송국 입구에 세워진 ‘1박 2일’ 홍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느라 바빴다.
안내직원을 따라 맨 먼저 찾은 곳은 ‘여유만만’프로를 녹화하고 있는 세트장이었다. 오전 9시 40분부터 10시 40분까지 1시간동안 방송되는 ‘여유만만’은 주부들을 위한 진짜 알짜배기 생활 밀착형 정보가 펼쳐지는 프로그램이다. 건강, 경제, 소통, 연예, 이색 볼거리의 내용을 최고의 강사, 전문가 및 입담 좋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특색 있는 정보로 구성,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 주부들의 아침을 여유롭게 열어준다. 이날도 김승휘 아나운서와 방송인 조영구가 열띤 토론을 벌이는데 조영구 부인 신재은이 거드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방청객으로 앉고 싶은데, 집게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안내직원의 신호를 따라 우리도 입을 막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세계적으로 언어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말 겨루기’ 세트장이었다. 한 번은 출연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시청할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고정카메라와 이동카메라가 세트장 앞면을 차지하고 있어 어수선했다. 안내직원의 허락으로 출연자석에 서서 카메라 촬영에 맡기며, 마음만 가졌던 출연의 꿈을 위로했다.
다음으로 ‘아침이 좋다’ 세트장을 지나 출연자대기실, 분장실 등을 거쳐 소품실에 들어섰다. 철물점에 진열된 물건처럼, 소품을 보관한 칸이 많기도 했다. 하기야, 우리가 일상생활에 쓰이는 도구가 한두 가
지던가. 소품을 둘러보니 소소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스쳐갔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이곳을 견학할 때는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생활의 발전이 가져온 산물이었다. 그때는 라디오시절이어서 음향효과가 중요했다. 소나기 소리를 내기 위해 부채에 콩을 매단 소품이라든지 바람소리를 내는 기구를 보았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하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때 인솔했던 선생님과 문학기행을 함께 했으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는지.
KBS 방송국은 수많은 수난을 거쳤다. 일제의 홍보를 위해 창설된 것이, 조국광복을 알려주었고, 이승만 정권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4.19소식과 민주당 정부를 알려주었다. 뒤이어 들어선 5.16군사정변과 박정희의 제3공화국과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그리고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저격으로 군사정권 18년 5개월 10일 대장정은 저물고 말았다. 또다시 총을 든 전두환 군부세력이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저지른 5.18 광주사태는 아직도 그 상흔傷痕이 가시지 않아 유족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독일기자 힌츠페터의 죽음을 무릅쓴 진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한참 진행된 후였다. 군부의 만행이 사진으로 공개될 때까지도 국민들은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군부가 언론을 통제했으니 알 수가 있겠는가.
민주화의 열망 속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10년,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그리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의 탄핵 인용 판결문을 낭독하는 장면도 KBS 방송국에서 보여줬다.
KBS 방송국 현관에는 ‘이산가족 찾기’프로그램이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알리는 전시물이 게시되어 있다. 6.25전쟁 때 가족이 흩어져 생사를 모르고 살다가 이 프로에서 찾은 사람들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흩어진 가족들과 TV 앞에서 함께 울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도 TV를 통해 전달해 주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자들에게 수난을 당해야 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그들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 KBS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사용한 노조의 피켓이 아직도 현관에 세워져 있어 씁쓸했다. 정권의 하수인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에게 올바르게 전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사회 각 계층에 전하여 바른 사회를 구현하는 국민의 방송이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의 무드가 조성되고 있어 국민들은 기대감에 한층 부풀어 있다. DMZ 철조망이 철거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소원인 평양을 거쳐 백두산을 등정한다는 소식이 KBS 방송을 타고 각 가정으로 전파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2018.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