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민들의 분노의 불길이 심상치 않습니다.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농장이 아닌 거리로 나온지 두달 이상 됐습니다. 유럽의 주요 고속도로 등이 마비상태입니다. 프랑스 등 주요국들의 정부가 이런 저런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농업용 유류 문제로 시작된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과 환경규제로 인한 농민들의 피곤함 등이 뒤섞이면서 유럽 전체를 격랑속으로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럽은 경제난속에 힘든 상황인데 농업문제까지 터지자 유럽 연합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인내할 수도, 정부의 조치를 기다릴 수도 없다면서 유럽의 농민들은 EU 본부 앞까지 접근해 방화까지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타고 온 트랙터는 도심 교통을 완전히 마비시킵니다. 농민들이 동원한 트랙터는 9백여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찰이 막고 있는 콘크리트 바리케이트와 철조망 사이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로 몰려든 것은 바로 여기서 유럽연합의 농업장관회의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지에서 모인 농민들은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고 EU 집행위 건물앞 3백미터까지 접근했습니다. 농민들은 이제 농업을 해서는 살 수 없게 됐다면서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생계유지를 방해하는 것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또 농민들은 가족 모두가 하루 16시간씩 일년내내 일하면서 휴가도 못가지만 최저생활에 머물고 있다면서 뭔가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 못된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EU의 27개 회원국 농업장관들도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와 벨기에뿐만 아니라 폴란드 농민들과 스페인 농민들도 가세한 트랙터 부대는 유럽 전역에 걸쳐 그 분노의 불길을 강하게 내쏟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작비 급상승으로 힘든 상황속에 러우 전쟁을 빌미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까지 대거 시장에 유입되면서 생존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유럽연합 EU의 각종 환경 규제와 관료주의까지 더해지자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EU가 정한 경작지 휴경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우크라 산 농산물 수입 제한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의 주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헝가리와 루마니아 그리고 폴란드 등지에서도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와 농업 차량용 경유 가격 인상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고 이들도 트랙터 시위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농민 시위대가 화물 열차에 실린 우크라이나산 곡물 160톤을 철로에 쏟아버리기도 했습니다.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 농민들은 전쟁을 틈타 우크라 곡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유입돼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단순한 이유가 아닙니다. 복합적인 원인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유럽 연합 EU의 농민정책에 대한 각국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농업의 경우도 각국마다 개별적인 문제가 있을텐데 이것을 뭉뚱그려 규제 일변도로 나가니 농민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러우 전쟁으로 유럽 각국은 여러가지 힘든 상황속에서 우크라가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자국 농산물이 값싸게 유럽 각국으로 흘러보내니 해당 국가 농민들은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토에서 우크라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기때문에 유럽 각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유럽의 농민시위를 식량전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제 각국이 에너지와 식량 그리고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상황속에 앞으로 이런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고 그럴 경우 에너지 식량 그리고 자원의 전쟁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 뭉쳐있는 유럽 연합도 내부적인 금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난이 더욱 가중될테데 그럴 경우 내부적 분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번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단순한 농업정책의 불만이 아닌 더욱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2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