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dvd를 구입한지 꽤 됬는데 바쁘다보니 몇달만에 보게 됬습니다. 공부하다 지친 중에 잠시 휴식하는 의미로...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글래디에이터보다는 적은 돈으로 찍은 것 같은데 고증도 그만하면 잘 된 것 같습니다. 특히 3열 횡대로 싸웠던 로마군의 전투대형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다만 로마군 갑옷도 띠 형태의 판금 갑옷과 체인 메일이 뒤섞인 모습인데, 대게 제정 후반기에는 판금제로 통일된 모습이 보입니다. 체인 메일은 공화정 초기때 많이 쓰였습니다. 물론 제정기에도 체인 메일이 쓰이긴 했지만요.
dvd제목 역시 검투사 아틸라라고 나왔는데, 원제는 그냥 아틸라입니다. 제목은 차라리 ebs에서 방영했을때의 훈족, 아틸라 대왕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어떤 멍청이가 번역을 했는지 대사 번역도 엉망이더군요. 시대극은 역사에 기본지식이 있는 사람한테 맡겨야 하는건데...
뭐... 영화 내용은 대체로 역사에 충실한 편입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크게 어긋나는게 없죠. 물론 세부적인 내용은 각색이 많이 있고, 역사적 해석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요. 아틸라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영화처럼 암살설도 있지만 학자들은 대부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가 주장했던 결혼 피로연에서 지나치게 마신 술땜에 터진 코피가 기도를 막아 질식사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틸라의 캐릭터는 너무 서구인 티가 나기는 하지만 대체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보신 분들중 아틸라의 최측근으로 나오는 대머리 기억나시죠? 이름이 오레스테스라고 하는.. 이 오레스테스가 찾아보니 생각보다 유명한 인물이더군요. 역사적으로도 아틸라의 측근으로 활약했던 이 사람은 서구인이었습니다. 아틸라가 죽은 뒤에 자기 아들을 로마제국 황제에 앉히는데 그 아들이 바로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됩니다.
아틸라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플라비우스 아이티우스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더군요. 전형적인 로마 전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약간 정치적인 성향도 띄지만..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이 아이티우스를 가리켜 마지막 로마인이라고 찬양했다죠? 그만큼 로마혼을 마지막까지 간직한 무장이었다고 합니다. 외교적 역량도 뛰어나서 전까지만 해도 대립하던 알라니족과 서고트족을 통합해 동맹을 맺어 아틸라에 맞섰다는군요.
아틸라 군대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로마군이 어떻게든 대등하게 맞설수 있었던 것도 아이티우스가 야만족들과 동맹을 맺은 덕분이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공성전도 볼만했던것 같습니다. 도시 이름이 오를레앙이었는지 헷갈리는데, 영화에는 안나오지만 이 공방전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아틸라 군대가 도시를 에워싸고 오랬동안 공격을 퍼부었는데 훈족이 공성전에 익숙하지 못해서 쉽게 함락시키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아틸라가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성벽에서 비둘기 일가족이 날아올랐답니다. 그걸 본 아틸라가 그 부분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직감하고 투석기를 동원하여 그 성벽에 집중적으로 돌세례를 퍼부었답니다. 결국 그 부분이 무너지고 훈족 군대가 그리고 들어가 도시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에 벌어진 전투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카탈루니아 전투입니다. 샬롱 전투라고도 하지요. 이것이 영화에서는 못느꼈지만 나중에 보니 세계 10대 전투 중 하나라는군요. 하지만 전개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답니다. 아틸라 연합군 대 로마와 서고트 연합군의 대결이었지요. 영화에 나오는 아이티우스의 연설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전투장면도 고증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로마군이 수세에 몰리자 아이티우스가 서고트족의 왕 테오도리쿠스를 쏴죽이라고 하는데, 사실 테오도리쿠스는 적군의 창에 말이 쓰러지는 바람에 낙마하여 말발굽게 밟혀 죽었습니다. 결국 엄청난 혈전 끝에 아이티우스가 승리를 얻게 되는데 이게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승전이었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결국 아틸라와 아이티우스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끝나더군요.
영화에는 안나오지만 황제가 아이티우스를 살해한 뒤에 한 신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자르셨습니다. 이제 누가 반달족으로부터 로마를 지켜내겠습니까?"
뭐.. 로마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전쟁영화로 보기에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구요. 아쉬운 점은 전투장면에서 인원을 좀더 동원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몇 백명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