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슈퍼마리오님이 보내주신 글을 초안으로 참여한 분들의 의견을 모아 글을 올립니다. 슈퍼마리오님의 글과 중복되는 내용이나 틀린 내용이 있어도 이해하시고 읽어 주시기 바라며 작지만 여러분과 함께한 일이었기에 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네에 친한 서너 명의 아저씨들이 모여 식사하다가 우연히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
“우리도 분향하러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모래면 마지막밤인데…”
“신도시에는 왜 분향소가 없지? ” “어디 어디에 누군가가 만들면 좋겠는데?”
“그냥 우리가 만들까?”
“우리가 어떻게 그런걸 해?”
“그냥 영정사진하고 향만 피우면 되잖아.”(정말 그 정도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럴까?”
“그래 하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설마, 우리 같은 사람에게…”
“장소는 어디로 하지?”
“x형, 당신 사무실 앞에서 하면 어떨까?”
“아니야! 괜히 오해 받거나 주위 영업집에 방해 될 수 있어…”
“그럼 공원은 어떨까? 제일 좋겠는데…”
“글쎄 사용 허가 같은 것 받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이번 일은 시간도 없는데 봐주지 않을까? 운동장 전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한쪽 정자 하나만 사용하면 되는데…”
“암튼 내일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한 번 해보자..”
이때 갑자기 옆에서 “여러분이 하신 다면 국화꽃은 제가 지원할께요!!”라고 한 여자분이 말하시고 “여러분이 진짜 준비한다면 현수막이나 기타 집기는 저도 지원하겠습니다.”라고 한 남자분이 말했습니다.
평소에 조금은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지만 이렇게 선뜻 지원해주시니 우리와 생각이 같은 분들이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오전부터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정 사진은 공항신도시사람덜에 있는 공식영정사진을 다운받아서 사용하였습니다.(감사합니다)
사진관 사장님께서 염가에 고급 영정사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프랜카드를 지원해 주신 다던 분은 갑작스럽게 부탁한 주문인데도 짧은 시간에 여러 곳에 직접 프랭카드를 달아주시고, 새벽일까지 일이 있으신 분이 언제든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만들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국화꽃을 사려고 하니 송이당 천원이나 하고, 그것도 영종도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의 엄두를 못내고 있었죠. (국화꽃 없이 해야하나!! 암담했는데…) 국화꽃을 지원하겠다던 분은 부리나케 하시던 일도 멈추고 남대문시장에 연락해서 200송이를 주문하고 배달을 안 해준다고 하니까 직접 남대문시장까지 다녀오셨습니다.
저희는 시작만 하고 다른 분들에게 폐를 많이 끼친 것 같아 죄송할 뿐입니다.
장소는 영마루 공원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관리하시는 분에게 통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관리사무실로 갔더니 이미 퇴근하고 안 계셔서 우선은 그냥 설치해서 분향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급한 대로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고 돗자리도 없어서 야외에서 쓰는 매트를 돌로 눌러놓았습니다. 자꾸 영정사진이 바람에 쓰러지길래 집에서 책 몇 권을 가져다 뒤에 받쳐 놓았습니다. 촛대도 없이 큰 초 달랑 두 개, 조그마한 향 몇 갑. 향로도 없어서 아는 스님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그냥 깨끗한 화분이면 된다고 하셔서 . 그야말로 초라하게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니 어둑해졌습니다. 분향소를 준비하는 것을 보신 어르신께서는 쓰레기봉투를 사다 주시면서 “필요할꺼야!” 하며 주시고 가시고, 두툼한 종이를 가져오셔서 매트 밑에 깔아 절 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경험 많으신 어르신들이라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지나가시는 분들, 운동하시는 분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고 지나가셨습니다. 차츰 한 분, 한 분 들려서 조문을 하시고. 필요한 것 없냐며 수고한다고 용기도 많이 주셨습니다.
혹시 몰라서 분향 못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인터넷 카페에 홍보도 하고, 지나가시는 분들에게 주위에 알려달라고 부탁도 하였습니다.
상주도 아니면서 문상 오시는 분들이 다 상주인 셈이니까 서툴러도 괜찮을 거라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오셔서 슬피 우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꾸 눈물이 나서 절하시는 분 발 만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구의원님들도 분향하시며 많은 용기를 주셨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셨다는 (저는 몰랐습니다.) 참외를 가져오신 분은 밤새 몇 번을 오셔서 영정을 붇들고 한참을 울다가 가셨습니다. 영정 앞에서 하도 여러 번 절을 하길래 나중에 물어 보니 신도시 음식점에서 주방일 하신다는 중국 분, 자꾸 뒤에서 왔다 갔다 하길래 어서 오라고 했더니 절을 몇 번 해야 하는지 몰라서 머뭇거렸다는 체육복 입은 여학생들, 지나가다가 갑자기 분향소를 보게되어 맨발이라도 분향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던 분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서 집에서 쓰는 랜턴을 가져와 정자에 매달아 놓으니, 초라하시만 더 엄숙한 분위기가 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향소에서 분향을 하고 온 분은 초를 사다가 분향소 근처에 초를 환하게 피워 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분향하시고 나서 돕고 싶다고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해서 앞으로 초는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하니까 동네 편의점에 있는 양초는 다 사가지고 오신 듯 한 봉투의 초를 가져다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 두 군데 분향소 주위의 초가 꺼져갈 즈음, 한 아주머니께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더니 초 두 개를 꺼진 초 자리에 다시 피워 놓고 가셨습니다. 꺼져가는 초가 안타까워서 급하게 집에 있는 양초를 가지고 오셨다고 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새벽이 되어 동이 터오르고 뜸하던 조문객들도 하나 둘씩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첫 떡을 사다가 분향하시면서 한 참을 우시던 분, 새벽 출근길에 분향소가 있어서 다행이 분향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하시던 분 등…
아침이 되면서 저희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허가 없이 시작한 분향소라 혹시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 9시경 중구청 공원관리 담당하시는 분과 통화가 되어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오늘 하루만 하면 되니까 부탁한다고 하니,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말과 함께 공원 사용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뜰 무렵, 한 마트 배달차가 분향소 앞에 서더니 캔 커피와 양초를 몇 박스나 내리길래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어느 분이 배달시킨 것이라고 했습니다.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어제 밤에 분향하고 고생하는데 도울 것이 없어서 보냈다고 잘 사용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 나오신 아주머니 세 분은 분향 후 한 참 있다가 다시 오시더니 유모차 뒤에서 초 한 봉다리와 박카스 한박스를 꺼내시면서 편의점에는 초가 하나도 없어서 찾다가 다행히 한 집에 초가 있어서 다 가지고 오셨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박카스 안에도 피로회복제까지 꼼꼼히 챙겨주셔서 밤샘한 피곤함이 한번에 사라질 정도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동네 음식점에 냉면을 주문했더니 사장님이 돈 받지 말래요, 하던 배달원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한 부부는 분향 후 한참을 우시더니 써가지고 오신 추모글을 분향소에 붙이고 가셨습니다.
학생들이 하교할 즈음부터 분향객들은 급격하게 늘기 시작하고 긴 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초라도 사라고 돈을 주시려 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위치도 아니고 필요하지도 않아서 안 받는다고 하니까 섭섭해 하시던 분들에게는 너무도 죄송하였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만원짜리 지폐를 휙 놓고 가시던 할머니, 그리고 슬픈 눈으로 동전 두개 (오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하나)를 놓고 가는 한 꼬마를 어쩌지도 못하고 보낸 후, 상주도 못하고 연못가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많은 분들이 오시고 더위에 국화꽃은 자꾸 시들어만 갔습니다. 200송이면 충분할거라 생각했는데. 죄스러웠지만 상에 올려놓은 국화를 다시 물통에 담궈 놓아서 생기있게 만들어 다시 꺼내 놓았습니다. 그러기를 대여섯 차례는 했나 봅니다. 그래도 꽃잎은 자꾸 떨어지고…
여러분들이 사들고 오신 음료수는 집에서 쿨러를 가져와서 오시는 분들, 구경 온 어린아이들이 마실 수 있게 했습니다. 대부분이 캔커피 였는데, 아이들에게 일일히 다 마시지 못하게 할 수 없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모님들께 죄송스럽습니다.
저녁나절엔 영종동 새마을부녀회장님께서 조문객들을 접대하신다고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한 차 가지고 오셨습니다. 분향소 주위는 시끄러울 것 같아 좀 떨어진 정자로 옮겨 조촐한 조문객 접대자리가 되어 많은 분들이 막걸리 한 잔 못하고 그냥 가시게 한 것도 너무 죄송합니다. 음식이 많이 남아서 준비하신 성의에 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한데도 새벽까지 주위 청소에 떨어진 촛농 청소까지 봉사해주신 부녀회장님!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촛불을 여러 개 피우다 보니 치운다고 했지만 남은 촛농 자국을 미처 깨끗이 치우지 못했습니다. 영마루 공원 관리 하시는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혹시라도 뒷정리가 미흡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발인시간이 가까워오는 새벽 4시 반에 마지막 분향을 받고 일을 벌린 동료들끼리 모여서 마지막으로 영정사진을 내리기 전에 마무리하는 제를 올렸습니다. 그냥 똑같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던 몇 사람이 시작한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저희들에게 감동을 주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서 감사하고 고마우며, 고인의 뜻이 참여한 이 모든 사람들에게 잘 전파되기를 바라고 부디 편안하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분향소를 찾은 모든 분들이 이곳 신도시에 살면서 매일 마주치는 분들이었습니다. 겁 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시작한 분향소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따뜻하게 만들어 진 것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또 커다란 슬픔을 같이 나눌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들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길을 가다 마주치는 신도시의 모든 주민 여러분들을 남이 아닌 한 동료로 생각하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이제 저희는 다시 예전처럼 생업으로 돌아가서 작은 일에도 희희하고 낙낙하며 열심히 살아갈 것이며, 부디 초라했던 분향소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같이 이 곳 신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저희들은 그저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첫댓글 마음을 실천으로 행해주신 여러분이 있었기에 고인의 넋이 한층 신도시주민들로 하여금 평온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분향소 설치하여 주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큰일하신겁니다. 수고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분향 잘하였습니다.
너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좋아요님을 비롯하여 분향소 관리를 하셨던 모든분들께 감사함을 드립니다..개인적인 생각인데 온라인상에서 글을 자주 올리시는 분들께서 기회가 닿으면 오프라인에서 한번 모임을 갖는것은 어떨까 싶네요..이번일처럼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할때는 같이 하면 더 좋지않을까 싶습니다..신도시라는 지역의 특수성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데 쉽지 않을까 싶어서요..!!(혹시 어떤분이 또 테클 걸지 않을까 두려워서..자세히는 글을 올리지 못하겠네요^^) 꼭 필요한것은 청소년들의 계도가 제일 시급한것 같아서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드릴말씀이 없습니다...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우리가족은 아니지만 왜 감사한지.. 궂이 말안해도 잘 아실거라생각합니다. 큰일하셨습니다. 분향소를위해 애쓰신 모든분들의 가정에 축복이 내려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나만이 아닐까 비통하였는데 나와 같은 크기로 슬픔을느끼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어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아이들이다 뭐다 핑계대며 분향소한번 못다녀오고 끝나는줄 알고 많이 죄스러웠습니다..덕분에 사람도리를 한것 같습니다...애쓰셨습니다...몇백원짜리 박카스하나 못사다드려서 죄송합니다...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넘 아파 눈물이 흐르네요......
고맙습니다. 아직도 슬픔이 가시질 않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어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용궁사에 가서 기도만드렸는데 실천해주신 분들 있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듯 했습니다. 꽃집마다 국화가 없어 그냥 갔는데 힘들게 국화도 구해놓으시고....참외보니 과일이라도 사서 올 걸 후회하기도 하고...고생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작은일이지만 정말 큰일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느누구도 선뜻나서서 하지 못한일을 해주신 분께 고맙고 감사하고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보 노무현대통령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속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평안한 영면이 되시길 그리고 그곳에선 정치하지 마시길 그곳에서 자신을 먼저 돌보며 사시길 바랍니다.
모두 노고가 많으셨어요.^^^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는 중에 자꾸 눈물이 나오네요.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아이들과 함께 분향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향소 가 집앞이라 넘 감사햇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까지 조문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행동하는 지성이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읽는 동안 맘이 짠하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가시는길 인사드릴수 있었습니다. 그 마져 없엇다면 정말... 가슴치며 통곡했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