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분위기
진분홍 하트 풍선이
벽에 걸렸다. 그리고 비가 내렸던 그날의 파티가 시작됐다. 사실
하트는 우당땅땅 96기의 상징이었다. 열정 품앗이, ‘커넥션의 교과서’ 아댄님은 분홍색 하트를 유달리 좋아했다. ‘핑크 하트’는 아댄의 열정과 기품, 우와함과 당당함이라는 가치를 담았다. 이 가치들은 96기에 대한 품앗이들의 강력한 지도 방침이었다. 96기의 파티에서
‘하트’와 ‘96’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징물이었다. 누구도 하트가 파티 장식의 주제가 되어야 함을 부정하지 못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대형 하트, 그리고 96이라는
장엄한 풍선 장식을 벽에 걸기까지 두시간이 걸렸다. 접착력이 문제였다.
스카치테이프를 돌돌 말아 붙여보기도 했다. 양면 테이프를 촘촘히 붙여도 보았다. 잠깐 붙었나 싶으면 이내 떨어지고 말았다. 긴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환풍기에 테이프를 걸어 하트를 걸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숨은 곧 감탄사로 바뀌었다. 대형 철제 사다리가
동원됐다. ‘땅고의 백과사전’ 태희가 사다리에 올라섰다. 그러자 크덕이 나섰다. 그는 과감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온 아끼던 부채를 한쪽에 놓더니 사다리에 올라섰다. 크덕은
조용히 부채질을 하며 자신이 나서야 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쪽에선 파티
음식이 마련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 혹은
오스트리아 빈 합스부르크 왕가의 무도회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파티의 지배자’ 앤젤리나님 파티 음식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무형, 포포, 형화, 보선, 콘, 유복녀님의 손놀림은 빈틈이 없었다. 미니 햄버거는 단연 압권이었다. 이들 음식팀은 신선한 야채와 햄을
넣어 수작업으로 햄버거를 만들었다. 모양, 맛, 식감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파티 음식을 본 솔땅 선배들은 “도대체 96기의 능력은 어디까지냐”며
혀를 내둘렀다.
선배들이 입장했다. 96기 초보 땅게로, 땅게라들에게 춤을 신청했다. 능숙한 선배들의 움직임에 96기들은 음악을 탔다. 분위기가 고조됐다. 세뇨르님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땅고의 신사’다운 모습이었다. 밀롱가가
시작되자 선배들은 96기 땅게라들에게 진정한 땅고의 리드를 보여줬다.
세뇨르를 비롯한 선배들과 춤을 춘 땅게라들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고 감탄했다. 96기 땅게로들에게 어두운 빛이 흘렀다. 걱정도 잠시. 선배 땅게라들은 96기
땅게로들의 춤 신청을 흔쾌히 받아줬다. “솔땅의 정, 의리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며 96기 일부 땅게로들은 감동에 눈이
촉촉해졌다.
그리고 유안, 아댄, 라고, 소현이. 96기 품앗이들은 내 새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품앗이들은 혹시
춤을 추지 못한 내 새끼가 있으면 직접 파트너를 찾아다녔다. 직접 선배들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품앗이들도 파티를 즐기며 춤을 추고 싶었을텐데, 도대체 이분들은
자기보다 내 새끼 한 딴따라도 더 추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한 96기 땅게라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라며 목이 메였다.
자정을 넘어가자, 96기의 마스코트의 허재, 짜리님 커플이 사회자로 나왔다. 밝고 경쾌한 이들의 목소리가 밀롱가의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밤을
새며 멘트를 준비했다. 준비한 시간보다는 훨씬 짧은 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 건 아니다. 이제 이들의 사랑은 솔땅에 널리 알려졌다. 물리기 어렵게 됐다. 일부 솔땅 내 호사가들 사이엔 이 커플이 이걸
노려 사회를 자원했다는 얘기가 돈다.
이날 땅게로 K는 밀롱가 곳곳을 찍었다. 아이폰에 렌즈를 부착한 첨단 장비가 그의
무기였다. K는 영상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K의
머리 스타일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범상치 않음을 금새 눈치챌 수 있다. 능숙하게 카메라를 조작하며 촬영에
임하는 K를 보는 것자체가 이날 파티의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분이 카메라를 내려 근접 촬영을 할 때면 “도대체 뭘 찍고 있지?”라는
의구심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편집한 파티 영상을 보았다는 K의
예술혼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파티
준비를 위해 고생한 사람은 ‘조직관리의 마법사’ 96기 반장
석주이다. 그는 앞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는 밥상을 잘 차려줬고, 다른 사람들은 맛있게
먹기만 한 건 아닌지 새삼 미안할 뿐이다. 그의 헌신이 96기의
성공적인 파티를 이뤄냈다. 밝은 얼굴 표정 한켠에 담긴 뚝심. 그의
또다른 성공을 기대해본다.
파티 의상도 이날의
화제였다. 코나님이 입은 현란한 색감의 원피스는 묻 선배 땅게로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땅게로들은 연이어 그에게 춤을 신청했다. 하지만 삐끗한 허리가 문제였다. 누구보다 춤을 추고 싶었지만 동기들과의 대화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몸이
조금만 괜찮았다면 단언하건데 코나님은 그날의 파티퀸이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묻 땅게로들은 언제나 코나님의 복귀를 기다린다. 코나님과 더불어
‘땅고 디자이너’ 구는 느낌 있는 짧은 바지단으로 묻 땅게라의
눈길을 끌었다. 누가 봐도 예사롭지 않은 콧수염, 끝이 살짝
올라간 단발, 검은색의 단조로운 넥타이. 구의 감각은 이날
더욱 빛을 발했다.
자정을 지나 새벽이
되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인적은 끊겼다. 그리고 지하 밀롱가에선 음악이 울렸다. 땅고를 추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살짝 미소가 흘렀다. 홀딩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날의 분위기였다.
2017년 8월 20일
땅게로 준 씀.
첫댓글 준, 정말 한편의 단편 소설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어제 나무 잘 추셔서 깜짝 놀랐어요!
와우~ 그냥~ 영화처럼~ 그날이 보이는것같아요
정말 멋찐 후기예욥~ ㅎㅎ 빠져들어~ 요~
완전 느낌 충만한 후기에요~~~벌써 추억이 된 시간이네요. 모두 덕분에 즐거운 시간였습니다. 후기마져 즐겁네요^^
비 나리는 밤의 우리 파티, 이렇게 정감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땅게로 준이 있었군요~
조으당 조으당~~~^^*
와우
글쓰는 쪽이 직업이신가 봐요.
필력이 대단하네요.
가끔 순간순간을 스케치하듯 글로 담아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지금 글이 딱 그 느낌이네요. 부럽부럽 님 자는 빼는 게 글의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아요.
아무튼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우와 우리96기는 글 잘쓰는 분이 왜이케 많데요~
이날위 곳곳을 다 살펴보신 준님이 더 대단하시네요~
이날 분위기와 느낌을 다시금 느껴지게 됨니다. 정말 아름다운 밤 이었어요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
사진 없이도 그날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하는 엄청난 솜씨...! 파티 준비하시느라 96기 분들 모두 고생들 많으셨어요. 덕분에 즐거운 주말이었답니다. ^__^ b
우와~~~ 준님의 후기를 읽으면서 즐거웠던 파티가 생각이 나네요^^
잘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후기~^^ 읽으면서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한 빠져들것만 같은 후기♡
내가 하트를 좀 많이 사랑하긴 하지만~~
근데 좀 묘하게 부끄럽네용~~
다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서 너무 행복하구
너무 많은 사랑을 받는거 같아서 감동~^^
우리 96기 더 많이 사랑하고 서로서로 아껴고 쭈욱 함께 하는걸로^^ ♡
단락단락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이 좋네요.. 비가 쏟아지던 밖과는 다른 안에서의 그림들... 고맙습니다~
아아아아... 편집의 압박이 ㅋㅋㅋㅋ
준! 다음 엠티 후기도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