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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를 만든 사람들 - 김부겸 의원은 숨겨 둔 ‘손의 손’ 박양수·이강철 湖·嶺南 ‘양팔’
“여러분이 혁명을 이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주변에 있던 측근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말하자면 첫 당선 소감인 셈이었다. 손대표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머쥔 뒤 그는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감격을 그렇게 표현했다. 10월 3일 오후 6시 무렵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는 민주당 제2차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당대표를 경선으로 뽑는 중요한 행사였다. 무려 1만여 명이 운집해 거창했다. 분위기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이른바 ‘빅3’가 당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빅3 중 아무도 당선을 장담하지 못할 만큼 박빙의 승부였다. 가중치를 적용한 최종 득표 수는 익히 알려진 대로 기호8번 손학규 후보가 1만1904표(21.37%)를 얻었다. 2위 정동영(1만776표) 후보, 3위 정세균(1만256표) 후보를 1000표 이상 앞서는 득표였다. 그렇게 민주당 새 대표에 당선됐다. 30%를 반영한 여론조사에서 4551표, 70%를 반영한 대의원 투표에서 7353표를 각각 얻어 공히 1위였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는 얘기다. 출마 전에는 손 대표 본인도 확신하지 못했던 승리였다. 9월 11일 치러진 광주시 당위원장을 뽑는 대의원대회에서 이변의 조짐이 보였다. 광주시당 대의원대회는 민주당 정기 시도당 대의원대회의 첫 번째 행사였다. 특히 민주당의 뿌리로 여겨지는 호남의 중심지에서 열린 것이어서 그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광주시당 위원장으로 손 대표와 묵시적으로 공조 관계를 유지했던 김재균(광주 북구을)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직전 대표였던 정세균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강기정(광주 북구갑) 후보를 꺾는 파란이 일어난 것이다. 9월 17일 열린 전남 도당 대의원대회에서도 손 대표를 지지했던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의원이 도당 위원장에 당선됐다. 광주·전남에서 손 대표 지지 바람을 불러일으킨 두 주역은 박양수 전 의원과 현 민주당 대표 비서실 이남재 차장 등이었다. 조직을 총괄했던 박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범동교동계 출신이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손대표가 동교동계의 지원 사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 전 의원은 같은 범동교동계인 박지원 원내대표와도 인연이 깊어 손 대표와 사이에 ‘링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박 전 의원은 광주에 살고 있던 이남재 차장과 함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광주·전남을 샅샅이 훑다시피 했다.
호남에서 박 전 의원이 했던 역할을 영남에서는 이강철 전 수석이 맡았다. 이 전 수석은 손 대표 경선 캠프의 좌장 격으로 손 대표 당선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영어 생활을 했던 이 전 수석은 민주화 운동 시절부터 손 대표와 교분을 쌓은 ‘정치적 동지’ 관계다. 그 인연으로 손 대표 출마의 ‘진정성’을 변호하며 손 대표 돕기에 자청하고 나섰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정치인 친목모임인 ‘청정회’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1인 단독 반박 성명을 발표, 특정 후보의 ‘노무현 바람’ 이용을 차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팽생지기 송태호 전 문체부 장관
당선 후 손 대표가 이 전 수석에게 크게 고마움을 표시했을 정도다. 손 대표는 그 보답으로 이 전 수석에게 지명직 최고위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한사코 고사했다. “백의종군하겠다”는 이유를 들어서였다. 그 자리는 486세대인 김영춘 전 의원에게 돌아갔다. 김 최고위원 지명을 두고 ‘차세대 리더들이 앞장서는 세대교체’라는 설명이 손 대표가 내세운 명분이었다. 서울에서 재선 의원을 역임한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영남 끌어안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근거다.
![]() (왼쪽부터)김부겸 의원,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 박양수 전 의원, 차영 대변인, 윤승용 전 청와대 수석 |
이 전 수석은 또 경선 과정에서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손 대표 사람으로 끌어들였다. 전북 익산 출신인 윤 전 수석은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역임했다. 경선 과정에서 ‘특보’ 이름으로 TV 토론, 메시지 분야를 총괄했다. 당내 기반과 조직이 미약했던 손 대표에게 전국 9개 지역에서 있었던 TV 토론은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 작용을 했다. 그 핵심적 역할을 윤 전 수석이 맡았던 것이다. 손 대표를 만든 의원 중에서는 김부겸(경기도 군포시) 의원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김 의원은 “손학규를 통해 민주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손 대표를 도왔다고 고백했다. 김 의원은 손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10여 명의 당내 의원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 의원은 손 대표와 함께 경선 당일 대회장을 돌며 막판까지 열성적으로 손 대표의 득표 활동을 도운 인사 중 한 명이다. 김 의원은 흔히 말하는 ‘독수리 5형제’ 중 하나다. ‘독수리 5형제’란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그 해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참여했던 당시 5명의 의원을 가리킨다. 김 의원 외에 이부영·이우재·안영근·김영춘 전 의원이 그들이다. 김 의원은 손 대표 당선 후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그런 예상을 깨고 사무총장에 호남 출신 이낙연 의원을 임명했다. 경선 과정에서 손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로는 김동철 (광주 광산갑)·신학용(인천 계양갑)·양승조(충남 천안 갑)·우제창(경기 용인 처인)·이찬열(경기 수원 장안)· 이춘석(전북 익산갑)·정장선(경기 평택을)·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 등이 있다. 2008년 5월 제18대 총선 때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된 이성남·박은수·송민순·전혜숙·서종표 의원 등도 손대표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의원은 대체로 각자 출신 지역을 책임지는 형태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 중 김 의원을 제외하고 일부는 주요 당직을 맡았다. 이낙연 사무총장과 함께 양승조 대표 비서실장, 이춘석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경선 캠프 공보담당이었던 MBC 아나운서 출신 차영 대변인과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손 대표가 임명한 것은 아니지만 양승조 의원은 충남도당 위원장, 조정식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4개월여 전에 임명된 자리다.
최장집 교수 깍듯이 모셔
당 외곽에서 자문 등의 형태로 손 대표를 돕는 시니어그룹도 있다. 손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요 임원들이 대표적이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정착과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2006년 5월 출범했다. 재단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성수 성공회 주교, 이사인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성수 주교는 손 대표에게 구루(정신적인 스승) 같은 존재다. 경기고·서울대 문리대 선배인 송태호 전 장관은 늘 가까운 거리에서 손 대표를 도운 평생지기와 같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수영 전 교통개발연구원장, 임도빈 대한주택건설협회상근부회장 등도 손 대표를 돕는 대표적 당외 인사다. 손대표와 일찍부터 인연이 깊었던 이들은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 경기도 산하 기관장 등을 맡았던 공통점이 있다. 행정고시를 거쳐 정통 내무공무원 출신인 이수영 전 원장은 경기개발연구원 대표이사, 경기영어문화원 원장을 지냈다. 임도빈 부회장은 2002년 경기도 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2006년 세계도자기엑스포재단 대표이사 등을 했다. 직업 공무원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잔뼈가 굵은 정승우 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도 이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하대·서강대 교수를 역임한 손 대표는 학계 인맥도 넓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최영찬 서울대 교수, 손광현 청주대 교수, 김태승 인하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국 숙명여대 교수, 백영옥 명지대 교수, 윤호진 단국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조중래 명지대 교수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손 대표에 대한 정책자문에 누구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나온 손 대표가 제시한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은 위 교수들의 자문에 크게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집 교수는 손 대표가 깎듯이 모시는 선배 정치학자다. 최 교수와 인연은 손 대표가 교수를 하기 이전에 간 사·원장을 맡았던 1970년대 후반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한국정치학회 활동을 같이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춘천에 칩거할 때도 최 교수와 자주 ‘한국 사회의 미래’ 등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하며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왔다. 이런 깊은 인연으로 최 교수는 경선 때 손 대표 후원회장을 ‘기꺼이’ 맡았다. 그 이후 손 대표는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통해서라도 최 교수에게 조언을 구한다.
손광현 교수는 앞서 언급한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손 교수는 손 대표를 돕는 정책자문교수단을 연내 공식적으로 출범시킨다는 계획 아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영찬 교수는 4대강사업·FTA 등 현안, 김태승 교수는 물류와 거시경제, 김호기 교수는 사회 담론을 중심으로 손 대표에게 정책 자문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왼쪽부터) 최장집 교수, 박형규 목사, 송태호 전 장관, 김성수 주교, 이수영 전 교통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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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 인맥 중에는 우리 사회 원로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개신교 신자인 손 대표는 종교 분야에서는 특히 목사인맥이 두텁다. 박형규 목사, 권호경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손 대표가 특별히 종교색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불교 쪽에서는 송광사 현봉 스님과 가깝게 지낸다. 시인 김지하, 소설가 황석영, 내일신문 장명국 대표도 손 대표와 아주 가깝다.
당시 제일교회 박형규 목사는 손 대표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멘토 같은 인사다. 손 대표를 기독교 사회운동으로 이끈 인사도 박 목사였다.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해 노동자 생활을 할 때 박 목사의 권유로 기독교 빈민 선교활동에 참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권호경 목사는 김동완·이해학 목사와 함께 전도사 시절 손 대표가 청계천 판자촌 일대에서 빈민운동을 할 때 ‘동지’였다. 그 후 손대표는 1979년 10·26으로 유신체제가 막을 내릴 때까지 기독교 울타리 안에서 민주화운동을 계속했다. 손 대표가 1981년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날 때 이를 주선한 사람도 박 목사였다.
전 송광사 주지 현봉 스님은 현재 송광사 광원암에 주석하고 있다. 손 대표는 경선을 코앞에 둔 올 추석 연휴에도 현봉 스님을 찾았다. 그리고 연휴 첫날인 9월 21일 트위터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송광사의 추석날 아침은 상쾌했습니다. 집 나온 사람이 집을 나와 계신 스님을 찾는 게 가장 마음 편해 광원암을 찾았습니다. 깊이 있으면서 유머 넘치는 현봉 스님과의 추석 이브는 저의 마음을 살찌웠습니다.”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은 <손학규의 찍새와 딱새들>이라는 책 속에서 학생운동을 회고하는 한 대목에 잘 나타나 있다. 손 대표는 “학교 앞 쌍과부집이나 바라크 집에 가서 항상 거기 앉아 있는 김지하, 김정남, 김도현 등 ‘신화속의 선배’들과 이현배, 허현 등 나를 직접 지도해주는 선배들의 사랑을 받고 문리대 학생운동의 정통성을 이어 받게 된다”면서 서울대 2학년 때라고 말하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과 인연은 손 대표가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을 위해 구로공단으로 들어갔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소설가 황석영과 같은 생각에 의기투합해 조그만 자취방에서 같이 산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2007년 손 대표에게 한나라당 탈당을 권유한 이가 바로 황석영 씨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갑인 장명국 사장은 손 대표와 경기고 동기에 서울대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다.
손 대표의 경선을 도운 핵심 실무진 중에 서강대 출신이 꽤 많다. 앞서 말한 이남재 당대표 비서실 차장(86학번), 조대현 부대변인(84학번)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이해식 강동구청장, 이재학 양천구청장 또한 손 대표 제자 출신으로 가까운 사이다. 모두 손 대표가 1990년부터 3년남짓 역임했던 서강대 교수 시절 제자다. 이해식(82학번)·이재학(83학번) 두 구청장은 1985년, 1986년에 잇달아 서강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이 차장은 서강대 정외과 출신으로 손 대표가 교수 시절 조교까지 맡았던 직계 제자다. 손 대표의 한나라당 의원시절 보좌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비서 등을 지냈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SK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06년 도지사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손 대표를 돕고 있다. 이 차장은 강춘식 정무 특보와 함께 손 대표의 2006년 ‘민심대장정’을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한 주인공이다. 조대현 부대변인은 국회 본관에 있는 민주당 원내 공보실을 지키고 있다.
이남재·조대현 제자그룹 맹활약
실무진 중에는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맡았던 시절 측근으로 합류한 그룹도 있다. 11월 10일 손 대표 정무특보에 임명된 강훈식 충남 아산 지역위원장, 손 대표 수행을 맡고 있는 배상만 당대표 비서실 부장, 당대표 비서실을 지키고 있는 임은숙 부장 등이 그들이다. 정무조정 역할을 맡은 강 특보는 경선 때 전략기획을 담당했다. 지역위원장 중에서는 김윤 서울 서초을 위원장, 송두영 경기 고양 덕양을 위원장 등도 경선에서 크게 활약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실에서 행정관을 했던 서양호·고용진 씨도 경선 때 손 대표를 도왔다. 그 중 서양호 씨는 조직상황실장으로 활약하면서 손 대표 측근으로 부상했다. 경선 때 손 대표 캠프에 합류한 사람으로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도 눈에 띈다. 경선 때 손 대표의 전략자문역을 맡았다가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차영 대변인의 설명처럼 “국민이 원하는 전략과 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이 손 대표가 그에게 거는 기대다.
★ 총선/대선 관련 논의는 선거 논의 게시판으로 해주세요 ^^
첫댓글 김영삼이 빠졌다.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한다던데 ...
ㅋㅋㅋㅋㅋㅋ 식사를 혹시 보름달 빵으로?
아.. 이 넘도 개독교였구나.. 목사인맥 두터운 줄은 또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