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 갔다. 지난주에 어머니께 갔을때도 여행 계획을 차마 말씀 드릴 수가 없어서 그냥 왔었는데 이번엔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 서운해 하실 걸 생각하니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간밤에도 그냥 자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곁에서 주무시던 어머니가 안보여서 밖으로 나가니 어머니께서는 벌써 밤나우 아래 평상에 앉으셔서 고추를 다듬고 계셨다. 그런 어머니를 한참 지켜 보고 서 있으려니까 가슴속으로 파도가 밀려 들듯이 슬픔이 차 오른다. 아침 햇살을 받은 어머니의 몸은 어린애처럼 자그마하고 가벼워서 나도 혼자 어머니를 업을 수 있다. 요즘들어 손목도 시큰거리셔서 손목 보호대를 두르고 계시면서도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으신다.
귀가 어두우신 어머니께선 내가 옆에 가서 앉을때까지 고추 다듬는 일만 하시고 계셨다. 그런 어머니 귀에다 대고 소리쳤다.
"어머니!" '왜 벌써 일어 났어? 더 푹 자지 않구."
".................엄마, 저 외국 가요!" '얼마 동안이나?" '두달 걸려요!' (차마 두달이 넘는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언뜻 어머니 얼굴에 쓸쓸함이 번져 갔다. 고추만 다듬던 어머니께서 "그래, 몸성히 잘 다녀 와라!" 하셨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앙상한 어머니 등만 어루만지며 앉아 있었다. 어머니께서도 말이 없으셨다. 한참 후에 다시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먼 곳이니?" 뭐라 말 할 수 없어서 "네, 좀 멀어요, 그래두 비행기 타면 금방 와요" 말도 안되는 대답을하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어린애처럼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는 여행 얘긴 다시 꺼내지 않으셨다.어머니랑 배추도 심고 고추도 땄다. 어느새 돌아 올 시간이다. 내가 떠날 시간이 되면 어머니께서는 냉장고 문을 열어 이 것 저 것 꺼내 놓으시며 "이거 먹어라.저거 가져가라 하시며 마음이 바쁘시다. 동생이 사간 포도를 꺼내서 두 송이씩 종이에 싸서 나눠 주셨다.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니 남은게 하나도 없다. 어머니가 주신 포도를 어머니 몰래 냉장고 속에 도로 넣어 뒀다.차를 타려다가 어머니 곁에 동생들을 앉혀 놓고한장 찍었다. 사진에서는 웃고들 있지만 좀전에 울고난 얼굴들이다.
막내 동생이 "언니 가는 거 나두 싫다!" 고 했다. 동생들한테 미안하다고 ...느들만 믿는다고 하면서 서로 눈물들을 흘렸다. 아마 저 동생들이 없었더면 난 어머니 두고 떠나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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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더러 한 장 찍어 달라고 해서 어머니 등에 팔을 두르고 앉았는데 느닷없이
눈물 흘리며 울고 말았다. 사진속에서도 울먹울먹한 얼굴이다.
어머니 귀에 대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마, 아프지 말아요! 내가 엄마 선물 많이 사 갖고 올게!"
말은 들리지 않고 울음 소리만 나갔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창문을 내리고
어머니를 보니 울음을 참으시느라 얼굴이 이지러지시더니 차가 출발하니까
눈물 펑펑 흘리시며 우시고 계셨다.
건강도 안좋으신 어머니...내가 돌아 올 동안 눈빠지게 기다리실거다. 제발 내가 돌아 올때까지 어머니께서 편찮으시지 말고 기다려 주시길 간절히 빌고 또 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떠나려고 하는지...이런 불효가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배낭 속에 넣을 품목들을 점검하고 앉아 있다. 무엇이 나를 등떠미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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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나님~~ 걱정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충분히 오실때까지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 마음은 다듬고 계신 저 고추색깔만큼 붉은 색깔이겠지요....어머님의 미소는 여전하시네요.변함없는 모습으로 다녀오세요...~
안나님 ......
'....' 그기 머요? 눈물방울이요?
안나님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 오세요,,,
안나님 단단한 모습 11월에 뵙겠습니다 잘다녀 오세요~ 화! 화! 화! 홧팅!!
얼마나 외로우시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실까요?. 일 조차 안하면 허전해서 더 견디기 힘들어서 힘은 들어도 일하는 것이 그래도 견딜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서요..........!! 안나님~!! 발자욱을 남기며 떠나는 것은 자신을 만날 수 없는 길입니다!!
안나님도 건강하시고, 잘 다녀 오세요... ^^*
안나님^^다녀오실 때까지 어머니는 기다리실 겁니다 그렇게 기다리시는 것이 한국의 어머니 아니,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들입니다^^
잘다녀오세요 안나님과 어머님을 위해 기도드리겠읍니다 !~~
엄마는 살아계시나 돌아 가셨거나 언제나 영원한 고향이며 수호신이지요. 안나님 어머니께서 안나님을 기다리시며 잘 지켜 주실거야요. 즐거이 다녀오세요.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란 말이 새삼 생각납니다. 건강히 다녀오세요.
중학교 동창회 카페에 한 친구가 tv로 본 안나님 어머니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올려 놓은 것 보고 감회가 남달랐어요. 어머님은 그렇게 불특정 다수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계시더라구요. 그런 좋은 기운까지 전달되어 돌아오실 때까지 무탈하실 겁니다. 안나님께서도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 건강한 웃음 안고 돌아오세요.
혹시 인간극장에서 나오신 홍할머님 아니신가요?사진으로 뵈니까 맞는것같은데...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생각했습니다..감동이었구요...정말정말 존경합니다...그 사랑가득하신 넓은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