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요일에는 텔레비전 재방송을 즐겨보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빼 놓을 수 없는 표현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만,
좀 심하다 싶은 게 참 많네요.
갈수록 본연의 해설적 기능을 잃고 언어 파괴의 주범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자막을 통해 남발되는 조어, 비문법 문장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는 지난 6월 방송에서
"이 사람한테 뭍어 가는 느낌"이라는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함께 팔리거나 섞이다'라는 의미의 '묻다'를 '뭍다'로 잘 못 표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방송 내내 같은 표현이 4~5번 가량 등장해
"실수가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홀홀단신", "한숨 쉬지 말아'" 등의 자막도 많은 지적을 받은 표현들-
이는 각각 "혈혈단신", "한숨 쉬지 마라"로 적는 것이 옳습니다.
'그만두다'는 뜻의 '말다'는
명령형 어미와 연결될 때 '말아/말아라'가 아니라 '마/마라'로 쓰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말 전도사'를 표방하는 KBS 2TV '상상더하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해당 방송은 자막에서 "오랜만에"를 "오랫만에"로 "허구한 날"을 "허구헌 날"로 표기하는 등
일상에서 흔히 잘 못쓰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이밖에도 "겉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은 "걷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로
"저 친군 좀 있다 되겠다"는 "저 친군 좀 이따 되겠다", "누가 드실런지"는 "누가 드실는지"로
각각 바꿔 썼어야 합니다.
속어와 지나친 외국어 남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 7월 방송에서
"뉴칼레도니아 센시티브 모이스처라이징 딥클린 수딩 페이셜 포밍 클린징 이태리 타월"이라는 말을
자막으로 내보냈습니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잠든 멤버들을 "딥슬립 중"이라고 묘사했으며,
KBS 2TV '1박2일'은 "우쥬플리즈 닥쳐줄래?"라는 대사를 그대로 자막에 표기하는 등
영어와 한국어가 혼용된 표현이 자막에서 흔하게 등장합니다.
또 '무한도전'의 "참 병맛(이상한) 진행", "아 씨 퐈이야", "넌 배신깔 놈이야" 등의
은어적 표현 및 인신공격성 발언,
'패밀리가 떴다'에서 등장한
'꼬~옥', '아부 작렬', '오늘 식재료 대박인듯', '허걱', '빠직' 등의 인터넷 채팅용어 등도
방송 자막에서 볼 수 있는 언어파괴의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고요.
예능에서 자막은 주로 다양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설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출자와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한 재치 있는 문구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너무 심화돼
은어나 채팅용어, 외국어 혼용, 맞춤법에 어긋난 문장이 자막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자막은
부지불식간에 속어 사용을 확산해 바른 언어 사용을 가로 막게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러다가 조금만 더 지나면
국적불명의 문자나 언어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걱정도 되네요.
그냥 웃어넘겨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
-<보태기>
얼마 전, 인도네시아 북동쪽에 위치한 부톤섬(인구 50만명)의 가장 큰 도시인 바우바우시(인구 6만명)에서 한글을 공식문자로 받아들여 교과서를 보급하고 한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한글 섬'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부톤섬이 한글을 도입해 문자로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척박한 언어 현실을 돌아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 구석도 있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영어 배우기 열풍에 휩쓸려 한글이 갈수록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어의 우수성을 가르쳐야 할 교과서에는 중세 어휘로서의 훈민정음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 나와 있지 세계 최고 문자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줄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학입시에서도 영어인증이나 자격증을 반영하는 대학은 수두룩해도 한국어활용능력을 반영하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군다나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한 젊은 세대의 한글 파괴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함부로 축약하는 등 엉터리 표기가 난무하고 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도 맞춤법이나 표기법을 무시하기 일쑤고 심지어 방송에서까지 한글에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섞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가 인정했다. 지구상의 문자 가운데 창제자와 창제 연도, 그리고 창제 목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언어는 한글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엔 전문기구인 유네스코는 문자로서는 이례적으로 한글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고, 매년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한글이야말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라는 사실은 외국의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은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문자(표음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너무나 완벽해서 예술에 가깝다며 칭찬에 입이 마를 지경이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학대학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한글이 1위였다고 한다.
-충남 서령고 최진규 선생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