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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식물로 집 안 가꾸고, 유기농 식재료로 건강 챙기는탤런트 김혜은의 자연주의 살림법 |
얼마 전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 나게 구사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기상캐스터 출신 탤런트 김혜은(35). 그는 요즘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도영(김지수 분)을 시샘하는 아나운서 장시은 역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라운관 속에서는 깍쟁이 연기를 하는 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치과의사인 남편 김인수씨(41)의 아내이자, 세 살배기 딸 가은이의 엄마로 정원을 가꾸고, 유기농 식재료와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로 건강 밥상을 차리는 등 집안 살림을 척척 해내는 손끝 야무진 주부가 된다.
그는 결혼 6년 만에 시험관아기 시술로 어렵게 얻은 딸 가은이가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정원이 딸린 아파트 맨 꼭대기층으로 이사를 했다. 싱그러운 초록식물과 울창한 나무가 가득 심어진 정원이 병풍처럼 빙 둘러싸고 있는 그의 집은 전원에 온 듯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 자그마한 숲을 연상시키는 정원이 나온다. 가은이가 식물도감을 보며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찾기도 하고, 화단에 앉아 동화책을 보는 등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연 체험학습장 겸 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정원을 꾸밀 때는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약간은 투박해 보여도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의 소재를 이용해 정원 꾸미는 것을 원칙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양재동 화훼단지에 가서 다양한 화초를 구입해 심었다. 화단은 아이가 편안히 앉아 쉬거나 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낮게 짜 넣고, 각 식물 앞에는 이름과 특징을 적어 넣은 푯말을 달아 놓았다.
아이가 화단에 올라 앉아 풀잎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으며 자연과 어우러져 노는 모습을 볼 때면 마냥 마음이 흐뭇하다는 그는 아이에게 어릴 적부터 식물을 자주 접하게 해 건강과 인성 발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 그의 정원에는 여름에 열매가 까맣게 익어 ‘까마중'이라 불리는 야생화가 한참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열매의 달짝지근한 맛이 좋아 가은이가 하나씩 따먹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박한 멋이 아름다운 야생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가은이도 겉모습이 화려한 꽃보다는 소박하고 생명력 강한 야생화처럼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한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정원과 널찍한 마당이 딸려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는 그는 환경호르몬 걱정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았다. 집 안에는 자질구레한 장식소품은 배제하고 꼭 필요한 가구만 놓아, 보기 예쁜 집보다는 살기 편한 집으로 꾸몄다. 단, 벽면은 화학 접착제 대신 꿀과 갖가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 벽지를 바르고, 바닥에는 천연 원목마루를 깔아 아이가 마음껏 뒹굴며 놀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투박하지만 내추럴한 느낌이 멋스러운 원목 가구를 놓아 편안해 보이는 에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그는 아이 건강을 위해 실내 공기도 꼼꼼하게 신경 써 관리한다. 하루에 세 번 집 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데, 맞바람이 불도록 마주 보고 있는 창문을 열어 30분 이상 환기시키는 것이 요령. 오염된 대기가 낮게 깔리는 이른 아침 시간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를 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8~9시 사이에 환기시킨다. 먼지가 잘 쌓이는 카펫이나 커튼은 사용하지 않고 집 안의 모든 패브릭은 자주 빨 수 있는 순면 소재를 이용한다. 아이 방의 장난감·책·옷 등은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수납박스에 넣어 보관하고, 아이가 침대 위에서 뛰면 먼지와 집먼지진드기가 사방에 퍼질 수 있으므로 침대 매트리스는 1~2주에 한 번 정도 세워서 털고 통풍시킨다. 장난감은 패브릭 소재 보다는 되도록 피부에 자극이 적은 천연 원목 소재로 구입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 또 공기를 맑게 해주는 식물을 곳곳에 두는데, 침실에는 음이온을 발생시켜 불면증을 덜어주고 진정효과가 있는 산세베리아를, 주방에는 요리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데 효과적인 벤자민이나 스파티필름을, 욕실에는 악취제거에 효과적인 관음죽을 두어 집 안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가은이는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빠르고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평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정원에서 틈날 때마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동화책을 많이 읽어준 덕분이라고. 아이가 정원에서 놀 때 “가은아, 이 식물은 냄새가 어떠니?” “왜 이 식물을 좋아하니?” 같은 질문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아이의 답이 달라지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표현력이 길러지고 창의력이 풍부해지는 것. 또 식물을 보며 재미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관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꽃은 이렇게, 나무는 저렇게 그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쥐여주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은이는 뭘 그렸니?” “이건 뭐야?” 하는 식의 질문을 던져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게 한다.
1 4 가은이의 자연 체험학습장 겸 놀이터인 정원. 친정어머니와 함께 다양한 화초를 심으며 정성 들여 가꿨다. 2 집 안 곳곳에 창이 많아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한다. 하루에 세 번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면 집 안 공기가 깨끗해진다. 3 피부에 자극이 적은 천연 원목 소재의 장난감을 구입해 아이 건강을 챙긴다.
요즘에는 트랜스지방, 식품첨가물 등 건강에 해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때라, 가능하면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로 가족 건강을 챙긴다. 그는 몸에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철 재료는 일반 식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영양가를 고려하면 그 값을 톡톡히 한다고.
먹을거리는 주로 대형마트의 유기농 코너나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쇼핑몰 농군마을(www.canaanmall.com)에서 소량씩 구입해 먹는다. 음식을 만들 때는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다시마와 마른 멸치를 갈아 만든 천연조미료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다. 멸치가루, 다시마가루, 새우가루 등의 천연조미료를 넉넉히 만든 뒤 밀폐용기에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넣으면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맛있는 국이나 찌개가 완성된다.
평소에 레몬을 사탕처럼 쭉쭉 빨아 먹을 만큼 상큼한 것을 잘 먹는 가은이는 아이답지 않게 올리브와 오이를 식초에 절인 초절임 반찬을 좋아한다. 올리브를 손질해 식초에 절였다가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하나씩 내면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워낸다고. 아이가 음식을 오래 씹어 먹으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를 본 뒤 요리의 재료는 질감을 살려 씹히는 맛이 나도록 조리한다. 우엉을 칼등으로 긁어 껍질을 벗긴 뒤 어슷하게 썰어 팬에 볶다가 다진 마늘, 간장, 참기름을 넣고 조려 만든 우엉조림도 씹는 맛이 좋아 가은이가 즐겨 먹는 반찬이다. 간식 역시 고소하게 씹히고 두뇌 발달에 좋은 피스타치오, 땅콩, 호두 등 견과류를 준비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식사 이외에 잘 먹지 않을 만큼 건강에 무관심했던 그는 요즘에는 몸에 좋다는 게 있으면 뭐든지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중 흑마늘주스와 수삼우유는 남편을 위해 준비하는 보양 음료. 생마늘을 장시간 발효·숙성시킨 흑마늘은 냄새가 적고 위에 자극을 주지 않아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폐와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수삼은 강판에 곱게 갈아 칼슘이 풍부한 우유와 함께 섞어 마시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고 속이 든든해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기획·박미현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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