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있을 때,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기차 응원을 하고 있던 현지 팬들과 마주쳤다. 같이 안 하면 맞아 죽을 분위기여서, 피곤해 죽겠는데도 그들 사이에 끼어서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2시간 정도 응원을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유럽에서는 챔피언스 리그가 굉장히 인기가 있다.
결승까지 올라간 토트넘의 손흥민 때문에 한국에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18-19챔피언스 리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해 처음 치르는 챔피언스 리그이기도 했다. 그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격돌한 16강전에서 유벤투스는 1차전을 2대 0으로 져서 탈락 위기를 맞았다.
3점 차 이상의 대량 득점 승리가 절박했던 16강 2차전에서 호날두는 무려 3골을 몰아넣으면서 상대 팀을 대파하고 영웅이 됐다. 그날 밤 땀이 흥건한 호날두가 흥분된 상태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터뷰를 하는데, 가슴이 찡했다.
“이것이 바로 유벤투스가 나를 이 팀에 데려온 목적입니다. 오늘 밤은 내가 팀이 나에게 원하는 그 모습을 보여주고 팀이 나에게 그 거액을 들여서 나를 데려온 목적을 이룬 것 같아서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밤입니다.”
난 그것을 보면서 ‘그래! 저게 바로 우리 인생의 고백이 되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유벤투스가 거액을 들여 호날두를 영입할 때 세간의 반대도 많았다. 축구선수로서는 전성기를 지난 나이에 최고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호날두보다 잘나가는 선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주는 것에 대해 그만한 가치가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많았는데 보란 듯이 유벤투스를 8강에 올려놓으며 멋지게 인터뷰를 했다. 팀이 나를 데려온 목적을 이룰 수 있으니 내가 오늘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냐고.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실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네가 내 아들이다. 네가 내 딸이다” 하시며 나를 구원하셔서 의롭다 하셨다. 그것 외에는 어떠한 이유도 없다. 오늘 우리가 구원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가? 어떠한 이유도 없다. 우리는 죽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리를 구원해주신 것이다.
세상에는 불신자들이 있다. 정말 그 삶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저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인생인데 하나님은 나를 의롭다 하셨다. 그러나 ‘구원의 이유’가 없다고 ‘구원의 목적’도 없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2017년 10월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중에 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하여 59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CNN 뉴스에서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이 충격을 억누르지 못하고 벌벌 떨며 인터뷰를 했다. 공연을 즐기며 서 있었는데 총소리와 함께 바로 옆에 있던 여성이 총에 맞아 쓰러져 죽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그 참담한 사건에 대해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평생 나에게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죽었고 나는 살아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질문을 나는 평생 하며 살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목적을 죽을 때까지 질문하면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고 싶다’라는 뜻이리라. 나는 이것이 기독교인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죄로 인해 다 죽어가는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았다. 구원받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는 이것에 감격하는가? 감격해야 한다. 정말 감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구원해주신 이유는 없지만 구원해주신 목적은 있다. 우리를 먼저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뜻과 목적대로 사용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목적대로 살아갈 때만 진정 행복하고 가치 있게 살 수 있다.
호날두가 거액을 주고 자기를 영입한 팀의 요구와 기대를 이루며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해하고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그래야 한다. 거액 정도가 아니라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나를 살리고 부르신 하나님의 목적대로 살아갈 때 우리 인생도 가장 행복하다.
-시퍼렇게 살아계신 하나님, 안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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