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옥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시작메모>
엄재국 시인의 미술전시
설치미술부터 유화 그리고 아크릴화 등등 시인의 작품들..
하나의 대상을 부수고 비틀고 다시 세워서 또 다른 지점으로 몰고 가는 힘은 시인이 시를 향해 몰입하는 바로 그것것,. 그렇게 엄재국 시인의 예술은 모두가 시였고, 모두가 시가 아니었다. 해석을 거부하는 이상한 자유로움은 눈을 감고도 건너가게 하는 입체의 힘을 보여준다. 시가 세상의 무늬를 언어로 불러오듯이 그의 그림들은 시면서 또 시를 지우는 새로움의 행위예술이다.
시에서도 시인은 아궁이에 불 지펴서 따뜻하게 지어주셨던 할머니의 밥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시의 행간 어디에도 그립다는 말은 없다. 다만, 할머니가 지피는 불꽃들은 모두가 꽃이고, 그 꽃들이 익혀주는 밥이야말로 꽃밥,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밥이라는 것을 잔잔하게 묘사할 뿐이다. 나는 혼자 생각한다. 엄재국 시인의 모든 예술은 그가 건너가고 싶은 또 다른 형식의 시가 아닐까. 뒷모습이 단단하고 아름다운 남자의 예술이다 .
첫댓글 아궁이.밥은.기억에 없어도
글이 참.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