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설적인 지휘자들에서 우리 시대 스타 지휘자들에 이르기까지,
지휘자들의 세계를 주제별로 조명한 책!
지휘자는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 청중은 지휘자가 암호 같은 악보를 읽어 내어 연주자들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과정에 많은 흥미를 느낀다. 지휘자는 지휘에 앞서 작품을 충분히 연구, 분석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음향을 구상할 것이고, 그 결과물을 오케스트라에게 전달하여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고, 지휘자는 이 모든 것을 조율하여 오케스트라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이 책은 ‘지휘의 현상학’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런 과정을 밝혀 보려는 의도로 쓴 것이다. 저자인 볼프강 슈라이버는 수십 년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의 문예란 편집자로 일한, 독일의 저명한 음악 평론가로서, 오랫동안 수많은 지휘자들의 자취를 추적해 왔다. 이 책은 바로 그 결실로서, 주요 지휘자들의 생애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니키슈,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 발터, 클라이버, 클렘페러, 부쉬, 카라얀, 번스타인, 첼리비다케 같은 전설적인 지휘자들뿐만 아니라, 아바도, 바렌보임, 래틀, 얀손스, 틸레만, 메츠마허, 살로넨, 나가노, 샤이 등 오늘날의 스타 지휘자들도 샅샅이 파헤쳤다. 또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들, 원전 음향의 대표적인 옹호자들(아르농쿠르, 가디너 등), 여성 지휘자들 등까지 아울렀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개별 지휘자들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것은 아니다. 가령 최초의 직업 지휘자들을 서술한 다음에 바로 아바도와 메타, 바렌보임, 얀손스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러시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유럽 음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세 명의 음악가를 한데 묶어 그들의 공통점과 연관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또한 미국화된 서방 세계로부터 옛 독일의 전통을 지켜내려고 노력하고 동독 문화와 음악의 발전을 일구언 낸 주역들인 아벤드로트, 콘비치니, 잔데를링, 마주어를 한데 묶어 소개했다. 저자는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여 완성되는 거대한 지휘자의 네트워크 속에서 섬세한 시각으로 그 교차점에 주목했다. 이런 점에서 저자 특유의 총체적이고 폭넓은 시각이 돋보인다.
20세기 위대한 지휘자들에서부터 우리 시대 스타 지휘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음악적 생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조명한 이 책은, 음악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지휘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