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결혼 25년차, 50세 주부입니다.
이제는 권태기인지 부부사이가 심드렁합니다.
남편은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잘해주지만 인생이 100세 시대, 12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 50년 이상을 매일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길게 느껴지고 그런데요
인생후반을 좀 현명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저는 좀 재미가 없거든요..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그래요.
▒ 답
자기만 그런 게 아니고, 여기 그런 사람 많아요 ㅎㅎ
차마 공개적으로 말을 못 꺼내서 그렇지..
고생을 하고 싶어서 그래요.
우리가 쾌락을 느끼는 정신작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퇴합니다.
예를 들어서 누가 나한테 "스님, 제가 매달 100만 원씩 보시하겠습니다" 하면,
처음엔 아주 기분이 좋아요. 그 만족도를 100이라 하면, 다음 달엔 110, 120으로 오르느냐?
아니에요. 누적금액은 100, 200, 300 올라가도 만족도는 100, 90, 80..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별로에요.. 당연한 것처럼 되고..
2년, 3년 지나면 불만이 생겨요. "아직도 100만 원인가?"
이게 인간심리에요. 만족도가 마이너스로 내려갑니다.
만족도 100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면
첫달에 100, 다음에 150, 200, 300.. 계속 높여야 돼요.
그런데 그 증가액이 일정하면 증액이 당연하고, 또 불만이 생겨요.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100만 원씩만 올라가나?"
친구나 부부나 대인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설령 남편이 한결같이 잘해줘도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자꾸 줄어들어요.
그러다가 무슨 문제가 생겨야 자각을 하게 됩니다.
남편이 죽거나 하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고,
주던 돈이 끊기면 그 100만 원이 아쉬워지는데.. 너무 늦어요.
그래서 내가 늘 말하잖아요.. "그러다가 고생길이 열린다"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아요.
마약에 중독되는 것도 마찬가지고, 알콜중독도 마찬가지에요.
만족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양을 늘여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인간심리를 알고 늘 경계해야 합니다.
누구나 결혼해서 살다보면 룸메이트처럼 되는데, 자꾸 아기자기한 기쁨을 찾다보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좀 센 느낌.. 좀 긴장도 되고 따끈따끈한 맛이 오지..
그래서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는 거예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감사기도가 도움이 됩니다.
남편이 주정 안 부리는 것도 감사하고, 바람 안 피는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 감사기도를 하면 도움이 되는데, 성격이나 체질상 도저히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남편한테 사정을 해야 합니다.
"여보, 100세 시대에 어떻게 한 남자만 보고 살겠나?
당신은 몰라도 나는 도저히 안 된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라 체질상 안 된다.
그러니까 다른 인생을 살아보게 이혼을 좀 해 달라.
재산 달라 안 할 테니까, 제발 나 좀 자유롭게 해 주라.."
남자를 사귀고 그러지 말고, 이렇게 먼저 계약을 해지해야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뭐든 푹 빠지거나 그런 걸 잘 못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이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랬는데, 그래도 25년 동안 평범하게 잘 살아왔는데..)
25년 동안 다른 건 다 자주 바꿨는데 남자는 자주 못 바꿨구나? (ㅎㅎ)
(앞으로도 아들하고 남편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아니에요. 꼭 그런 건 아녜요. 그러면 자기는 의무로 살게 돼요.
'결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 이러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물론 이 남자하고 사는 게 별로 재미는 없지만, 다른 남자하고 사는 거 생각해보면
새로 사귀어야 하고, 새로 이해해야 하고, 숫총각 아닐 테니까 애들도 딸렸을 거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좀 짜릿한 맛은 있을지 몰라도 굉장히 복잡해요..
이런 거 다 고려해 보니까 그래도 이 남자하고 사는 게 나한테 낫다
그래서 오늘이라도 선택해라 하면, 그래도 이 남자가 낫다..
내가 원하는 100점은 아니라도 다른 것하고 비교해 보니까 그래도 제일 낫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문제가 없지, 결혼했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마치 내가 자유가 없이 묶여 사는 것 같고, 감옥살이 같고.. 더 답답해요.
오늘 가서 집에 남편 말고 딴 남자 한 번 골라봐라..
지 나이에 지금 얼마나 좋은 남자 고를 수 있는지.. (ㅎㅎ)
기분은 뭐 고를 수 있을 거 같아도 쉽지 않아요..
제가 뭐 윤리선생 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느냐..
그런 문제를 말하고 싶은 겁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질문할 때 많은 분들이 웃으셔서
내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하고 있나..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그런 걱정을 했는데 스님 말씀 들어보니까.. 사는 게 뭐 별거 없고..
옆에 있는 사람이 제일 소중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사랑의 유효기간
첫댓글 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