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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대둔산 후기
2019.10.20
수락계곡주차장~오토캠핑장~선녀폭포~수락폭포~대둔산정상~케이블카승차장~대둔산공용주차장
5.93km 4'51"
태화산우님들과 함께
내가 가끔 건배사로 써먹는게 '인사불성'이다. "인간을 사랑하라. 불경에도 있고, 성서에도 있다. 인사불성~" 가을이 우리 앞에 왔음에도
뉴스는 온통 정치와 조국 뿐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며 가르치던 종교인마저 '네가 나쁘고 내가 옳다'며 싸움판에 들어가 '개' 싸운다. 정치와
검찰, 종교와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언듯언듯 하다보니 벌써 충남 논산이다.
아침부터 달린 산행버스가 수락계곡주차장에 도착하자 배낭 짐과 복장을 잽싸게 점검하고 트랭글 '운동하기' 작동을 터치한 후 등산을 시작한
시간이 9:50. 넓직한 주차장을 지나는 들머리 가장자리 홍단풍나무들 빛깔이 울긋불긋 화려하다. 가을이 많이 내려왔다는 증표겠지... 낮은
곳이 이럴진대 정상쪽 단풍은 얼마나 더 화려할까 하는 기대감이 발동하자 발놀림이 더 가벼워진는듯하다. 0.4km쯤 걸어가니 '대둔산 도립공원
등산안내도'가 나타난다. 제1경 군지구름다리부터 제8경 마애불까지 번호가 매겨진 실물사진이 잘 표시되어 있다. 지도에서 내가 가야할 길을
체크해 본다. 좌측 계단 오르막 위에는 충남경찰청에서 건립한 대둔산 승전탑이 있다는 돌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부터가 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수락폭포 근처까지 철펜스에 야자매트가 왼쪽으로 놓여진 멋진 등산 데크를 이용하여 도보와 휠체어 모두 할 수 있다. 논산시에서 돈을 좀 드렸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이용가능한 유니버셜 디자인 개념으로 설치한 것은 잘한 일 같다.
흠흠, 정말 공기가 다르다. 세월따라님을 비롯해 함께 온 산벗님들 모두 수락계곡의 공기좋음에 흡족한 표정들이시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선녀의
하얀 비단처럼 물줄기가 흐른다는 선녀폭포가 나타난다. 수량이 적어 폭포의 체면이 영 아닌 듯 하다. 좀더 걸으면서 우측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고깔바위를 사진으로 남긴다. 어느샌가 수량도, 규모도 제법 큰 수락폭포에 당도했다. 터와 물줄기, 맑은바람이 일행들을 반긴다. 이곳은 백제시대
청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심신을 수련하던 역사가 숨쉬는 장소라고 한다. 물소리가 맑고 티가 없고 욕심없어 보인다. 밍크님 백강님 공여사님과
동행해주신 삼총사 친구분들 둥지님 장미님 (여)보인님.....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산우님들 얼굴에 근심이 없고 마냥 행복한
표정들이다. 나는 산이 시키는대로 숨 크게 들이 쉬고 폭포 물줄기를 느끼며 철계단을 향했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먼저 반겨준 야생화는 꽃향유였다. 수락폭포 수직 철계단을 막 벗어나는 경사면에 있다. 오전 다소 서늘한 날씨에 습기까지
있어서 그런지 다닥다닥 붙은 꽃 주변의 흰 털마다 물방울이 송글 맺혔다. 그 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다. 꽃색은 붉은 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이다. 줄기와 가지 끝에 빽빽하게 매달려 피는 꽃들은 꿀벌들에게 소중한 꿀을 제공한다. 오늘 등산에서 두번째로 만나본 꽃은 용담이다.
마천대를 1.2km 남긴 오르막 흙길에 딱 한송이 피어 있었다. 지나다니는 산꾼들의 발길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저러다 꺽어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키에 비해 줄기는 가늘어 바람이 불 때 마다 쓰러질 듯 한다. 그렇지만 줄기차게 버티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쉽게 부리지지않는 꽃, 그게 용담이라는 들꽃임을 이날 다시 알았다. 꽃 모양이 독특하다. 화관(花冠)이 종(鍾)처럼 생겼다. 조금 건드리기라도
하면 딸랑딸랑 소리를 낼것만 같다. 모든 식물이 힘을 잃어가는 요즘같은 시기에 강력한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이 정말로 힘차고 신비하기까지 하다.
화려함에 부(富) 티마저 감돈다. 사실 서리를 맞으면 색이 더 선명해지는 들꽃이 용담이라고 한다. 그래서 '용담만큼 쪽빛하늘을 닮은 가을꽃'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날 내가 본 용담은 4개의 길쭉한 잎새를 거느리고 있었다. 사방으로 끝이 바소 모양의 날까로운 화살촉 처럼 생겨서
마치 꽃을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늠름하고 강력한 자세, 그런 모양이다. 용담(龍膽)은 쓴맛이 곰쓸개보다 더 써서 용담이 됐다고 한다.
혈압을 낮추고 간의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으며, 항암효과와 진통작용, 류머티스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11시 넘어서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나는 집에서 만들어온 술안주를 냈다. 토요일 저녁 오이 3개를 사다 씻어서 염수가 잘 스며들도록 앞뒤로
촘촘히 적당한 깊이의 칼질을 한 후 소금과 참기름을 발라주고 깨소금을 쳐서 호일에 싼 다음 냉장고에서 숙성 시켜줬다. 일요일 아침 D팩에 담을
때는 얼음을 함께 넣어줘서 시원하게 하여 가져왔다. 바위 위에 작은 도마를 먼저 올려놓고 칼로 적당히 잘라줬다. 애주가들이 몰려들어 소주
한잔에 오이 한입씩을 반복했다. 특유의 아삭함과 시원함, 잘 밴 간에 고소한 참기름 맛이 입안과 오감을 자극한다. 모두들 좋아하신다. 동네
마트에서 산 1200원의 마술같은 느낌을 받았다. 간식후 뒷정리를 한 다음에 능선에 진입하였다. 이쁜 풍경 때문에 이따금씩 발걸음을 멈추었다.
단풍은 높이 올리갈수록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탁트인 시야와 하늘빛과 어우러진 단풍이 가을의 깊이를 더해준다. 노란색, 빨간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단풍은 자연이 가을에 준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사진을 찍다보면 단풍과 바위에 사람이 서거나 몸을 맡겨주기만 하면 멋진 그림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오~하며 좀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사롭다. 숲속길 바닥에 일찌감치 떨어진 낙엽이 발길에 채이면서 나는 바스락 소리가 걷는 즐거움을 북돋는다. 무엇보다
만산홍엽의 단풍물결은 대둔산 정상의 개척탑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정상이다. 늘푸른소낭구님과 월척님은 코스를 달리하여 먼저 당도했다.
"저 바위능선을 보세요. 엄청나지 않나요? 너무 멋지죠~" 하며 나를 찍어주시겠다고 포즈를 취하라는 월척님이 고맙기만 하다. 정상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12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점심을 먹었다. 먹거리에 관한 한 태화산우님들 배낭은 요술가방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다양한 음식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양은 모자란듯, 맛은 흡족하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준다. 나는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마치는 전
과정을 거룩한 모심행위라고 규정한다.
해는 중천에서 서쪽으로 어른 한 팔 정도 너머갈 즈음에 일행중 네 분이 낙조대를 갔다 오는걸로 하고 먼저 발걸음을 하고 나머지는 하산길을
선택했다. 능선을 잇는 형세가 공룡의 발톱같이 날카롭다. 거친 암릉 가운데 수직 사다리가 걸쳐있는 삼선암이 가장 돋보인다. 신선들이 능선
아래를 지켜보는 모습같아 삼선바위라고 부른다. 삼선계단 철사다리를 오르는 모습만 봐도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다. 조심조심 하산을 이어갔다.
대체로 내려가는 길이여서 다소 여유로운 산행이 계속된다. 물론 경사가 심해 위험성은 더 크다. 숲길을 오르내리며 곳곳에 숨은 대둔산 비경의
속살을 맘껏 감상한다. 노랗게 물든 단풍이 참 아름답다. 기암괴석 사이사이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삼선암을 벗어나면서 쉬어가는 가게가 장사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신 공여사님 지인 두분과 만났다. 연안부두님께서 막걸리와 파전을 시켜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바다장어와 홍어, 갓김치를 각각 큰 용기에 만들어 오신거였다. 양에 놀라고 손맛에 두번 기절하고, 가게주인 아저씨가 잡숴보고 너무 맛있다고
인삼튀김을 서비스로 한바구니 줘서 세번 놀래 뒤로 나자빠질뻔했다.
자리를 털고 구름다리를 건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산에 걸쳐진 다리를 엄청 사랑하듯이 태화산우님들 구름다리 사랑이 남다르다. 두팔을 벌리고
전체 한컷, 쌍쌍이 한번씩 한컷, 일행별로 한컷씩 충분히 추억을 남긴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개찰구를 지나 하산을 재촉했다. 줄지어선 가게를
지나 작은 화단에 베고니아꽃이 예쁘게 피었다. 사철 피며 관상용으로 각광 받는다. 원산지는 브라질이다. 천일홍 역시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다.
7월부터 10월까지 핀다. 붉은색, 보라색, 연한홍색이 있다. 마가목은 원래 오대산 일대 1000m 이상 높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관상용으로 개량된 품종이 개발되면서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산다. 울릉도 면사무소들이 조경식재를 마가목으로 강력히 미는 곳도 있다.
등산을 시작한지 다섯시간 조금 안돼서 등산을 잘 마쳤다.
피에쑤
#1 대둔산 제2경은 수락폭포이고 제3경 마천대 제4경 승전탑 제5경 선녀폭포 제6경 낙조대 제7경 석천암이다.
#2 대둔산 승전탑은 1950년 10윌3일부터 5년간 북한군, 빨치산을 죽인 경찰과 군인, 우익 1376명의 혼을 추모하는 승천탑이라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게, '대둔산 골짜기 일대에서 400여차례의 군경 토벌작전으로 빨치산등 좌익 2287명이 사살되었고, 1025명이
붙잡혔다.'(송현강, 6.25전쟁기 강경경찰서 및 대둔산지구 전투연구, 2012) 좌우 절대이념의 강팍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탈이념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평화와 공존, 상생이 시대적 가치가 됐다. 더많이 죽고 죽음 자체가 이유가 없었고 가족은 그런 사실이 연좌제로
돌아올까 쉬쉬했고.....이제 한줌의 이슬로 척박한 골짜기에서 그냥 스러져 삶을 마감한 이들을
역사의 오늘로 자리매김하고 재평가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전탑 팻말이 안쓰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3 수락폭포에서 인증샷을 남겨주신 분은 멋진 월척님이시다.
#4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쓴맛의 대표적인 주자는 곰의 쓸개를 말린 '웅담'인데 그보다도 훨씬 더 쓰다고 하여
중국에서 한자로 용용자를 머리에 붙여 용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위장병, 소염, 해독, 식욕부진, 소화불량, 위산과다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어온 귀중한 풀이다. 가을철 억새밭 속에서 보라색의 용담꽃이 피는 모습은 대단히 아름답고 눈을 즐겁게한다. 생김새도 종
모양처럼 생겨서 꽃꽃이용으로도 인기가 있어 원예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고 적고 있다.
#5 동네마트에서 오이3개면 1200원정도 한다. 마술까지는 아니라도 돈1000원정도 재료값에 여럿이 먹을수 있었으니 마술같고 요술같은
기분이 든건 사실이다.
#6 나는 '음식은 사랑'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라면을 끓여서 내가 먹는 것을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자식이나 아랫사람 혹은 부모나
윗분에게 만들어 드리는걸 얘기하는거다. 남자가 뭔가의 음식을 만들어 본다는건 특별한 동기가 있지않으면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 드리거나 나누는 것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실 불가능하다. 태화안에 '음식을 만드는남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꿈꿔 본다.
#7 점심후 낙조대까지 왕복 1시간 넘게 걸리는거리를 다녀오신 분은 보인님 내외, 심부동님, 새신발님 4명이다.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8 산에서 하는 제일 큰 봉사가 먹고난 쓰레기 되가져오는 것, 사진찍어주는 일이다. 유심히 관찰해보면 쓰레기 버리는사람 따로, 가져오는사람
따로다. 묵묵히 되가져오는 마음씨를 갖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사진봉사도 해보면 적잖이 체력소모가 크다. 남보다 먼저 올라가서 자세를 잡아야
하거나 찍고나서 한참을 따라잡는 일이 다반사다. 자연히 남보다 더 힘을 쓰게 된다. 대체로 망원렌즈를 쓰기때문에 무게 또한 적지않은 부담이
있다. 이런 수고로움이 보태져 기록되고 다른 사람의 추억도 쌓인다. 자기 사진을 가져갈 때 감사 표시는 그래서 필요하다. 우리 태화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말이다.
#9 좌에서 우 순으로 꽃향유, 용담, 베고니아, 천일홍, (개량)마가목
첫댓글 그맛을 잊을수가 없지요,
시원하고 아삭하고 짭짜름 하고 고소한 바다님표 오이맛을....
이번엔 그맛을 못봐서리 ...
늘 산행보다 더 실감나는 후기를 올려주셔서 새록새록 합니다, 바다님 화이팅~!!!!!^^
일부는 마천대가 스카이라인을 망친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산정 에 어울리지 않은건 확실한데 있어야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