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유취(物以類聚)”, 사물은 같은 것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합니다.
그게 원래는 나쁜 뜻의 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서로 같은 부류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서는 『주역(周易) 』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하늘과 땅의 구별이 정해졌다. 낮은 것과 높은 것이 벌여 있어서 귀한 것과 천한 것이 각기 자리를 얻게 된다. 움직임과 고요함에 일정함이 있어 강한 것과 유순한 것이 결정된다. 삼라만상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지니, 이로부터 길함과 흉함이 생긴다.(天尊地卑, 乾坤定矣. 卑高以陳, 貴賤位矣. 動靜有常, 剛柔斷矣. 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주역(周易) 〈계사상(繫辭上)〉》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을 향한다. 구름은 용을 좇아 일고, 바람은 호랑이를 좇아 분다. 성인이 나오면 만물이 보고,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니, 이는 각자가 그 비슷한 것을 좇기 때문이다.(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聖人作而萬物覩. 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주역 〈문언(文言)〉》
천하 만물의 이치를 설명한 말씀인데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더민당의 전 이 대표와 현 이 대표가 만났다고 합니다. 그들의 ‘입’에서 ‘공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들이 ‘공정’이란 말의 뜻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탈탈 털었는데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어느 분이 한 말이다. 그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이런 말을 한 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본인이 “제게 단 한 톨의 먼지라도 있었으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 바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저 말을 한 이는 놀랍게도 전직 검사. 범죄 혐의를 확신할 때 검사가 하는 게 ‘기소’라면, 대장동을 비롯해 여러 건의 기소를 당한 이재명에게 “먼지 한 톨 없다”고 하는 건 그를 수사한 동료 검사들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
작년 말 검찰이 기소한 위증교사 건만 봐도 그 유명한 유창훈 판사가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 않은가? 그런데 검사 출신이 저런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다니? 하지만 그 전직 검사의 이름이 ‘신성식’이라는 걸 안다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수사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가려도 똑같아야 한다”는 한동훈 전 검사의 지론과 달리, 신성식은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대표적인 정치 검사였으니 말이다.
정치 검사를 하등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기는 분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검찰을 사냥개로 쓰려는 정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바로 정치 검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검사직을 내던지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성윤을 보라.
조국 수사 당시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꾸리자고 했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기소를 방해했으며,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검사장의 무혐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이성윤은 문재인 정권에서 사냥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사냥개한테는 그에 걸맞은 포상이 주어지기 마련. 덕분에 이성윤은 중앙지검장, 서울 고검장 등등 평생 꿈도 못 꿨던 요직을 섭렵할 수 있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신성식도 문재인 정권이 사랑해 마지않은 사냥개였고, 덕분에 전남 순천 출신에 중앙대를 졸업한 그는 대검 반부패부장과 수원지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인생의 화양연화를 찍었다.
이제 신성식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채널A 사건과 관련된 KBS 오보 사건을 보자. 채널A 사건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어준. 최강욱 등 좌파 권력과 MBC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이용해 한동훈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사건이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수사팀을 꾸리면서 사냥개 역할을 잘할 이를 골랐는데, 희한하게도 이성윤(전북 고창), 이정현(전남 나주), 정진웅(전남 고흥), 신성식(전남 순천), 전준철(전남 보성), 정광수(전북 전주) 등 참여한 검사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었다.
하지만 사냥개가 아무리 많아도 잡을 짐승이 없으면 허탕을 치기 마련.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호언장담과 달리 검찰의 수사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이 유일한 증거로 내세운 게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녹취록인데, ‘총선에서 보수가 이기도록 그 둘이 유시민을 엮으려 했다’는 최초 발표와 달리 이동재나 한동훈은 ‘총선’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고, 여기에 더해 한동훈은 “유시민에게 관심없다”고 못을 박기까지 했잖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선 게 바로 신성식 검사였다. 2020년 6월 30일, 그는 KBS 기자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눴던 녹취록에 그동안 보도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다며 보도해줄 것을 종용했다.
“나중에 가면 (한동훈이) 취재를 독려하고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강요미수 공범 가능성이 높은 거지.” “3(월)말 4(월)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어. 왜 조율하겠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잖아. 이게 단순 강요미수 사건이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려 한 사건이야.”
팩트체크 단계에서 이동재의 변호사는 녹취록에 이런 말이 없다고 했지만, 이동재가 전북 남원 출신의 부장판사에 의해 건국 이래 최초의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자 신성식은 다시 KBS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독려한다.
“한 검사장이 단순히 ‘열심히 해봐’라고 한 정도가 아니야. 그렇게 했으면 이동재 구속 안 됐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했다는 게 핵심이야.” 이에 못 이긴 KBS 기자는 2020년 7월 18일,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 건… 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동재-한동훈이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고,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하지만 이동재의 담당 변호사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는 바람에 이는 희대의 오보가 됐고, KBS는 이를 인정하고 다음 날 사과 방송을 해야 했다.
토사구팽은 이용 가치가 없는 사냥개는 버려진다는 뜻, 하지만 신성식은 진짜 개가 아니었기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명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2020년 국감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을 때 신성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KBS 오보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전주혜 의원이 “국감에서 선서하고 증언하시는 거죠?”라고 재차 확인했을 때도 그는 “예”라고 힘주어 답했으니, 이건 명백한 위증이었다.
그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정권이 바뀐 뒤부터였다. 1차 검찰조사 때 혐의를 부인하던 신성식은 2차 조사 때 검찰이 ‘물증’을 제시한 뒤에야 혐의를 시인하고 한동훈 검사장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급기야 자신이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진짜 검사’라는 책까지 쓰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으니, 이런 분이 왜 검찰에 몸담아 자신의 재능을 낭비했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런 인재를 민주당이 그냥 지나칠 리 없기에, 신성식은 민주당 공천으로 고향인 순천에서 출마하게 됐으니, 의원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아니, 기소된 상태에서 총선에 나와도 되나? 이건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기소됐기 때문에 총선에 나오는 거라고. 지난 총선 때 황운하와 최강욱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과 황운하, 신성식이 그러는 것처럼, 민주당은 예비 범죄자들에게 국회의원이란 겉옷을 입혀 주는 따뜻한 정당이니 말이다. 이제야 한동훈 위원장이 한 말이 이해될 것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민주당은 내가 이거 물어볼 때마다 그냥 넘어간다.”>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한 검사의 민주당 입당을 보며
지금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고 기소가 된 사건이 대여섯 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탈탈 털어서 먼지 한 톨이 안 나왔다는 말이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언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사람을 개에 비유해서는 안 될 일이고, 사람이 개가 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동서고금(東西古今)에 사람을 그냥 개가 아닌 사냥개에 비유한 고사(古事)는 무척 많았습니다.
그게 옛날만의 일인 것은 절대 아니고 지금도 자기에게 힘을 주는 사람에게 개 같은 짓으로 충성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어쩔 수가 없는 인지상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개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그의 행적에 분명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