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궤도의 「과학으로 보는 산타와 루돌프」를 보고
(글을 쓰기에 앞서 이런 말은 하고 가는게 좋을 것 같다. 산타를 믿는 분에게는 먼저 사과를 드린다.)
당신은 산타를 믿는가?
미국의 한 매체인 YouGov에서는 2025년 12월 미국 성인 1122명을 대상으로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자녀가 산타를 믿는지 물었다.
답은 이러했다.
56% 정도가 자녀가 산타를 믿는다고 답했고, 남은 44% 정도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미국 성인들에게 어릴 때 산타를 믿었는지 물었을 때는 80%가 믿었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70% 정도 되는 나라임에도 산타를 믿는 사람이 반을 넘어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산타를 믿지 않았기에 믿는 친구들은 선물을 받아 부럽기는 했지만, 딱히 믿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부터 산타를 믿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를 살펴보겠다.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산타할아버지는 밤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저 순수한 동화 속에서는 마법이라 생각했던 이 질문을 과학 유튜버 궤도는 물리학, 상대성 이론, 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영상에서는 먼저 산타의 노동 강도가 사실상 신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타가 일하는 기본 시간은 아이들이 잠든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약 8시간이지만, 지구의 자전 방향을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시차를 활용하면 배달 시간을 최대 32시간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 크리스천 가구 기준 9180만 가구, 3억 7800만 명의 아이들을 방문하려면 1초에 약 822가구 이상을 돌며 선물을 주고 와야 한다. 이동 속도로 환산하면 초속 1050km에 달해 음속보다 3000배나 빠른 엄청난 속도이며, 발생하는 마찰열과 공기 저항을 견뎌야 하는 무지막지한 물리학적 과제가 뒤따르게 된다.
이 엄청난 속도 때문에 선물 전달 방식과 안전수칙도 달라진다. 집앞에 썰매를 세우고 걸어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산타는 선물을 초고속 에너지 상태로 발사하는 일종의 ‘선물 레이저 슛’ 기법을 사용한다. 이 에너지는 벽이나 방탄 유리, 굴뚝 유무와 상관없이 집 안으로 뚤고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밤에 잠들지 않고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초고속 레이저 선물에 맞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울지 않고 얌전히 자야 선물을 준다”는 동요 속 가사는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과학적 안전 지침으로도 들을 수 있다.
또한 썰매에 실어야 하는 선물 무게는 1개당 1kg으로 계산해도 고층 빌딩 맞먹는 총 37만 톤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끌기 위해서는 동화 속 몇 마리의 작은 루돌프가 아닌 무려 20억 마리의 루돌프가 동원되어야 한다. 한편, 초속 1050km라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산타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시간 팽창' 현상을 겪는다. 썰매 안에서는 시간 흐름이 지연되어 수백 년이 지나도 늙지 않고 정정함을 유지하는 동안의 비결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분석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선물 하나당 8만 원으로 계산하면 선물 비용 149조 원, 포장지 비용 2조 5000억 원 등 총 150조 원이 넘는 거액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예산 초과와 썰매의 물류 과부화를 막기 위해 산타는 1년 내내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 착하지 않은 아이를 제외하는 '우는 아이 걸러내기(필터링)'라는 절박한 경제적 절감 전략을 자연스럽게 택한다.
마지막으로 의학적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해석이 이어진다. 넉넉한 체구와 붉은 얼굴, 12월 내내 명단을 정리하느라 생기는 극심한 수면 부족으로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건강 악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37만 톤의 짐을 들고 움직이는 고강도 유산소·근력 운동, 명단 작성 시의 뇌 활동을 통한 치매 예방, 루돌프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면역력 증진 덕분에 산타는 의외로 극강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몇 달 전에 이 영상을 봤을 때 혼자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산타를 믿는가, 안 믿는가의 문제를 넘어서, 설령 산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엄청난 노동 강도와 어마어마한 물류를 생각해 보면, 단순히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신다고만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고된일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이 사실을 알고 난 나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를 마냥 신비로운 존재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십억 개의 선물을 준비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잠든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짠한(?) 마음이 든다.
산타를 믿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단순히 “아니, 안 믿어”라고 답하기 보다는 “못 믿어”라고 답할 것 같다.
지금도 수고하실 산타를 생각하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