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다에는 특별함이 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vs 보령 대천해수욕장
‘겨울바다’라는 단어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쓸쓸하지만 낭만적인 그 바다를 보러 겨울 끝자락에 길을 나선다. 동해의 신생 해수욕장인 영일대해수욕장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해의 대표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 두 곳의 매력을 비교해보자.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해변이면서도 한적한 맛이 있다. 국내 최초로 건설한 해상누각과 곳곳에 자리한 스틸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해의 대표적인 해변답게 대천해수욕장은 겨울에도 여행객이 많다. 끝없이 펼쳐진 긴 백사장을 거닐다가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좋은 카페도 몇 군데 있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조형물이 반기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동해안의 신생,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영일만은 익숙하지만 영일대해수욕장은 낯설다. 당연하다. 그 이름을 단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여름, 북부해수욕장을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개명했다. 그와 함께 선보인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누각인 ‘영일대’이다. 이 새로운 명물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외지인이 있을 정도다. 북부해수욕장이 포항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가까운 해변 정도였다면 영일대해수욕장은 이제 포항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니 기존의 북부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신생 해수욕장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해상누각 영일대는 해변에서 100여 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돌로 된 기둥을 세워 정자를 짓고 해변까지 다리를 놓았다. 1층은 열린 구조로 돌기둥과 계단만 있고, 2층은 나무로 된 정자 형태이다. 이곳에 오르면 영일만 일대와 포스코, 왼편의 두호항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상누각과 높이 120m로 솟구치는 고사분수, 해수욕장 주변 환경 덕분인지 201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누리쉼터상’을 수상했다.

[왼쪽/오른쪽]영일대해수욕장의 명물인 해상 누각 / 돌과 나무로 견고하게 지은 영일대
영일대에서 바라본 포스코 일대
영일대해수욕장의 또 다른 매력은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이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열리면서 다양한 작품이 해변에 전시됐는데, 그중 일부를 남겨놓아 예술의 향기 가득한 해변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사인이다.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붉은 조형물이 이제 영일대해수욕장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겨울이라 해변은 고즈넉한 편이다. 간간히 바람을 쐬는 사람들, 모래 놀이하는 아이들뿐이다. 햇살은 포근해도 바람 끝은 꽤 차다. 이 바람은 독도에서 시작돼 울릉도를 돌아온 걸까? 해변의 남쪽 끝에는 울릉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바다를 등지고 서면 시내의 아파트 숲이 코앞에 보인다. 집에서 걸어 나와 해수욕을 즐기고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해변이 도심에 자리했다. 해변을 따라 횟집, 조개구이집, 식당, 노래방,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왼쪽/오른쪽]거대 조형물은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터 / 영일만을 품고 있는 해변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포항 최고의 먹거리는 죽도시장에 모여 있다. 택시를 타고 10분 안쪽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겨울철 죽도시장은 대게와 과메기가 대세다. 하지만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 시원한 탕이 일품인 대구, 부위마다 다른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까지 없는 게 없다. 시장 바로 앞까지 배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인 동빈내항의 고깃배들도 이채롭다.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운하가 개통돼 막바지 단장 중이다. 3월부터는 운하 크루즈까지 합세해 포항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왼쪽/오른쪽]대게, 과메기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죽도시장 고래고기 전문점 /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포항운하
서해안의 대표, 보령 대천해수욕장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꼽히는 대천해수욕장은 피서철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계절에도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매력이 새로움과 한적함, 스틸아트 작품 등에 있다면 대천해수욕장의 매력은 오래된 친근함과 왁자지껄한 즐거움에서 찾을 수 있다. 탁 트여 시원한 바다, 깨끗하게 펼쳐진 백사장, 맛난 먹거리, 서울과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 등 대천해수욕장의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거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겨울바다를 누릴 준비는 충분하다.
대천해수욕장은 가운데 머드광장을 중심으로 남쪽에 시민탑광장, 북쪽에 분수광장이 있고, 그 사이를 장장 3.5㎞의 백사장이 연결하고 있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형성된 패각분 해변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그래서 모래가 유난히 깨끗하고 단단하다.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백사장을 유지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갈매기를 벗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말없이 혼자 걷는 이가 있고, 여럿이 손잡고 달리는 젊은이들, 모래 장난을 즐기는 아이들, 아이와 연을 날리는 아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바다를 누린다.

[왼쪽/오른쪽]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바다를 느끼는 사람들 / 조개껍질로 이루어진 모래가 장장 3.5㎞나 뻗어 있다.
해변을 따라 형성된 상가는 대부분 식당이다. 그중에서도 조개구이집과 횟집이 다수를 차지한다. 쫄깃한 조개구이와 뜨끈한 칼국수는 대천해수욕장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은 그리 많지 않지만 네 군데 정도가 손꼽을 만하다. 머드광장 옆 건물 2층에 자리한 카페 ‘라스칼라’는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멀리 해안선까지 시원한 전망이 보기 좋다. 머드광장과 시민탑광장 중간 즈음 1층에 위치한 카페 ‘코랄’은 야외 테라스에 자리가 많아 바다를 좀더 가까이 즐기기 좋다. 시민탑광장 가까이에 프랜차이즈 카페인 ‘엔제리너스’가 있고, 머드광장 뒤편에 ‘카페베네’도 있다. 머드광장 옆으로는 머드테마거리가 조성되어 대형 소라, 파도, 꽃게, 조개 등을 표현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기에 딱 어울린다. 테마거리는 조각 작품 등이 어우러진 해안산책로와 연결된다.

[왼쪽/오른쪽]라스칼라의 아메리카노와 해수욕장 전망 / 코랄의 야외 테라스
머드광장 옆 머드테마거리에 조성된 조형물들
대천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남포방조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중간에 죽도관광지가 나온다. 죽도는 원래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중간에 자리한 섬이었는데 지금은 남포방조제로 연결되었다. 해송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여러 횟집들이 자리해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푸짐한 해산물을 알뜰하게 즐기려면 대천항 수산시장이 낫다.
대천해수욕장 남쪽에 자리한 죽도관광지
신생 영일대해수욕장이든, 인기 있는 대천해수욕장이든 시끌벅적한 여름과는 달리 겨울바다가 주는 느긋한 여유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거기에 동해의 대게와 서해의 조개구이는 전혀 다른 먹거리이지만 바닷가에서 맛보기에 더욱 신선하고 풍성하다는 점, 겨울에 더욱 맛있다는 점이 닮았다.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