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105/책선물]『홋카이도의 사진․시집-그 겨울』
지난달 20일 고향집 대문 앞에서 42년만에 만난 ‘전우’로부터 아주 특별한 사진시집을 선물받았다https://cafe.daum.net/jrsix/h8dk/1173. 이름하여 『홋카이도의 사진․시집-그 겨울』(우찬중 지음, 2013년 1인출판사 사공재 펴냄, 80쪽, 48만원)이다. 앞뒤 표지가 실제 자작나무이고, A3 크기에 두 손으로 들기에도 거북하게 묵직했다(5.2kg, ). 보자마자 “이게 뭣밍?”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육필肉筆시집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이런 수제手製 사진시집 난생 처음이고 어디에도 있을까 싶지 않다. 사진 하나에 시 한 편씩, 모두 100편인데, 이 시가 특이하다. 제목도 없이 모두 한글로 40자. 이른바 ‘사공시’란다. 사공이란 40자를 말하는데, 2002년부터 자신이 창안한 ‘1행 붙여쓰기’ 형식의 운문이다. “진짜?” 신기하여 자꾸 글자수를 세어보게 된다. 그것 참 별난 작업이다. 시상詩想도 그렇지만 시어詩語 선택도 쉽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40si를 보면 여러가지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다음날 새벽 몇 편을 읽다가 놀라서 ‘취재’에 나선 결과, 알게 된 작가 소개를 조금 해본다.
일본 홋카이도(北海島)를 사계절 통틀어 10번은 더 갔다고 한다. 그뿐인가. 자동차로 일본 열도를 종단하기도 한 ‘일본통’. 대학때 전공이 일어교육학과.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로 일했다. 사진 전문작가라 할 실력에다(작품의 시선이 모두 따뜻하다), 그 사진에 딱 맞춤한 100편의 사공시이라니? 실제로 집에서 40권을 만들었다 한다(hand-made). 대형사진 인화하는 데만 1장에 제법 돈이 들었을 듯하다. 막말로 하면 ‘미친 짓’이고 대단한 호사豪奢라 하겠다. 애초 계획은 ‘그 여름’편도 제작하려다 돈이 달려 중단했다고 한다. 눈(그것도 매번 폭설이다)과 얼음과 사랑의 고장, 홋카이도의 사계절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화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한마디로 ‘끼가 충만한’ 분이다. 1954년생. 우리 토속어로는 ‘시망시런 사람’. 손재주까지 좋아 '트리하우스'도 혼자 지을 수 안다고 한다. 평생동안 오래오래 남을 일을 했다. 나는 이런 오래됐지만 말이다. 모두 다 제 흥에 사는 것을.
그가 찍은 사진과 사공시들을 몇 편 보자. 먼저 이 사진시집의 사진과 사공시 100편의 모음이다.
아래의 사진과 사공시는 어떤가? 여정旅情의 향수치고는 참 좋다.
<어서들 오라 눈사람들이 말하네/아사히야말로 오라 손짓하네/그리움 가득 사랑 가득한 아사히카와>
홋카이도의 지독한 폭설의 거리를 걸어보셨는가?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곳.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었던가? <철도원>의 한 장면이었던가? 오겡이데스카? 를 연신 외쳐대던 한 슬픈 여인과 그 메아리. 이 사진시집을 보면 금세라도 달려가고 싶은 곳이 홋카이도이다. 아니, 사진과 사공시 감상만 해도 충분할 듯도 하다.. 거창한 작업을 하여 우리의 눈을 '씨-원하게' 해준 사공시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홋카이도현 관광청에서 '큰 상'을 줘도 부족하겠다. 여름편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흐흐. 리리- 그곳에 가고 싶다.
*사공(40)시는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제한글자 수가 40자(80바이트)라는 것에 착안하여 지은 것으로 지금껏 1천수가 넘는다고 한다. <사공시집>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사공시의 연작(2009년 작품)은 또 어떤가?
울행기차정겨웠던이름들서대전조치원천안역기차는아직달리는데맘은먼저너에게가있다
서울행 기차
정겨웠던 이름들
서대전 조치원 천안역
기차는 아직 달리는데
맘은 먼저 너에게 가 있다
기다란뱃속가득어둠빨아들였다가는꽁무니로검게토해내고는무서워고롱고롱내빼는밤기차
기다란 뱃속 가득 어둠 빨아들였다가는
꽁무니로 검게 토해내고는
무서워
고롱고롱
내빼는 밤기차
밤기차는어둠이무서워달리는것이다굉음을내는것도그래서다산골밤길달릴때면나도그랬다
밤기차는
어둠이 무서워 달리는 것이다
굉음을 내는 것도 그래서다
산골 밤길 달릴 때면 나도 그랬다
굴에들어서기만하면당신은내입술을훔치곤했다나도싫진않았다어둠은키스만을생각케한다
굴에 들어서기만 하면
당신은 내 입술을 훔치곤 했다
나도 싫진 않았다
어둠은 키스만을 생각케 한다
긴굴을지날때면기차도굴도겁에질려냅다소리를퍼지른다굴이끝나면님과의긴키스는끝난다
긴 굴을 지날 때면
기차도 굴도 겁에 질려 냅다 소리를 퍼지른다
굴이 끝나면 님과의 긴 키스는 끝난다
첫댓글 세상에나, 참 멋지게 사는 사람들 많네.
사공재, 끼가 많은 선배님이시군.
멋진 자연과 시를 어찌 그럼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만들었는지.
이 또한 인생진미일세.
우천님 글 선물에 감사.